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여행 : 집

2012. 8. 30.


여행을 앞두고 몇일 동안은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와 숙소를 잡고, 숙소로 돌아오는 여러 교통수단을 타보고, 가까운 편의점을 이용해 보고, 하룻 밤 별 탈 없이 편안하게 자고 일어나면 그 많던 불안감은 대부분 사라진다. 불안이라는 것은, 그것을 가만히 두고 이리 저리 살펴 볼 수 있는 공간 속에서는 거짓말 처럼 사라지고, 우리는 그 공간을 집이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마음속 불안을 가라 앉히고 평화를 찾아가는 길은, 집으로 찾아가는 길과 닮아 있다. 우리의 마음이 정처없이 불안감에 휩쌓이면 돌아온 길을 하나 하나 짚어본다. 불안이라는 장소에 다다를 때 까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 어느 방향으로 왔는지, 이정표가 될 만한 건물이나 장소를 떠올려 본다.

그것을 찾지 못한 가운데에 해가지고 더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더라도 주변 아늑해 보이는 여인숙에서 해가 뜰 때 까지 잠시 쉬어가면 되고, 방향감각을 잃었다면 친절해 보이는 낯선이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어떤 새로운 불안이라는 한 장소를 더 경험한 여행자가 된 것이다.


- 멍청하지만, 이정표가 되어준 스타벅스와 세븐일레븐이 없었다면, 나는 지도가 있음에도 숙소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2012년 8월 22일
여름방학 홍콩여행 셋째날
썽완, 작은 숙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