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29.
며칠전 아이리버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아스텔앤컨의 제품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스텔앤컨의 휴대용 제품 디자인을 리뉴얼하는 팀과의 자리였는데요, 그들은 기존 아스텔앤컨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기술적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손실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기기로 전문가에게 인지도가 높은 만큼 최상의 기술이 접목된 것인데, 디자인에서까지 그런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새한정보시스템과 아이리버가 내놓은 제품이 MP3의 대중화에 역할을 했지만 결국 왕좌는 애플의 iPod에(iTunes를 차치하고 유저인터페이스만 보더라도) 내 준 것과 유사한 흐름이라 할까요? 현재의 아스텔앤컨의 디자인은 음악의 감성을 담기보다, 기술적 감성이 담겨 전문가가 아니라면 사용하기 꺼려지는 디자인임에 공감했습니다.
런던 디자인페스티벌에서 삼성과 가구 디자이너인 부홀렉 형제가 협업한 셰리프 TV를 보며 앞으로 TV를 집안에 들여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꼭 필요한 TV 프로그램은 컴퓨터 인터넷으로 보기 때문에 TV의 필요성을 잘 못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가끔, 오늘같이 명절이라 고향에서 하루종일 누워 TV를 보는 여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기도 하지만, 벽 한가운데 -마치 블랙홀 같은- 화면이 걸려 있는 걸 생각하면, 금방 바보가 될 것만 같은 위기감이 듭니다. 하지만 셰리프 TV를 본 순간, 아 TV도 가구가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셰리프 TV는 필립 존스의 글라스 하우스에 들여도 손색없을 만한 가구입니다.
이번 매거진B에서 다룬 브레빌은 주방 가전 제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브랜드입니다. 책에서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진화하는 식음료 가전제품의 트렌드를 짚으며 유저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조명했습니다. 직접 사용하지는 않고 단지 책으로만 본 상태로 브레빌의 디자인이 뛰어난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불편했던 점은 제품이 '전문가의 느낌'이 들어서 소비된다고 평가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일반 소비자가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고 그런 느낌을 소비하는 것에서 드는 만족감은 거짓이다,라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디자인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분명하다면 디자인이 전문적인 영역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편안하게 녹아드는 것이 아닐까요? 부홀렉 형제가 제안한 TV 디자인처럼 말입니다. 새롭게 제안될 아스텔앤커 휴대기기의 디자인과 시장의 반응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