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 건축 마루후쿠로 교토 호텔 투숙기

2024. 6. 12.

여행을 할수록, 나이가 들수록, 나의 취향이 어느 한 점으로 수렴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점은 미세하게 위치를 조정하며 더욱 정교해 짐을 느낀다. 이 감각은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다. 그러므로 여행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취향을 고취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다음 드는 생각은 ‘나는 왜 취향을 갈구하는가?’, ‘취향을 고취해야 하는가?’이다.  취향은 타인과 구별되는 개인의 독특한 영혼이다. 남들과 같은 영혼을 갖고 살아간다면 존재감은 상실한다. 내가 존재한다는 느낌, 살아 있다는 감각, 삶에 대한 애착은 남들과 다른 개인의 독특한 영혼에서 나오고 영혼은 취향을 고취함으로써 구별된다.

두 번째 교토 여행이다. 첫 교토 여행은 오사카 비즈니스 트립에 개인 휴가 1박을 더한, 게다가 호시노야 교토 방문에 치중했기에 교토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내와 4박 5일 일정으로 교토 구석구석을 탐방하며 취향을 고취시키고자 했다. 이번 교토 여행의 거점이 될 숙박처는 마루후쿠로 교토이다. 마루후코로 호텔 교토는 과거 1930년 쇼와시대 초기 유행한 아르데코 스타일로 지어져 닌텐도 사옥으로 쓰였던 건물을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를 거쳐 수선 및 증축하여 2022년 개관한 호텔이다. 객실 총 18개를 갖춘 부티크 호텔로, 기존 디자인을 최대한 살린 기존동 3개와 그 사이에 삽입된 신규동의 대비가 눈에 띈다.

나는 새로운 것보다는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 오래된 것 중에서도 그것을 만든 사람과 사용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을 선호한다. 즉 헤리티지와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30대에 들어서며 생긴 취향이다. 내가 20대에 디자인을 전공하며 쌓은 미니멀리즘의 취향이 더해진 헤리티지와 오리지널리티라면 나는 선호하는 것을 넘어 열광한다. 마루후쿠로 호텔은 오리지널리티와 해리티지가 분명한 호텔이다. 그 시대의 번영과 호화가 느껴지는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안도 다다오의 접근은 미니멀리즘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호텔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추억하고자 호텔에 머물며 느낀 감상을 사진과 함께 기록한다.

 


1. 교토역에서 호텔까지 걸어서 이동

간사이공항 교토역 직행 하루카열차

하루카 열차를 타고 교토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언제나 그렇듯 예상보다 1~2시간 지연되었고, 밤 10시경 도착했다. 

교토역 중앙출구 방면

인상적이었던 교토역의 내부 모습. 10층 높이 천장은 다시 보아도 압도적이다.

교토타워 야경

그리고 교토타워. 지난 여행 때 교토를 낮에만 여행하여서, 교토타워의 야경은 처음이다. 

교토역 앞을 걷는 사람들

교토역에서 호텔까지 걸어서 체크인했다. 도보 15분으로 가까워 보였으나, 심야에 호텔을 찾아가는 건 순탄치 않았다.

구글지도 내비게이션

구글지도 내비게이션을 켜고 걸었다. 호텔까진 15분 정도였고, 중간쯤 위치한 식당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려 했다. 하지만 예정보다 일찍 닫아서 곧장 호텔로 갔다.

마루후쿠로 호텔 가는 길 1

교토역 앞에서 조금 벗어나니 금세 한산해진 거리.

마루후쿠로 호텔 가는 길 2

한산하다 못해 조금 무섭기까지 하다.

마루후쿠로 호텔 가는 길 3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싶을 때 보이는 교토타워. 15분이 이렇게 멀었나, 싶다.

 


2. 체크인 & 무료 라운지 이용

마루후쿠로 교토 호텔

내비 상으로 도착했다는 것을 인지하고선, 이런 곳에 호텔이? 싶었는데 호텔이 있었다. 어쨌든 마루후쿠로 교토에 잘 도착했다.

