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2.
SPACE MAGAZINE REVIEW : 한국 현대건축 명작 30선, 그리고 그다음 이야기
한국 건축을 보는 우리, 우리 비추는 거울
대한민국에서 건축을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표본이 작지만 내가 접한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건축학도가 해외 건축가의 삶과 작품에 매료되 건축을 꿈꾼다. 그리고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많은 학생이 해외에서 공부하기를 갈망하고 해외 건축여행을 즐긴다. 이를 통해 건축에 대한 열정을 키우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만, 이는 한국 건축의 큰 문제다. 후에 그들 모두가 건축에 종사하진 않겠지만 대부분 외국이 아닌 국내 건축을 소비하고 그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는 대중의 일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땅의 건축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한국의 건축·문화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그럼 우리는 한국 땅에 세워진 건축을 어떻게 교육받았나? 이곳저곳에서 전체가 아닌 특정 건축가나 건축물에 대해 주관적·단편적으로 정보를 접해왔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지만 수용하는 입장에서, 게다가 학생의 관점에서 객관적인 한국건축의 지평을 그리기란 쉽지 않다. 한국 건축 근·현대사의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에 두지 않은 상태로 한국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까지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 이런 상황인데 일반 대중이 대하는 건축을 기대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어쩌면 현대건축이란 이름으로 우리를 어렴풋이 비추는 ‘유리’만 있었지 우리 자신을 스스로 또렷이 비추는 ‘거울’이 없었는지 모른다.
ⓒ 인포그래피 공간지 편집부
지난 11월 공간지에는 창간 47주년 특집기사 <한국 현대건축 명작 30선, 그리고 그다음 이야기>가 실렸다. 올 초 공간지가 동아일보와 공동 기획, 조사한 ‘한국 현대건축 명작 30선'의 결과를 두고 더 깊은 이해와 분석을 위함이었다. 이는 대중 매체에서 지난 60여 년의 한국 근·현대 건축사를 바탕으로 건축계 전반의 의견을 묻고 논의하는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정이나 그 결과가 어땠든 우리를 적나라하게 비추는 거울을 드는 이 일은 꼭 필요했지만, 누구도 나서서 하지 않았던 일이다.
<한국 현대건축, 그 이슈의 응집과 분산>이란 제목의 인포그래피는 한눈에 한국 현대건축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면서 전반적인 평가를 기록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갈 씨앗을 뿌렸다. 비록 기록된 정보가 누군가에게 편협하다고 느껴지더라도 그마저 의미 있다. 이제 우리 아빠도 최근 쟁점이 된 서울 신청사나 DDP에 대한 건축적 큰 맥도 짚어볼 수 있게 됐다.
박길룡 교수가 지적했듯이 한국 현대건축의 명작, 태작을 조사하는 작업으로써 조심스럽지 못하는 등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부족함은 틀렸다고 잘라버릴 것이 아니라 고쳐 나가며 더 성숙해져야 할 부분이다. 이번 기사가 앞으로 한국 건축이 대중의 공감과 강한 한국건축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토양이 되길 바라며 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 갖고 깊이를 더해갈 수 있는 장기적 관점의 데이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