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8.
임경선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과 글쓰기 태도에 관해 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을 읽고 감명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 완독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말하는 자신의 삶과 글쓰기 태도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을 읽어 줬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도 좋았지만, 직접 들으니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었고, 또 그가 바라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고역으로서 소설을 쓴다는 사고방식에 나는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소설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퐁퐁 샘솟듯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보고 있으면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생각납니다. 둘 다 자신이 몸담은 문학과 건축 분야 정기 교육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확립했다는 점, 육체적인 창작자라는 점(하루키는 소설가를 피지컬한 직업이라 생각하고, 다다오는 권투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관을 형성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중후반에 왕성하게 활동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 또한 자전적 에세이로 유명하다는 점에서요.
이사크 디네센은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매일매일 20매의 원고를 씁니다. 아주 담담하게. '희망도 절망도 없다'는 것은 실로 훌륭한 표현입니다. [본문 중에서]
안도 다다오의 서울 첫 번째 건축물, JCC 아트센터 [출처: designdb]
두 창작자가 다른 점이라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계속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현재도 노력하는 중이지만, 안도 다다오는 자신의 건축 언어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마곡 LG 아트센터를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다는 소식에 비판적인 시선이 있는 건 작품성을 떠나 그러한 시대착오적인 태도에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저 또한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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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념이 길었네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는 문학상, 오리지널리티, 장편소설을 쓰는 것, 학교 교육, 등장인물, 독자 등 다양한 주제에 걸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생각과 작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내용이 12장에 걸쳐 담겼습니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이라면 느끼는 점이 많은 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