마루후쿠로 호텔 입구와 아르데코 장식

'마루후쿠(丸福)'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원'을 뜻하는 마루와 한자로 '복'을 뜻하는 후쿠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원 안에 한자 복( 福 )자가 있다. 닌텐도 창업 당시부터 사용하던 마크라 하고, 이는 그대로 호텔의 로고가 되었다.

마루후쿠로 호텔 화단 석재 마감 장식

아마도 사옥을 지었던 1930년부터 자리를 지켜왔을 화단 석재 마감 장식. 쇼와 시대 초기에 유행했다는 아르데코 장식이 당시의 미의식을 보여준다. 마루후쿠 로고는 이곳에서도 존재한다.

마루후쿠로 호텔 정문

외관 사진을 이리저리 찍으며 서성이고 있으니, 한국인 스태프 분께서 나와 예약자 이름을 호명하며 친절히 안내를 도와주셨다. 감상은 그만하고 체크인을 하러 내부로 들어간다.

마루후쿠로 호텔 로비 복도

1층 로비로 들어가는 복도에 전시된 왜가리 모형. 리모델링 전 벽에 붙여져 있던 벽지를 버리지 않고 해당 모형 제작에 사용했다고 한다. 천장에 자세히 보면 물고기들도 있다. 전 게임회사 사옥다운, 동화 같은 연출이다.

마루후쿠로 호텔 리셉션

4박을 머물렀는데 매일 한국인 스탭이 있어서 한국어로 편리하게 호텔을 이용할 수 있었다. 체크인 안내를 받기 전 접견실을 둘러본다.

마루후쿠로 호텔 접견실

접견실 전경이다. 과거에도 이곳은 닌텐도 사옥 접견실 용도로 쓰였을 것이다. 무료 미니바가 있고, 닌텐도 초장기에 생산되었던 카드와 보드게임을 전시해 두었다. 또한, 해당 건축물을 리모델링과 증축한 안도 다다오 건축가의 작품집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세한 건 다음에 보기로 한다.

접견실 웰컴드링크

체크인을 하는 동안 웰컴 드링크를 주셨다. 걸오는 길이 후텁지근했어서 시원한 차를 한 잔 마셨다.

마루후쿠로 호텔 건물 아이소메트릭

여기서 잠깐, 건물의 배치와 동선을 간단히 설명한다. 마루후쿠로 호텔은 총 4개 동, 스페이드, 다이아, 하트, 크로바 동으로 나뉜다. 이중 3개 동(스페이드, 하트, 크로바)은 과거 닌텐도 사옥으로 쓰이던 옛 건물이고, 1개 동(다이아-사진 상 붉은색)은 안도 다다오 건축가가 건축한 신규 건물이다. 과거 닌텐도 사옥으로 쓰이던 3개 동은 위 사진 상 왼쪽부터 사무동, 주거동, 창고동으로 각각 쓰였다고 한다. 증축된 다이아 건물은 기존 스페이드 동과 연결되어 지어졌다. 그리고 각 동은 야외 복도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이상 설명 끝.

마루후쿠로 호텔 라운지

접견실의 맡은 편 체크인 카운터를 통해서 들어가면 라운지가 있다. (호텔에서는 접견실도 라운지로 부르는 것 같지만, 필자는 구분 편의 상 접견실과 라운지를 구분해서 글을 작성한다. 객실 체크인을 완료하고 방문했지만 글의 흐름상 라이브러리를 먼저 소개한다.)

마루후쿠로 호텔 라운지

라운지는 24시간 운영된다. 무료 미니바와 스낵코너가 운영된다. 다만, 스낵코너는 밤 11시까지 운영되는 걸로 이해했다. (틀린 정보일 수 있다.)

라운지에 설치된 왜가리 액자

라운지에 설치된 왜가리 타일 액자는, 과거 닌텐도 사옥 화장실에 붙어 있던 (현 위치) 것을 액자로 보존한 것이라 한다. 닌텐도의 왜가리 사랑이 남달라 보인다.

라운지 무료 미니바

무료 미니바에는 커피,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탄산수, 주스, 음료, 간단한 안주가 준비된다.

라운지 무료 스낵

무료 스낵코너는 매일 메뉴가 달랐다. 필자가 체크인한 당일에는 빵과 주먹밥이 있었다.

