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30.
어젯밤 늦게 잠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낯선 호스텔(카이수 호스텔)에 혼자 잠들려니 별 생산적이지 않은,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 비좁은 캐비넷 베드 안에서 책도 읽고 노래도 듣고 그랬다. 너무 어둡고 조용해서 책장 넘기는 소리도 신경쓰여서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다 3시쯤 잠들었다.
카이수호스텔 조식
다행이 잘잤다. 조식이 8시부터 10시까지라서 9시에 알람을 맞췄는데 8시 30분쯤 눈을 떴다. 땀을 흘렸는지 몸이 끈적여서 샤워를 하고 조식을 먹으러 1층 카페로 내려갔다. 네다섯 명이 둘 셋씩 짝찌어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날씨가 좋았다. 조식으로 식빵과 삶은 달걀, 바나나 그리고 간단한 음료가 제공됐다.
식방을 굽는동안 직원이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키가 크고 하얀셔츠에 말끔히 머리손질을 한 남성 직원이었는데 영어가 유창했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짧게 답했더니 직원은 내게 도쿄 방문이 처음이냐고 또 한번 질문을 했고 나는 세 번째 방문이며, 하우스 비전 전시를 둘러보러 왔다고 덧붙여 답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주로 그가 묻고 내가 답했다. 식빵이 다 구워지는 소리에 대화도 끝났다.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도쿄에 와서 처음 햇빛을 본 것같다. 햇살이 뜨거워서 덥다고 느꼈다. 하지만 공기는 상쾌해서 기분좋았다.
넨도디자인 오키 사토가 디자인한 아사카사 코넬 커피를 찾아갔다. 코넬 커피는 숙소에서부터 골목을 따라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가는 길에 정장 차림의 직장인이 바쁘게 오가는 걸 보며 월요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간간히 공사 현장 소음이 들릴 뿐 한적했다.
아사카사 일대 풍경
도쿄 카이수호스텔 외관
도쿄 카이수호스텔 계단참
도쿄 카이수호스텔 조식
아사카사 일대 풍경
비어있는 옥외광고판
코넬커피가는길 육교
아사카사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
코넬커피는 일본 건축가 이사무 노구치가 1970년대 설계한 근대 건축물 2층에 있었다. 건물에 도착해서 곧장 2층으로 올라가려다가 건물을 멀리서 보고 싶어서 걸물을 지나쳐 걸었다. 신호등이 가까운줄 알았는데 꽤 멀었다. 걸어온만큼 걸어간 것같다. 그리고 신호등을 건너 건물방향을 다시 걸었다. 왼쪽은 길을따라 쭉 공원 담벼락이었고 가로수 잎이 무성해서 반대편 건물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가로수 사이로 드문드문 가까워지는 건물을 감상했다.
빌딩 1층 로비에 짧은 건물 소개를 보니 건물은 소케츠 헤드쿼터 오피스라고 한다. 건물은 70년대 건물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현대적이다. 외관은 매끈하게 유리로 마감되어 하늘이 반사되어 보였다. 유리 건축물이 많지 않았떤 당시에는 건물이 정말 구름 속에 있는 것 같았을 거다. 그래서 덴고쿠일까.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이사무 노구치, 1978) 전경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이사무 노구치, 1978) 상부 디테일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이사무 노구치, 1978) 입구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이사무 노구치, 1978) 정면부 입구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이사무 노구치, 1978) 전경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이사무 노구치, 1978) 옆면 골목길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이사무 노구치, 1978) 입구 코넬커피 입간판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 로비 작품 덴고쿠(천국)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 로비 작품 덴고쿠(천국)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 로비 전경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 로비에서 본 코넬커피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 로비 작품 덴고쿠(천국)
소게츠 헤드쿼터 빌딩 로비 틈새로 본 풍경
아사카사 코넬카페
건물은 한국어로 의- 를 뜻하는 일본어 문자(@를 닮았다)를 형상화해 지어졌다고 한다. 문자의 고꾸라진 부분이 좁은 간격을 두고 높게 치솟아 있었는데 아마 동아시아 전통 건축의 처마를 형상화 했던 게 아닐까? 일본 문화의 날카로움과 정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건물 로비에는 인공 푸폭포 작품이 있었다. 어쩐지 이탈리아 건축가 스칼파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인공폭포 작푸을 지나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 마침내 코넬커피로 갔다.
