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7.
우리는 모두 창조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영감’이 필요합니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것처럼요.
예술 분야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미의식을 갖고 하루하루를 창조해 나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일’을 겪고 느낀 것을 ‘말하는 것’도 창조적 행위입니다. 제가 겪었다면 별일 아니라는 생각에 금세 잊어버릴 만한 일, 예를 들면 ‘소변기에 대변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던 일’(막상 적고 보니 참 별일이네요.)을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살려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달변가는 대단한 창작자인 거죠.
넨도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끄는 사토 오오키(佐藤 オオキ; Oki Sato)가 <넨도의 문제해결연구소>라는 책을 냈습니다(‘소변기에 대변’ 이야기도 사토 오오키가 책 서문에 적은 에피소드입니다).
그의 디자인은 전형적인 일본 ZEN 스타일; 미니멀리즘 디자인 같아 보이지만, 거기에 특유의 위트와 즐거움이 더해진 것이 특징인데요, 자신의 디자인 사고법을 이 책에 총망라해 정리했습니다. 책을 집어 든 순간 너무 재밌어서 하루 만에 완독해버렸습니다.
“우리가 디자이너라 불리는 까닭은 새로운 시점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 형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단지 그 이유 때문입니다. 형태를 만드는 까닭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더 쉽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별달리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죠.”
“디자인은 역산을 정말 많이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그에 비해 마케팅은 지금까지의 수치나 실적, 결과를 정리해 현재 상황에 반영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죠. 과거의 일로부터 지금을 바라보는 것이 마케팅이고 '이렇게 될 것 같다'는 가설을 세워 거기서부터 역산해 가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사토 오오키는 제가 취재했던 작년 파리 메종오브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관심 갖기 시작했는데요, 그의 결과물을 보면 ‘오호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거죠. 그의 디자인 콘셉트가 “사람들에게 작은 ‘!’의 순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하니, 그 콘셉트가 결과물에 잘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놀라운 건 수백 개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한 번에 진행한다는, 왕성한 창작력 때문입니다.
3~400개에 이르는 프로젝트를 한 번에 한다. 쉽게 감이 오지 않는데요, 사토 오오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400개의 프로젝트를 한 번에 진행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저는 마치 계속해서 회전하는 팽이처럼 항상 안정적이죠. 하지만 점점 속도가 줄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라며 오히려 많은 프로젝트를 하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네요.
저도 월간지에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지라, 마감이 끝나고 나면 최대한 무언가를 많이 보고 느끼려고 일부러 신경 쓰는 편입니다. 그래서 월초는 ‘인풋’의 시간, 월말은 ‘아웃풋’의 시간으로 정하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를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알겠지만, 일과 별개로 한 달에 5~10 개의 글을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그것도 주로 월초에 말이죠(아아- 이번 포스팅도 한창 ‘인풋’ 해야 할 월초군요).
회사 일이 많아져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양은 줄지 않고 오히려 많아지기도 합니다. 저는 ‘더 이상은 무리야, 못 적겠다!’라고 생각하다가도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을 끝내 적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져서 저 자신이 조금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주위 사람들은 저보고 블로그 변태 혹은 중독자라고 부릅니다.), 사토 오오키의 팽이 비유를 접하고서 공감하고 위로(?) 받았네요.
아무튼, 사토 오오키씨 감사합니다!
とにかく、オオキさん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