라이브러리에 준비된 무료 스낵코너 장어주먹밥

10시 체크인 후 허기가 졌는데 마침 장어주먹밥이 있어서 한 끼 때웠다.

화이트 와인과 하몽, 체리, 치즈, 초콜릿..

하몽, 체리, 치즈, 초콜릿 등 준비된 안주를 한통씩 꺼내어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었다.

마루후쿠로 호텔 라운지 화이트 와인

무사히 호텔에 체크인한 것에 감사하는 의미의 한 잔.

마루후쿠로 호텔 라운지 라운드 테이블 룸

끼니를 채우고 라이브러리를 좀 더 둘러본다. 라이브러리가 있는 해당 건물은 다이아동으로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신축한 건물이다.

라운지에 걸린 안도 다다오 미당선 건축 설계안 입면도

라이브러리 안쪽 룸에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공모했던 공연장 설계안 입면도와 평면도가 있다.

라운지에 걸린 안도 다다오 미당선 건축 설계안 평면도

오사카 나카노시마 섬에 있는 오사카중앙공회당 건물 내부 리모델링 공모전이었을 게다. 내부를 달걀 모양으로 한 다소 전위적인 설계안으로 보인다. 해당 공모에는 실패하였으나, 나카노시마 섬 내 어린이 도서관 공모에는 당선되어 건축가의 발자취를 그곳에 남긴다. 어쨌든 그런 역사가 있는 평면도와 입면도이다.

라이브러리에 걸린 안도 다다오의 파인아트 작품

해당 작품은 안도 다다오가 그린 작품 '푸른사과'라 한다.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작품 곳곳에서 해당 푸른사과 조형물을 만날 수 있는데, 한국의 뮤지엄산에서도 '푸른사과'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그의 건축 철학인 '청춘'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외에 효고현립미술관에도 해당 조형물이 있다고 한다. 작품의 희망찬 의미까지는 좋으나,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이 청춘이라... 어쨌든 그렇다고 한다. 배도 감성도 채웠으니 객실로 (다시) 향한다.

 


3. 수페리어킹 객실 체크인

마루후쿠로 호텔 각 동을 잇는 야외 복도

3개의 동을 잇는 야외 복도이다. 내부가 아닌 외부를 통해 객실로 이어지는 정취가 일반적인 호텔이 아닌 리조트의 것과 닮았다.

수페리어킹 객실이 있는 하트동 주출입구

예약한 수페리어킹 객실이 있는 하트동으로 들어간다. 입구의 쇼와초기 아르데코 풍 장식이 보존되어 있다. 무겁고 육중한 벽을 보니 과거의 시간대로 전이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하트동 입구 스테인드글라스 마감

내부로 들어가는데 머리 쪽에 화려한 무언가가 반짝여 쳐다보게 된다. 하트동임을 알게 하는 하트모양 해. 그리고 이곳을 상징하는 왜가리 한 마리가 한 발을 쳐들고 있다. (이것마저 과거의 것인지 궁금했는데 미처 스탭에게 묻진 못했다.) 처음 느끼는 묘한 감정을 이해하려 애쓰며 하트동으로 발을 들인다.

하트동 1층 전경과 계단

하트동의 1층은 객실은 없고 스태프룸으로 사용된다. 배정받은 수페리어킹 객실은 3층 6호실이다.

하트동 계단실 조명과 층수 안내판

계단을 오른다. 층수 안내판 마저 스테인드 글라스로 만들어졌다. 건축을 어느 정도 아는 입장에서, 꼼꼼하고 세심하게 챙겨야 할 엄청난 디테일이다.

마루후쿠로 호텔 하트동 계단 마감 디테일

계단실의 마감 디테일도 섬세하다. 유서 깊은 오래된 건물을 다루는 작업자의 겸손한 태도가 전해진다.

하트동 3층에서 바라본 계단실

객실이 있는 3층까지 올랐다. 

하트동 3층에 보존된 거울, 벽타일

3층 복도에는 과거에 쓰였던 거울과 벽타일이 보존되어 있다.

하트동 3층에 걸린 인테리어 디자인 설명 액자

그리고 반대편 벽에는 건물이 지어졌던 당시의 보존자료를 바탕으로 리모델링에 참고한 디자인 설명 액자가 걸려 있다. 마루후쿠로 호텔의 디자인을 이해하는데 직관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하트동 수페리어킹룸 306호 객실 표지판

배정받은 306호 객실을 확인한다.