코넬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건 11시 30분쯤이었는데 2명이 떨어져서 넓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층 올라 있는 홀은 사진촬영 중이라 오후 3시까지 이용이 제한되었다. 그곳에 앉으려고 했는데, 아쉬운 마음에 사진만 찍고 두 사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 중간에 앉았다.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건물 외부와 카페 내부 마감이 반사재질로 되어 있어서 마치 공원 속에서 커피를 마시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내부 온도와 습도도 쾌적했다. 배낭을 벗었더니 어께와 등허리가 땀으로 흔건했다. 땀냄새도 지독했다. 세련된 카페 분위기에 누가되는 것같아 화장실에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여유를 만끽하고자 책을 꺼내 읽었다.
넨도디자인 오키 사토
12시가 넘자 점심시간인지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넓은 테이블이 12-14인용 쯤 되었는데 대부분 찰만큼 손님이 찾아왔다. 1시가 되니 약속이나 한듯 대부분 나갔다. 나는 친구가 합류하기로 해서 이곳에서 오후 2시까지는 있을 작정으로 책을 계속해서 읽었다.
친구는 2시쯤 코넬커피에 도착했고 근처에 있는 스시노미도리 초밥집에서 점심을 먹기로했다. 막나가려는데 코넬커피를 디자인한 넨도디자인 오키사토씨가 카페로 들어왔다. 잠시 눈을 의심하긴 했지만 첫눈에 오키 사토씨다, 라고 생각했으니 틀림없었다. 카페에서 나가는길에 오키 사토씨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내고 이곳을 당신이 디자인해서 찾아왔다는 설명도 했다. 알고보니 넨도디자인 스튜디오가 이 건물 6층이었다. 기분 좋게 인사를 받아 주어서 함께 기념 사진까지 부탁했다. 역시 흔쾌히 받아주었다. 시스노미도리에 도착하고 나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가는길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들러 현금을 인출했다. 최소 단위가 1만 엔이었다. 도쿄 여행에 교통비와 함께 은근히 현금을 써야하는 경우가 많더라.
코넬커피 2층 커피 바
코넬커피 2층 12인용 테이블
코넬커피 홀
코넬커피 바닥 마감 디테일
코넬커피 테이크아웃 컵 패키지
코넬커피 테이블 마감 디테일
넨도 디자인 오키 사토
아사카사 스시노미도리
스시노미도리는 코넬카페에서 잠깐 구글링해서 찾은 곳이었는데 구글 평점이 4.5점이었다. 오후 2시가 넘어서 방문했는데도 사람이 많았다. 어쩐 일인지 2인용 테이블 하나가 마침 남아 있었다. 메뉴판 사진을 보고 모듬 스시와 삼치? 스시를 주문했다. 맛있었다. 미식가가 아니라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설명을 잘 못하는데 맛만 본다면 5점 만점을 주겠다. 나오는 길에 4-5 팀이 이곳 음식을 먹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아사카사 골목길 풍경
아사카사 스시노미도리 외관
아사카사 스시노미도리
아사카사 스시노미도리 모둠 초밥
긴자 도큐플라자 모리오카쇼텐
배룰 체우고 긴자로 갔다. 긴자 일대는 최근 건축 규제가 완화되어서 새로운 빌딩이 세워지고 있었다. 도큐플라자는 올해 문을 연 쇼핑 건물인데 옥상에 있는 수영장이 딸린 라운지 카페를 보고 방문했다. 라운지 카페는 브레이크 타임인지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던 데다가 날씨가 더워서 옥상에 더이상 있을 수 없었다. 6층에 있는 이름모를 카페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마시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도큐플라자를 빠져나와 긴자 일대를 구경했다. 쇼핑 거리가 끝없이 펼쳐진 거리를 걸었다. 번화가를 지나 한적한 골목길에 들어 일주일에 한 권의 책만 파는 서점인 모리오카 쇼텐을 찾아가 보았다. 문은 열려 있었는데 가게 앞에 트럭과 많은 상자가 싸여 있어서 내부를 둘러볼 엄두를 못냈다. 2-3평 쯤 되어 보이는 좁은 내부에는 4-5명이 둘러 얘기하고 있었다. 아마 매주 월요일이 책을 바꾸는 날이고 내가 찾아간 5시쯤이 책을 바꾸는 시간인 걸까? 어수선한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일본어 책 한 권을 파는 곳에 일본어를 할줄 모르는 내가 들어가서 딱히 핧 수 있는 건 잠시 둘러보는 것 뿐이었을 거다.
