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여행 : 계산
2012. 10. 2.
화폐단위가 다른 국가로 여행을 떠나와 3일이 지나면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던 상품과 가격의 관계가 어느정도 익숙해 진다. 스타벅스 커피한잔의 가치는 HK$ 30,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은 HK$ 4.5. 침사추이 아이스퀘어 3층 스타벅스에서 카푸치노 한잔 시켜놓고 보니 문득 한국의 화폐단위가 무식할 정도로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한잔 마시는데 \6000 이라는 천단위 금액을 내야하다니. $30에 비해 \6000의 0의 낭비는 얼마나 볼품없나.
이처럼 여행을 하다보면 평소엔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것들이 힘을 잃기 시작한다. 반대로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들에 대해서 왜 그것들이 당연히 그래야 했는지 이해하게 되서 반성하게된다. 너무나 뻔하고 재미없게 정해진 것 마냥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학교 정규교육을 마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노후생활을 하는 뻔한 삶.
지하철타고 기차타고 비행기타고 바다건너 떠나온 여행지는 왜 삶이 뻔할 수 밖에 없는지 가르쳐준다. 유모차에 애기 태우고 쇼핑을 하는 아주머니들, 촌스런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모여 하교하는 학생들, 카페에서 남자친구 손 꼭잡고 이야기하는 여대생들, 회사마치고 퇴근하는 정장입은 직장인들, 동네 조용한 공원에서 지팡이지고 벤치에 앉아 이야기나누는 노인들은, 삶을 내 멋대로 살고자 고민했던 한 젊은 여행자를 무안하게 한다.
아마도 삶은 내 멋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과 세상과 함께, 어느정도는 뻔하게, 그려가야 하는 것 같다.
2012년 8월 23일
여름방학 홍콩여행 넷째날
침사추이 아이스퀘어 스타벅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