마루후쿠로 호텔 교토 객실 입구

그리고 문과 마주한다. 손잡이, 자물쇠, 초인종까지 쇼와 시대 초기의 분위기를 되살리고자 세심하게 디자인된 걸 알 수 있다.

객실 자물쇠를 따는 열쇠

꽤나 무게가 나가는 열쇠를 깊숙이 넣고 반시계 방향으로 2바퀴를 돌린다. 그리고 그대로 문을 밀고 들어간다.

마루후쿠로 호텔 객실 열쇠

해당 객실 전용 열쇠다. 열쇠에 객실 번호와 하트동의 상징 마크가 찍혀 있다. 열쇠고리는 닌텐도 사옥으로 쓰이던 당시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간판을 따온 것이다. 이를 새로 제작하기가 꽤나 까다로운지 퇴실 시에는 로비 카운터 직원에게 되도록 맡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마루후쿠로 호텔 수페리어킹 객실 전경

수페리어킹 306호 객실 전경이다. 들어가자마자 왼쪽으로 TV와 벽난로가 보이고 중앙에 2인용 테이블이 놓여 있다. 정면으로 화장실 세면대가 보인다.

수페리어킹 객실 천장 장식과 조명

천장에는 아르데코풍 우물장식이 있고, 그곳에 2개의 펜던트 조명이 달렸다. 과거에 필자가 안도 다다오 건축가가 서울에 설계한 재능아트센터 취재 당시 무엇이든 2개를 나란히 배치한 건축적 디테일을 유심히 본 기억이 있는데,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구차하지만, 해당 펜던트 조명 2개의 배치도 당시의 건축적 디테일을 연상 캐 하는 것이었다.

수페리어킹 객실 TV리모컨과 메모지

벽난로 난간에는 카드 모양의 메모지와 볼펜, TV리모컨, 화장지가 놓여 있다. 각 용도에 맞게 제작된 목각 트레이에서 세심함이 엿보인다.

수페리어킹 객실 벽난로

벽난로는 과거 닌텐도 사옥 거주동에 쓰이던 것을 그대로 남겨둔 것이라 한다. 당연히 안전 상의 이유로 사용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벽난로가 존재하는 분위기 자체(옹색해 보이지만, 나무 모형도 놔 두었다)로도 객실이 심적으로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수페리어킹 객실 옷장

객실의 옷장에 설치된 문 또한, 과거에 쓰이던 것 그대로다. 나뭇결 모양을 살려 이리저리 조합해 문 짝을 구성한 디테일에서 무엇하나 아름답게 만들고자 했던 당시의 장인적인 정서가 느껴진다.

수페리어킹 객실 옷장 장식

2022년 신축 호텔답지 않게 옷장 문이 삐그덕 거리는 건 그 때문이다.

수페리어킹 객실 옷장 손잡이

손잡이를 열면 문 내부에 전신 거울이 있다. 이 해진 손잡이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시대에 잡았던 걸까,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연다는 것조차 이곳에선 깊은 사유의 행위가 된다.

수페리어킹 객실 옷장 내부

옷장의 문만 옛것이지, 안쪽은 튼튼한 새것이다. 마음 놓고 캐리어를 올리고 옷을 건다.

수페리어킹 객실 미니바 상부 오픈장

옷장 옆으로는 미니바 상부 오픈장이 있다. 생수가 넉넉히 준비되어 있고, 발뮤다 커피포트가 있다. 이곳의 커피어메니티는 핸드드립인 것이다. (사진은 없지만 지역의 커피 브랜드인 머머커피 murmur coffee 와 협업하여 제작하였다. 유명 커피숍인지, 맛있다.)

수페리어킹 객실 무료 미니바

객실에 마련된 해당 미니바는 전부 무료라 한다. 맥주를 포함 각종 음료가 있다. 늘 그렇듯 여행을 하다 보면 객실 내 음료를 많이 먹지 않게 되지만 무료라니, 괜히 마음이 놓인다.

