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용 일의 감각

2024. 12. 2.

조수용 대표가 쓴 일의 감각을 읽었다. 
책이 정말 예뻐서 여느 때처럼 함부로 줄 긋지 못했다. 
감명받은 글귀는 필사 노트에 따로 기록했다. 

책을 다 읽고, 옮겨 적은 글들을 다시 읽었다. 
그중에서 유독 좋은 구절은 형광펜을 그었다. 
그 문장을 한데 모아 마음속으로 다시 읽었다.

 

  •  회사의 운명은 오너의 태도로 정해진다. 
  •  사용자는 디자인을 분석하지 않고 그냥 느낀다. 
  •  사공이 하나여야 목표한 세계관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 
  •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남달라야 한다. 
  •  자잘한 결정을 모두 논리에 맡길 수 없기 때문에 감각이 중요하다. 
  •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감각의 핵심이다. 

 

이 중에서 나의 마음을 유난히 움직이는 문장이 있다.

 

  •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남달라야 한다. 

 

조수용 읽의 감각 표지

 

디자인을 전공한 1인 기업가로서 공감하는 내용이 많아, 한 문장 한 문장을 아껴 읽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 매거진 <B> 레고 편을 접한 뒤로 매거진 <B>에 푹 빠져서 모든 호를 다 사서 읽고, 새로운 호가 나오면 곧장 읽었다. 매거진 <B>를 읽고 든 생각들도 블로그에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 글들은 여기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연스레 관심은 매거진 <B>를 발행하는 제이오에이치 JOH로 옮겼고, 나는 제이오에이치에서 만든 에드백을 매고 다니고, 일호식과 세컨드키친에서 밥을 먹었고, 네스트 호텔에서 잠을 잤다. 그러다 신입 사원 모집 공고를 보고 내 전공과 관련 없는 가방 디자이너 직군에 지원해 면접을 보기도 했다. 조수용 대표 블로그에 수시로 들어가 새로운 언론사 인터뷰도 찾아보았다.

그렇게 내 20대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조수용 대표의 생각과 기획의 결과물들은 서울에 상경해 자리를 잡고 나만의 1인 기업을 경영하기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되었다. 그래서 그럴까? 이번 독서는 디자인을 순수하게 꿈꾸던 20대의 나를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가끔 보잘것없이 보일 때, 그래서 20대의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낄 때, 나는 어디론가 숨으려 애썼다. 그곳은 주로 해외의 값비싼 호텔이거나, 명품 가방이거나, 멋진 코스 요리가 나오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일을 부끄러움 없이 정면으로 마주 보고 싶어졌다. 나는 도망쳤던 것이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채우려 무언가를 갈망했던 것이며, 그 산물이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남달라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것에 대해 얼마나 남들과 다르게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나만의 관점을 만들어 갈 때, 나의 1인 기업도 번창하고, 결국엔 내 삶이 빛나리라. 그러니 나만의 매거진 <B>를 써 내려갈 때이다. 블로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지만, 그동안 습관적으로 해 온 관성에 그치기 일쑤다. 앞으론 좀 더 깊이 있는 통찰을 도출하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 보고 감상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랬듯 '나에게 의미가 있는 글쓰기'가 되도록 말이다. 이 글을 빌어 내 20대의 아이돌이 되어 준 저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