긴자에 한창 공사중인 빌딩
긴자 철길 아래
긴자 도큐플라자 상부 디테일
긴자 도큐플라자 루프탑 테라스 전망
긴자 소니빌딩. 올림픽을 앞두고 리노베이션 혹은 신축 예정이라고 한다.
긴자일대 풍경
긴자 모리오카쇼텐
긴자 모리오카쇼텐이 있는 골목길
긴자 일대 풍경
시부야 토리타케
시부야에 지인과 약속이 있어서 긴자선을 타고 시부야로 갔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가는 길에 시부야에서 저녁 먹을 곳을 잠시 찾아봤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다행이 지인이 맛있는 음식점, 토리타케를 알고 있었다. 시부야 역에 거의 붙어 있다고 할만큼 역과 가까운 곳이었다. 내부가 정갈하진 않았으나 사람이 많아 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입구에서 1층만 보고 내부가 좁을 거라 생각했는데 2층과 지하층에도 홀이 있었다. 그게 가득 찼던 거다.
우리는 지하층으로 갔다. 대부분 현지인으로 보였고 삼삼오오 모여 맥주와 각양각색의 꼬지를 먹고 있었다. 그곳에서 꼬지와 치킨(치킨 꼬리 부위도 먹었다! 꼬리를 먹다니! 게다가 부드럽고 맛있네?) 그리고 맥주를 먹었다. 맥주를 큰 잔으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컸다. 1000cc는 족히 되보였다(아닐 지도 모른다, 그만큼 컸다). 서울에서만 보던 지인을 해외에서 만나니 괜히 반가워서 더 친해진 기분이었다. 아사쿠사에 있는 호스텔에 체크인해야해서 짧고 굵게 먹고 시부야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긴자선을 타고 왔던 길을 따라 아사쿠사로 향했다.
시부야 뒷골목에 있는 토리타케
시부야 토리타케 꼬치와 맥주
시부야역 밤 풍경
아사쿠사 분카호스텔
아사쿠사에 내려 예약해둔 분카 호스텔을 찾았다. 신용카드로 호스텔닷컴을 통해 예약했는데 인터넷으로 결제까지는 진행하진 않아서 이곳에서 결제를 해야했다. 신용카드를 건냈더니 현금만 받는다고 하더라. 4천 3백 몇 십 엔쯤 되었는데 정말 몇 십원이 모자라 결제하지 못했다. 또 현금을 인출해야하다니. 통장이 구멍난듯 예상치 못하게 돈이 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급 짜증이 났지만, 호스텔이 좋아서 기분도 다시 좋아졌다. 이렇게 단순하다.
분카호스텔은 6층 규모로 넓고 쾌적하다. 카이수호스텔에 비해 더 상쾌한 기분이다. 침실도 밝고 화장실도 더 편리해 보였다. 개인 락커는 물론 타월도 제공되었다(카이수 호스텔에서는 200엔을 지불하고 렌탈! 렌탈 타월을 사야했다). 짐을 간단히 정리하고 영업 종료된 1층 카페에서 글을 적고 있다. 여기 음식이 맛있다는데 오후 4시에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니 먹어보지 못하라 것 같아서 아쉽다.
내일은 무지 모델하우스를 갔다가 공항으로 갈 예정이다. 오늘 친구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이제 집에 가고싶다, 라고 투덜댔는데 정말 내일이면 간다. 나리타 공항에 갈 생각하니 벌써 피곤하다. 빨리 씻고 자야지.
아사쿠사 분카호스텔 가는 길 시장
아사쿠사 분카호스텔 외관
아사쿠사 분카호스텔 도미토리
아사쿠사 분카호스텔 1인 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