수페리어킹 객실 침대

수페리어킹 객실의 침대이다. 침대 해드가 없는 건 아쉬웠으나, 넓은 킹사이즈 침대는 매우 편안했다. 돌이켜보면, 침대 해드가 없는 건 침대에 기대어 책을 읽지 못하기 때문인데, 책은 가져갔지만 읽기도 전에 잠에 들었기에 침대 해드가 없는 건 중요치 않았다.

수페리어킹 객실 베드 취침등과 마샬 블루투스 스피커

취침등은 구리로 만든 하단부를 터치하면 밝기조절과 끄고 켜기가 가능한 방식이었는데, 구리라는 물성을 터치한다는 감각이 아날로그적으로 느껴져 객실과 어울린다 생각했다. 충전식 무선 스피커는 마샬의 것으로 작지만 훌륭한 음질을 제공했다.

수페리어킹 객실 화장실 전경

세면대는 화장실과 욕실과 구분되어서 사용하기 편했다. 다만, 세면대가 1개여서 아침에 외출 준비하는 데 불편했다. (이보다 요금이 낮은 다이아동 신축 객실은 세면대가 2개였던 점이, 조금 아쉽다.) 최근 고급 호텔에는 일반 객실에도 세면대가 2개인 곳이 많다.

수페리어킹 객실 세면대

세면대 온수, 냉수 레버가 따로 분리되어 있어서 사용하는데 조금 불편했다. (온수 정도를 조절하기도 힘들거니와, 손에 물을 묻히고 양쪽 레버를 돌리기가 번거롭다.) 하지만 보기엔 예쁜 것. 핸드위시와 바디로션 향이 너무 좋아서 브랜드를 찾아보았다. 올타나 Oltana 라는 브랜드의 것이었는데, 이곳의 홈페이지에 가보니 핸드워시를 판매하지 않았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마루후쿠로 호텔 한정으로 특수 제작된 것이라 한다.

마루후쿠로 호텔 욕실 어메니티

이곳의 어메니티에 실로 만족했다. 없는 게 없다. 칫솔치약은 물론 치실까지. 헤어밴드, 면봉(오돌토돌하기까지)도 있다.

마루후쿠로 호텔 욕실 어메니티 면도기와 쉐이빙폼

매일 면도날로 면도하는 남성으로서 감동받은 어메니티는 쉐이빙폼. 가져간 여행용 전기면도기를 제쳐두고 매일 칼날로 면도하는 상쾌함을 느꼈다.

수페리어킹 객실 세면대 하부 오픈장과 타올

객실 디자인이 꼼꼼하다고 느낀 건 세면대 하부 타월장 아래 바구니가 있어 사용한 타월을 정리해 둘 수 있었던 부분이다. 호텔에 묵더라도 사용한 물건은 되도록 정리를 해두는 편인데, 이렇게 자리까지 마련해 주니 얼마나 좋은가.

수페리어킹 객실 화장실

화장실은 이렇다. 교토의 여느 변기는 자동으로 문이 열려서 감동받았다.

수페리어킹 객실 욕실

욕실은 좌식으로 샤워할 수 있게 의자와 양동이가 있다. 귀여운 것은 물론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넓은 욕조도 매일 사용했다.

마루후쿠로 호텔 욕실 어메니티 입욕제

욕실 어메니티로 제공되는 히노끼향 입욕제. 네한도쿄 NEHAN TOKYO 라는 욕실 어메니티 브랜드와 협업하여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마루후쿠로 호텔 잠옷

아주 편안한 잠옷도 준다. 입은 걸 또 입어도 되는데 매일 새로운 잠옷을 주신다. 다행히 새것을 입지 않으면 다음날 추가로 더 주시진 않았다.

수페리어킹 객실 방해금지 문걸이 푯말

아침 산책을 나갈 때 방해금지 푯말을 걸까 싶어, 이곳은 어떻게 디자인되었나 살펴보았다. (이는 디자인 호텔을 찾아가서 발견하는 특별한 재미다.) 일본 전통적인 무엇으로 보이는 실장식으로 디자인되어 있더라. 이걸 이렇게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냈을 디자인회사 직원의 PT 장면이 떠오르며 속으로 귀엽다고 외쳤다.

