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8.
"We are all travelling through time together, everyday of our lives. All we can do is do our best to relish this remarkable ride."
지난 스물 다섯번째 생일,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주인공 팀이 깨달은 건 최선을 다해 순간을 만끽하며 사는 것이었다. 영화관을 나와서 내가 보는 것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 여자친구의 음성 하나하나가 따듯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분위기를 느끼는 저마다의 감성이 있다. 내 예를 들어 보면 오늘 씻지도 않은 채 어두운 집에서 작업을 하다 해질녘 먹을 것을 사러 밖으로 나갔을 때 붉은 벽돌에 비친 주홍빛 따뜻한 빛과 온 몸에 스며드는 찬 겨울 공기 그리고 때마침 날아가는 새를 보며 뭔가 모를 자유를 느꼈다.
보통의 우리가 그 느낌을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반면 예술가들은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자신이 느낀 긍정적 에너지가 어떻게 발생되는지 호기심을 갖는다. 분석을 통해 얻는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서다. 팀은 시간여행을 통해 '예술가처럼 생각하며 살자'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괜찮을까.
자기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가 한명을 뽑아야 한다면 나는 건축가 피터 줌토르(Peter Zumthor)를 뽑을 것이다. 그는 2003년 6월 독일 문학, 음악 축제에서 강연을 했는데 그것을 '분위기(원제 : Atmospharen)'란 책으로 출간했다. 지난 달(2013년 10월 31일)에는 한국에서 번역본이 출간됐다. 강연한 지 딱 10년만이다. 책은 피터 줌토르가 깨달은 아홉 가지와 그것을 바탕으로 건축 설계일을 하며 사물을 다루는 방식이나 특정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등을 소개한다.
그는 '친밀함의 수준'이라는 제목을 붙인 장에서 "고전주의 건축가라면 (친밀함의 수준을)스케일이라고 말하겠지만 그 말은 너무 학구적이다... 좀 더 구체적인 것을 말하고 싶다." 라고 했다.
단순히 건축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건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분위기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분석해 자신만의 건축적 방법론을 채득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따듯하고 감동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J.M.W 터너가 존 러스킨에게 보낸 편지(1844)-책 첫 장에 적혀있다-처럼 분위기는 피터 줌토르의 스타일이다.
그의 책을 보고 있으면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에서 출발해 자기만족을 실현해나가는, 건축가라기보다 예술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대학에서 건축분야를 공부하고 졸업을 앞둔 내 상황에서 그의 책이 더 뜻깊게 다가오는 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유명한 건축가라서가 아니라 일생을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도 내 블로그에 리뷰를 쓰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오늘 하루를 보낸다.
peace-
추신 : 이 글은 '분위기 있는 노재'님의 생일선물 후원으로 작성될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 있는 노재'님께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