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여행 : 활기참

2012. 10. 6.


홍콩의 오후는 활기차다. 해 쨍쨍한 주말 오후 알아듣지 못하는 관둥지방 말과 인파가 뒤섞여 짜증나는 활기를 일으킨다. 지루한 여행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밤길, 한 낮의 짜증이 가려져 쓸쓸함이 엄습해 오면 그 활기참이 그리워 진다. 나의 일상도 그리워 진다.

학교 주변 가장 큰 중화요리식당은 오후 때면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그 무리를 비집고 한 테이블 차지해 혼자 요리를 시켜 먹는 것은 고독한데, 나는 그 고독함 까지 바라볼 만큼 성숙해 있었다.

중화요리식당은  내가 갖지 못한 삶의 활력을 갖고 있다. 짬봉 한 그릇에 미각을 맞겨두면 나머지 감각들은 넓은 바다를 힘차게 헤엄치는 등푸른 생선처럼 자유롭게 그곳의 활력을 영유한다. 끊이지 않는 주문전화벨소리, 오토바이 소리, 기름 두른 철판과 면이 부딪치는 소리, 주방 요리사들의 몸동작, 바쁘게 회전하는 손님들의 움직임은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차다.

오천원의 가치 치고는 너무나 값진 것들.

이른 아침 등교길에 보이던, 나와 너무 닮은, 아직 열지 않은 그 식당의 적막함은, 점심시간의 활기참과 강한 대비를 일으키며, 내안에 잠재되 있는 가능성들을 뒤흔들었다. 가끔 점심 때 짬뽕 한그릇을 해치우며, 의기소침했던 나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얻어 갔나 보다.

홍콩여행 여섯째날
웡꼭, 여행을 정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