마루후쿠로 호텔 수페리어킹 객실 동향 아침 햇살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암막커튼을 치지 않고 잠들었는데, 동향 전면창 너머로 6시부터 밝은 기운이 객실로 한껏 들이닥쳤다. 다소 피곤하게 기상했으나, 여행의 첫 아침이 설렌다.

수페리어킹 306호 동향 창

여행 첫 아침의 창밖을 보기 위해 커튼을 여는 행위는 언제나 설렌다.

수페리어킹 306호 동향 창문 밖으로 보이는 교토 주택가 풍경

상쾌한 공기의 교토 주택가 풍경이 이국적이다.

수페리어킹 306호 남향 창 안도 다다오 건축 입면

해당 객실의 남쪽 창문은 신축된 다이아동의 벽면으로 가려져 있어서 환기창으로만 쓰인다. 하지만 건축을 공부한 필자로서는 창문에 보이는 안도 다다오의 시그니처와 같은 노출콘크리트 마감이 하나의 작품 같이 느껴졌다.

수페리어킹 306호 동향 창 밖 건물 틈으로 보이는 풍경

남향 창문을 열고 비틀어 보면 노출콘크리트 건물 너머로 주택가가 보인다.

수페리어킹 객실 화장실 환기창

화장실에도 환기창이 있다. 창이 넓고, 반대편 건물로 막혀 있어서 프라이버시도 보장되어 좋았다. 다만, 방충망이 없어서 간밤에는 밝은 불빛을 보고 벌레가 꼬이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욕실 습기를 빼기 위해 환기창을 여는 것이 쾌적하오니, 혹시나 호텔 담당자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방충망 설치를 고려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마루후쿠로 호텔 객실 의자

아내가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가구에 관심이 많은 나는 가구 브랜드를 슬쩍 살펴보았다.

마루후쿠로 호텔 객실 의자 브랜드

칸디하우스 CandeHouse 의 라벤더 다이닝 암체어이다. 나카무라 노보루가 디자인했으며, 디자인된 시기는 무려 1978년이라 한다. 보통내기 의자를 둔 것이 아니었다.

마루후쿠로 호텔 객실 테이블

테이블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마루후쿠로 호텔 객실 테이블 고정레버

중간에 틈새가 있어서 테이블 아래를 보니 고정 레버가 보였다.

마루후쿠로 호텔 객실 테이블 익스텐션

역시나 익스텐션 기능이 있는 테이블이었다. 하지만 익스텐션 용 상판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해당 기능은 이곳에선 무용지물이다. 아내가 외출 준비를 마쳤다. 가구 감상은 이상 마친다.

마루후쿠로 호텔 무료 미니바 애플 주스와 구리 컵

외출 전 일정 상의 차 잠시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한다. 무료 미니바를 이용하지 않으면 아쉬우니 사과주스 한 병을 나누어 마셨다. 구리를 두들겨 만든 컵이 시원한 음료를 마실 때 기분을 좋게 했다. 교토의 어느 상점가에서 해당 구리 컵과 같은 메이커의 것인진 모르겠으나, 이런 컵이 한화로 10만 원에 육박하여 상당히 놀랐다. 장인의 섬세한 터치가 필요한가 보다, 생각했다.

마루후쿠로 호텔 하트동 2층 복도 전경

외출하러 나가는 길 2층 복도를 지난다. 2층 복도는 각진 창문을 따라 난간이 벤치로 디자인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무심하게 몇 권을 비치해 두었다.

마루후쿠로 호텔 하트동 2층 복도에 놓인 요리 책들

이곳에 배치된 책은 요리 책인데, 아마도 호텔 레스토랑 카르타 Carta 를 감수한 호소카와 아이(細川亜衣, ほそかわあい) 씨의 저서가 아닐까 싶다. (카르타에서 조식을 맛보고 크게 감동하여 저녁도 한 끼 먹었는데, 매우 만족했다. 해당 글에 이어서 카르타 리뷰를 남기려 한다.) 책을 하나하나 살펴보진 않았어서 지금에야 확인할 순 없다.

