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여행 : 기념품
2012. 10. 17.
꼭 필요한 몇마디(예를들면 Yes, No, Thanks) 만 사용해도 홍콩에서 9일동안 생활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데에 일조했다. 이 세상 사람들은, 특히 홍콩남자들은 말이 너무 많다. 꼭 필요한 말만 하는 삶의 태도는, MUJI 無印良品 브랜드와 닮았다. 내가 홍콩에서 쇼핑을 한 몇 안되는 기념품(필통, 공책2, 액자, 줄자, 볼펜2)을 모두 MUJI에서 샀다는 것은, MUJI 브랜드가, 말 없이 혼자 여행하던 나에게 위로가 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말이 많은 것은 심리학적으로, 일종의 방어기제로 볼 수 있다. 감정적 상처로부터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말을 화려하게 한다. 겉으론 화려해 보이는- 하지만 실속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점점 이미지화 되어가는 세상에서는 슬프게도 이들이 잘 나간다. 그런점에서 홍콩남자들은 자신들에게 분한 이성과 연애를 하고 있고, 나는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진다.
패션계에는 <애쓰지 않은 멋>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멋져도 너무 노력한 티가 나면 멋지지 않다는 문화적 풍토에서 기인한 말이다. 애쓰지 않은 멋이란 없다. 언젠가 아무 생각 없이 옷장을 열어도 완전히 멋진 앙상블을 꺼내 입을 수 있을거라고, 비밀리에 꿈을 꾸고 있다면 일지감치 포기하길 바란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세련된 그들은 모두, 매일 무엇을 입을까 고민을 하기 보다는 아주 조심스럽게 쇼핑을 하는 편이다. 옷을 입을 때 보다 옷을 살 때 드레싱룸에서 아주 힘들게 결정하는 편이다. 멋진 옷으로만 옷장을 채운다면 거기서 그냥 아무거나 꺼내도 멋질 것이기에 이렇게 하는 편이 수만배 쉬울 터. 그래서 <애쓰지 않은 멋>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사토리얼리스트-클로저 중]
MUJI는 패키지 디자인을 할 줄 몰라서 상품을 저따위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애쓰지 않은 것 처럼, 막 입은 것 처럼 보이는 것 까지가 스타일의 완성인 세련된 사람들이 있다. 그 세련된 사람들은 남들의 스타일과 동화될 수 있는 여유를 입는다. MUJI는 다른 것과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여유를 판다.
우리사회에는 과묵한 사람을 좀 더 지켜봐 줄 여유가 필요하다.
홍콩여행 마지막날
MUJI에서 기념품 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