2015. 3. 20.
이솝 가로수길 점은 국내 첫 이솝 플래그쉽 스토어입니다. 2014년 11월에 오픈했으니 프리뷰하기에 늦은 감이 없지않아 있네요. 디진에 이미지가 올라온 김에 포스팅 해봅니다. 별도표기 외 사진은 디진에서 가져왔습니다. 소유권이 명시되어있지 않아 저작권 표기는 생략했습니다.
이솝은 라벨만 보아도 한눈에 이솝의 제품인 것을 알 수 있는 강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는 브랜드인데요, 그들이 매장을 대하는 태도는 이런 통일감 있는 브랜드 정체성과 매우 다릅니다. 매장에 있어서만큼은 지역성에 기반을 둔 디자인을 추구해 지역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재료에 적극적입니다. 구글 이미지에서 전 세계 각 도시의 매장을 둘러보고 있으면 다양한 인테리어 내에서 빛을 발하는 제품이 한눈에 들어오죠. 아마 자사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 확고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일 것입니다.
사진출처 Aesop 공식 홈페이지
이솝 가로수길점은 와이즈건축에게 맡겨졌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 건축가로 공동소장인 전숙희 장영철 건축가는 부부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제 블로그에서는 페차쿠차 서울에서 처음 소개한 뒤, 오픈하우스서울 와이즈건축 오픈 스튜디오와 협력적 주거공동체 전시, 다큐멘텀 리뷰 그리고 젊은건축가포럼에서 진행한 어반 메니페스토 전시에서 다뤄 졌습니다. 스스로를 초식건축가라 부르는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강하게 내세우는 작가주의 건축가가 아니라 초식동물이 푸른 풀밭을 찾아 움직이듯, 프로젝트를 직접 찾아나서며 건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그리고 환경, 클라이언트, 예산 등 주어진 여건에 맞춰 스마트한 솔루션을 내놓는 건축가입니다. 2011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과 2012년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뉴스데일리에 의하면 와이즈건축이 이 프로젝트를 맡기까지 브랜드와 많은 인터뷰를 거쳤다고 합니다. 아무튼 팬으로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건축가입니다.
매장 입구에 상징적으로 디딤돌이 놓였군요.
높은 단 차이의 내부를 쉽게 올라설 수 있도록 한 디딤돌은 동양의 독특한 문화이자 미의식입니다. 별 것 아닌듯한 이 장치로 외부와 내부의 먼 심리적 거리를 두게 됩니다. 쇼윈도에는 이솝 플레그쉽 매장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작은 나무선반과 갈색 병이 놓여 있네요. 이런 디테일이 매장을 더 친숙하고 귀엽게 느끼게 합니다. 좋은 인상의 사람을 만나면 첫 만남에도 마음의 부담감을 덜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섯 명만 들어가도 비좁을 듯한 폭 4m, 면적 40㎡의 작은 공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용도로 사용되는 소나무 원목 테이블입니다. 이 테이블에서 고객이 화장품을 테스트하기도 하고 계산을 하기도 합니다. 다용도로 쓰이는 테이블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공부도 하고, 뜨개질도 하던 옛 한옥의 방을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자연 그대로의 굴곡을 살렸던 한옥의 기둥 같기도 하구요. (충남 서산에 위치한 마음을 여는 절이란 이름의 개심사-開心寺의 기둥이 일품이죠.)
내부 벽은 닥오디나무 껍질을 이용한 수공예 한지로 마감되었습니다.
조명이 더 부드럽게 반사되는 듯 내부가 포근해 보입니다. 전구가 노출된 금색 샹들리에 조명은 이탈리아의 조명 디자이너 Gaetano Sciolari의 작품이고 ‘657 싱글백 라운지 암체어’는 미국의 가구디자이너 찰스폴락(Charles Pollock)의 작품입니다. 조명과 의자는 피터파파넥이 손수 골랐다고 하는데, 공간과 가구 그리고 조명이 잘 어울립니다만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기로 한만큼, 조명과 의자도 지역 디자이너가 공간에 맞게 디자인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실제 가보지 않고서 이렇게 말하기는 부끄럽긴 합니다만, 디딤돌, 소나무 원목 테이블, 한지로 바른 벽 등 몇 가지 핵심 요소가 어우러져 구현하기 쉽지 않은 한국적인 디자인을 이끌었습니다. 작지만, 그래서 더 한국적인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