마루후쿠로 호텔 하트동 1층 천장 디테일

간밤에 체크인하면서 보았던 스테인드 글라스는 동향의 기운을 받아 더욱 반짝였고, 천장의 디테일 역시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루후쿠로 호텔 하트동 1층 전경

이 아침 햇살이 창살로 비치는 풍경은 오랜 세월 이곳을 드나든 닌텐도 관계자가 보았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느 건축이 보존된다는 것은, 세대를 거듭하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장소가 보존되는 건 아닐까?

 


4. 호텔 라운지와 라이브러리

마루후쿠로 호텔 야외 복도 전경 (로비에서 레스트랑 방면)

객실이 있던 하트동을 빠져나온다. 산뜻한 봄 공기에 아침 햇살이 피부에 닿으니 기분이 좋았다.

마루후쿠로 호텔 로비 복도 전경

라운지와 라이브러리를 둘러보러 로비로 향한다.

마루후쿠로 호텔 로비 천장 장식

천장에는 물고기 모형 장식이 설치되어 있다. 앞서 체크인 시에 말했듯 해당 모형은 과거 닌텐도 사옥에 쓰인 벽지를 재생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마루후쿠로 호텔 로비

접견실과 체크인 카운터 사이 계단실이 있는 로비 전이공간.

마루후쿠로 호텔 로비 인테리어 디자인 설명 액자

로비 한쪽 벽면엔 과거 닌텐도 사옥 당시의 자료와 이에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 디자인 설명이 액자로 걸려 있다.

마루후쿠로 호텔 로비 게스트북

호텔을 오가며 방명록을 쓸 수 있도록 게스트북이 놓여 있다. 나도 마지막날 체크아웃하며 한 페이지를 작성하였다. 대충 즐겁고 스태프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마루후쿠로 호텔 로비 시계

호텔 로비에 전시된 시계 역시 과거에 있던 것 그대로를 보존한 것이다. 시간마저 고장난 혹은 약이 다 되었던 당시의 그대로 멈춰 있다.

마루후쿠로 호텔 접견실 전경

체크인 당시에 자세히 둘러보지 못한 접견실을 다시 둘러본다.

마루후쿠로 호텔 접견실 전경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꾸며진 접견실. 구석구석 귀여운 포인트들이 있다.

마루후쿠로 호텔 접견실 내 기념품 진열대

마루후쿠로 호텔에는 기념풍 몇 가지를 판다. 카드놀이와 화투, 열쇠고리, 건축엽서 등. 나는 기념품으로 닌텐도 마크가 찍힌 카드놀이와 열쇠고리를 사 왔다. (화투를 살 걸 그랬나 아쉽다. 화투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다.)

무루후쿠로 호텔 접견실 내 책장 진열대

기념품 진열대 아래 오픈장에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집이 진열되었다.

안도 다다오 작품집 내 건축가 스케치와 사인

처음엔 눈치채지 못했으나, 책을 보다 보니, 각 책마다 첫 페이지에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스케치와 사인이 있었다. 굉장히 귀중한 것 같으면서도, 책마다 있으니 그리 대수로운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쨌든 책마다 스케치와 친필 사인이 있는 것은 대단했다.

마루후쿠로 호텔 접견실 무료 미니바 전경

접견실 한쪽엔 간단한 무료 미니바와 과거 닌텐도에서 만든 보드게임 몇 점이 있다.

마루후쿠로 호텔 접견실 내 레고 건축 모형

나의 눈길을 유독 끈 것은 역시 건축과 관련된 레고 모형이었다.

마루후쿠로 호텔 레고 모형

레고로 마루후쿠로 호텔의 건물을 그대로 옮겨 만들어 둔 것인데,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니라 실제 해당 건축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푸른 회색으로 마감된 건축물이 신축된 동이고, 밝은 베이지색으로 마감된 건축물이 과거 닌텐도 사옥으로 쓰인 3개의 동이다. 신축 건물이 절묘하게 삽입되었다.

마루후쿠로 호텔 라이브러리 계단실

접견실 구경을 마치고 위층 라이브러리로 올라간다.

마루후쿠로 호텔 라이브러리 복도 내 미디어 전시 작품

라이브러리 복도에 미디어 전시 작품이 있었는데, 잘 이해하진 못했고 신기해서 찍어 두었다. 어쨌든 이런 작품이 있다.

