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5.
7년 동안 3곳의 중소기업을 다녔다. 요즘 중소기업이 비아냥의 대상이지만, 난 중소기업에 다니는 게 좋았다. 나의 존재감을 느끼고 다양한 업무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대표 옆에서 비즈니스 경영을 간접적으로 겪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월급이 적을지라도 이를 대기업에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며 7년을 보냈다. 그리고 중소기업에서 채득한 다양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제너럴리스트가 된 것이 1인 기업을 경영하는데 큰 자양분이 되었다.
이 글은 비즈니스 카테고리 연재 중으로 ‘01. 7년 사회생활을 하며 키운 1인 기업의 꿈’ 편이다. 이번 편에서는 지난 7년 사회생활을 하며 배우고 느낀 점들을 기록하고, 왜 1인 기업을 꿈꾸었는지를 밝힌다. 연재 첫 글과 목차 보기
자아연출의 피로감
나는 줄곧 혼자서 일하는 환경을 동경해 왔다. 왜 혼자서 일하고 싶었을까 좀 더 깊이 내 감정을 들여다 보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자아연출의 피로감이 있다. 나는 내향적이고 거절을 못하며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각기 다른 관계에 맞춘 가면을 쓴 채로 자아를 연출한다. 이는 엄청나게 피곤한 일이다. 조원들 앞에서 착한 가면을 벗지 못하고 조별과제를 혼자 하는 게 마음이 편한 그런 사람인 것이다. (나는 전 세계 1% 희귀성 INFJ이다) 사람들에 맞추고 일을 나서서 하다 보니 정작 내 삶에 소중한 것에는 소홀했다. 내 삶이 끔찍하다고, 자신에게 환멸을 느꼈을 때 퇴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파레토 법칙
회사를 먹여 살리는 20%의 인재가 있다. 나머지 80%는 짜여진 조직 구조 안에서 대체 가능한 자원으로서 구색을 갖추는 정도이다. 조금 과한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며 나 또한 80%에 속하며 20% 인재를 동경하고 그들에게 고마워했다. 그들이 버는 돈을 회사 구성원인 내가 함께 나누어 갖기 때문이다. 그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자신에 대한 회사의 대우(주로 연봉과 성과급)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합당한 불만이다. 그들은 회사를 나가 홀로 무언가를 하는 편이 더 큰 수익을 창출할 확률이 높다. 그들이 불평하며 회사에 남아 있는 건 아이디어와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제너럴리스트
중소기업에서 이런저런 일을 배우며, 나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가 되었다. 동료가 기피하는 새로운 일을 맡으면 최대한 빠르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해내고자 노력했다. 항상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이 되다 보니 한가지 업무에서 최고 수준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 스스로 무너져버렸다. 그때 나는 사회생활에서 더 이상 높은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느꼈고,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 길러온 제너럴리스트의 역량을 바탕으로 홀로서기에 나설 것인가.
프로 N잡러
7년간 중소기업을 다니는 동안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고자 3가지 부업을 했다. 그것은 프리랜서 에디터, 에어비앤비, 스마트스토어다. 프리랜서와 에어비앤비는 내 직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내적동기의 부업이었다. 글쓰는 일을 했고, 온라인여행사에서 호텔을 취재하며 숙박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스토어는 외적동기의 부업이었다.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으로 에어비앤비 운영이 어려워졌고, 돌려받은 에어비앤비 보증금으로 무언가 새로운 부업을 찾던 중 신사임당 유튜브에서 본 스마트스토어 창업 다마고찌를 시험 삼아 따라해 본 것이다.
3가지 부업의 월 수익과 투자금 대비 월 환산 수익률을 표로 비교했다. 혼자서 실제로 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한 단일 표본이므로 일반화하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순전히 글의 흐름을 보강하는 참고자료로 봐주길 바란다.
부업종류 | (월 환산) 투자금* | 월 수익 (수익률) |
프리렌서 에디터 | 없음 | 50만원 |
에어비앤비 | 100만원 | 50만원 (50%) |
스마트스토어 | 100만원 | 100만원 (100%) |
*(월 환산) 투자금: 투자금을 월로 환산한 값. 에어비앤비 초기 인프라 비용을 감가삼각 5년(60개월)로 계산하고, 반전세 보증금을 연 3%로 계산해 월세와 관리비, 청소비, 수수료 등을 더한 값. 스마트스토어 상품 매입비용은 정량적 비교를 위해 첫 한 달 동안 판매된 상품 수량에 맞추어 계산한 값.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근삿값 표기.
1인 기업의 시작
코로나로 끝난 에어비앤비의 대안 부업으로 시험 삼아 시작한 스마트스토어였지만, 나는 이것이 1인 기업으로 독립할 기회임을 바로 알아챘다. 프리랜서 에디터는 수익이 불안정하고, 에어비앤비는 사업 확장성이 부동산 계약금 대출 등으로 제한적인 반면, 스마트스토어는 수익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사업 확장성이 무한하며 수익률도 높았다. 단순 계산으로 물건을 100만 원 치 사면 100만 원 수익이 돌아오고 1,000만 원 치 사면 1,000만 원 수익이 돌아온다. 돌이켜 보면 운이 좋았다. 처음 테스트로 선정한 아이템이 마진율이 높아 공격적인 광고를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당시 퇴사 후 이직하기로 한 4번째 회사를 깔끔하게 포기하고, 집 근처에 작은 창고를 빌려 1인 기업을 차렸다.
시작할 때만 해도 목표한 매출을 이루고 적절한 수익률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음 글에서는 ‘1인 기업에 최적화된 이커머스 비즈니스 환경’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