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8.
도쿄 여행을 계획한 건 3개월 전이었다. 도쿄에서 열리는 하우스비전 전시를 볼 겸 도쿄에 새로 생긴 공간들을 둘러볼 겸 왕복 비행편을 예약했다. 그리고 얼마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여행 계획을 말했더니 친구 3명도 동행하기로 했다.
나리타공항 제3터미널
나리타공항 제3터미널
나리타공항 제3터미널 전망
숙소가는 길 들린 패밀리마트 편의점에 무인양품 제품을 팔더라
신주쿠 빌라 에어비앤비
친구들과 함께 도쿄에 왔지만 내가 예약한 비행편은 자리가 없어서, 친구 둘은 먼저 도쿄에 도착했다. 아침에 도착한 친구들은 하라주쿠와 시부야를 하루종일 걸어다녔고 저녁에 합류한 내가 도착했을 때 모두 지쳐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신주쿠 숙소에서 쉬고 있었다. 리무진 버스로 신주쿠역 서편 정류장에 내려 구글 지도를 보며 헤매지 않고 곧장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8시였다. 나와 함께 저녁먹기로 해서 친구들이 굶고 있던 터라 숙소로 가는길 패밀리마트에 들려 간단하게 요기할 라면을 샀다. 일회용 면도기도 잊지 않았다.
날씨가 꽤 쌀쌀했다. 서울이 그렇듯 도쿄도 어제부터 무더위가 한풀 꺽였다. 비만 오지 않으면 여행하기 정말 좋은 날씨일 것 같은데 가랑비가 내렸다. 친구들은 씻고 라면을 먹더니 기운을 차렸는지 신주쿠 시내로 가서 맥주 한 잔 하자고 했다. 내가 알아본 건 대부분 음식점이라 술집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친구들은 이곳저곳 여행지를 리서치한 나를 믿는 눈치였다.
신주쿠 빌라 에어비앤비 숙소
신주쿠 빌라 에어비앤비 숙소 2층 전망
친구가 무인양품에서 뭘 샀는데 하우쇼핑백에 스비전 전시 광고가 있었다.
신주쿠 야경과 이름모를 술집
사실 나는 도쿄에 왔구나, 라고 느낄만한 야경이 보고싶었다. 친구들이야 반나절 여행을 했겠지만 난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곧장 숙소에 들렸던 터라 도쿄에 온 실감이 나지 않았다. 숙소는 신주쿠와 시부야 사이 서쪽 방면의 주거지역에 있었는데, 일부러 맛집 탐색을 빌미로 신주쿠 역 인근 번화가를 지났다. 신주쿠의 활기찬 밤 풍경을 보니 그제야 도쿄에 왔다는 생각에 조금 들떴다.
번화가를 지나고 다시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친구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쯤 어딘가 들어가야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무렵 사람들로 붐비는 정갈한 분위기의 술집을 찾았다. 컴컴한 신주쿠 뒷골목에 그 집만 유독 밝고 활기찼다. 직원은 메뉴가 모두 일본어라 곤란할지 모른다(라고 말한 것같다)는 말을 했고, 우리가 괜찮댔더니 안쪽으로 정중히 안내했다.
토요일 늦은 저녁 직장인 쯤으로 보이는 도쿄 현지인들이 주말이 지나는 게 아쉬운듯 삼삼오오모여 맥주잔을 기울였다. 메뉴가 모두 일본어라 당황했다. 아마 직원이 입구에서 양해를 구한 게 메뉴였나보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메뉴를 정하고 영어가 능숙치 않은(우리도 마찬가지) 직원에게 손짓과 표정으로 주문을 했다. 바쁜와중에 귀찮을텐데도 유쾌한 표정과 말투로 직원이 주문을 받아주었고 메뉴가 나왔을 때도 어떤 요리이고 어떻게 먹는 것인지를 비록 일본어지만 충실히 설명해주었다. 우리가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걸 눈치채고 역시 손짓과 표정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술집 이름은 모르지만 주소는 여기. 올해 초 문을 연 듯하다. Tōkyō-to, Shinjuku-ku, Nishishinjuku, 7 Chome−11−3)
치킨구이와 꼬치 3개 그리고 생맥주를 주문했다. 네이버 블로그나 여행 서적을 보고 찾아온 게 아니라 우연히 들른 이곳에 외국인이라곤 우리 팀 밖에 없는, 게다가 한글이나 영어 메뉴판도 없고(왠지 너무 관광객 대우 받는 건 기분이 별로다) 직원도 일본어만 할 줄 안다는 것에 들뜬 것같다. 대학교 입학 동기인 친구들과 이래저래 수다를 떨다보니 각 3 잔씩 생맥주를 비웠다. 3천 엔씩 모아서 계산을 하고 남은 돈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좀 더 샀다.
에어비앤비가 내세우는 슬로건이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인데, 정말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신주쿠 주거 지역 숙소에 있으니 도쿄 주민이 된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번화가에서 멀지 않은 높은 빌딩의 호텔이 아니라, 좀 걷기는 해도 점점 한적한 골목길에 접어들고 5층 높이의 빌라 3층에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데다가 내부 인테리어도 가정집 그대로다. 6인용 탁자에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펼쳐놓고 보니 친구 집에 놀러온 것 같이 친숙했다. 넓은 테라스 아래로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드문드문 집으로 돌아가는, 평화로운 모습도 보였다.
신주쿠 야경
신주쿠 야경
신주쿠 뒷골목에 찾은 술집
신주쿠 뒷골목에서 먹은 꼬치
신주쿠 뒷골목에서 먹은 통닭구이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를 사서 신주쿠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먹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종일 여행을 한 친구들은 많이 피곤했는지 간단하게 씻고 먼저 잠들었다. 숙소에는 반신욕 할 수있는 욕조가 있어서 나는 따듯한 물을 받아 피로를 풀었다. 숙소는 LDK에 화장실과 방 하나 그리고 베란다가 딸린 집으로 15평 쯤 되었는데, 친구들 말로 길거리에서 본 인근 주택 시세가 월 15만엔 정도 됐다고 한다. 평당 1만엔, 한화로 약 월 1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에어비앤비 하루 숙박료가 15만원 정도 였으니, 열흘만 손님을 받아도 월세는 충분할 터. 숙소를 어렵게 예약한 걸 생각하면 꽤 쏠쏠한 장사라고, 욕조에 가만히 누워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내일은 하우스비전 전시를 둘러보고 다이칸야마 일대를 산책할 예정이다. 내일과 모래는 각각 시부야와 아사쿠사에 있는 호스텔에 따로 묵을 예정이라 내일까지만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게 될 것같다. 친구들이 내일 나만 믿고 있는데 부디 길 잃지 않고 별 탈없이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행기와 공항에서, 그리고 공항에서 신주쿠로 오는 리무진 버스에서도 혼자 있으며 느낀 게 이것저것 있는데 다 기록하지 못하겠다. 새벽 2시가 가까운 지금 얼른 포근한 깃털이불이 있는 침대로 뛰어들고 싶다.
여행 첫 날을 어느 날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번 여행의 시작이 너무 행복하다. 아마 친구들과 함께 하는 해외 여행이라 그런 것같다. 다들 서로 배려하고 참을성 있는 친구들이라 더 그렇다. 다들 좋은 꿈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