마루후쿠로 호텔 라이브러리 전경

안내받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면 라이브러리가 펼쳐진다.

마루후쿠로 호텔 라이브러리 전경

푸른 자연광과 각 진열장마다 불을 밝히는 따뜻한 조명을 이루며 풍부한 지적 공간을 구성한다.

마루후쿠로 호텔 라이브러리 전경

각 진열장마다 닌텐도와 관련한 책과 전시품이 진열되었다. 닌텐도 스위치 OLED 모델을 갖고 만족스럽게 사용하는 유저 입장에서 메이커 브랜드의 역사를 잠시나마 살펴보는 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마루후쿠로 호텔 라이브러리 안내문

라이브러리에 닌텐도 기업에 대한 대략적인 안내문이 적힌 인쇄물이 비치되어 있다.

라이브러리에 전시된 닌텐도 기업 관련 서적

그리고 닌텐도와 관련한 서적들도 비치되어 있고,

라이브러리에 전시된 닌텐도 수퍼닌텐도 1992

각종 오래전 게임기 모델들도 만나볼 수 있다.

라이브러리에 전시된 닌텐도 스위치 부식 모형

이건 아무리 보아도 21세기에 생산된 닌텐도 스위치인데, 수 백 년 전 침몰한 배에서 건저 올린 듯한 희귀한 부식감은 무엇일까? 아마도 작품이 아닐까 싶다.

라이브리에 전시된 닌텐도 패미콤 1983

그리고 패미콤도 있다. 본체 양 옆에 컨트롤러를 설치하는 방식이 지금에 와서 보니 어쩐지 닌텐도 스위치와 닮았다.

라이브러리에 전시된 닌텐도 사옥 안내문

또한, 아주 오래된 것 같은 닌텐도 사옥 전경이 첨부된 프린트물도 전시되어 있다.

라이브러리에서 본 라운지바

라이브러리 반대편에는 라운지바가 있다.

마루후쿠로 호텔 라운지바

라운지바에서 무료로 술을 마실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용하진 못했고 둘러보기만 했다.

마루후쿠로 호텔 야외 공용 테라스

라이브러리와 라운지바 사이에 야외 공용 테라스가 있다. 밤 날씨가 좋다면 이곳에서 술을 한 잔 해도 좋을 것이다.

마루후쿠로 호텔 로비 입구에 설치된 왜가리 모형 작품

교토를 본격적으로 여행하기 위해 호텔을 나선다.

마루후쿠로 호텔 로비 입구에 전시된 오래된 자료들

호텔을 나서는 순간까지 오래된 무언가 들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온다.

 


5. 마루후쿠로 호텔 외관

마루후쿠로 호텔 외관 전경

호텔을 빠져나와 환한 아침 햇살 아래 건축물 전경을 살펴본다.

마루후쿠로 호텔 외관 전경

100년 동안 이곳의 풍경은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쇼와시대초기 아르데코풍의 건축물은 지금 보아도 럭셔리하고 아름답다.

마루후쿠로 호텔 증축된 다이아동 전경

그리고 안도 다다오가 증축한 동의 마감은 역시 그의 시그니처인 노출 콘크리트.

마루후쿠로 호텔 증축된 다이아동 울타리

길가에서 살펴보면 두 건물의 따뜻하고 차가운 대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거리의 분위기를 한껏 세련되게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루후쿠로 호텔 구관과 신관의 입면 대비

호텔 정면에서 보면 기존동과 신축동의 마감과 장식의 대비는 더욱 두드러진다.

마루후쿠로 호텔 다이아동 입면 노출 콘크리트 마감

오래전 건축에 꿈을 품고 지내던 대학생 시절,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연립주택을 방문하고픈 바람이 있었다. 그곳을 방문하진 못했지만, 입면을 노출콘크리트로 막아버리는 이 과감한 건축물을 마주하니, 스미요시 연립주택의 느낌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복싱을 하다 건축가로 과감히 전향한 안도 다다오,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부딪혀 온 그의 다소 거친 삶의 태도가 마루후쿠로 호텔 건물이 한 세기 동안 간직해 온 꾸밈없는 날것의 정취를 지켜낸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