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3.
엘름그린&드라그셋 Elmgreen&Dragset은 각각 덴마크와 노르웨이 출신의 북유럽 작가입니다. 대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는 헨릭 빕스코브 Henrik Vibskov도 북유럽 출신의 작가로, 문화의 중심인 서유럽의 변방에서 주목 받는 작가로 소개되곤 합니다. 그런 만큼 주류 예술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은 독특함이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건축, 디자인, 연극 등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며 재치 있는 동시에 시대 비판을 담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의 지난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10년전 작품인 프라다 마파 Prada Marfa입니다. 작가 스스로 Pop architectural land art project라 일컬은 이 설치물은 미국 텍사스 서부 인적이 드문 도시인 마파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프라다 매장입니다. 출입문을 포함해 모든 건축 요소가 장식으로, 건축적 역할을 하지 않는 이 설치물에는 2005년 당시 프라다의 신상 제품들이 쇼윈도에 진열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반달리즘 Vandalism으로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어 내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세종대로를 따라 남대문으로 향하면 만나는 천개의 플라토 공항 광고, 전시는 전시장 안과 밖을 넘나든다.
천 개의 플라토 공항 리뷰 : 맥락의 재구성
엘름그린&드라그셋은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건축적 요소에 영감을 받아 미술관을 공항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천 개의 플라토 공항 Aéroport Mille Plateaux'이라는 전시 제목은 질 들뢰즈 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 Félix Gattari의 저서인 '천 개의 고원 Mille plateaux'의 언어유희이기도 하고 공항이라는 장소는 책에서 말하는 리좀적 특성이 잘 나타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느 작가의 개인전이 그렇겠지만 이 전시에는 신작과 함께 그들의 지난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었습니다. 그들의 과거의 작품들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작품이 모여 만들어 내는 맥락-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들이 주목한 것은 삼성미술관 플라토가 갖는 장소의 맥락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일 것입니다. 프라다 마파 설치물이 그랬듯, 작품 자체에 의미보다 작품이 도시 속에서 갖는 맥락, 시대의 변화와 예기치 못한 시시각각의 상황이 더 흥미로운 것입니다. 안소연 전시 기획자의 말대로 정치, 외교, 경제, 언론의 중심으로서의 세종대로의 권위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세종대로의 남단, 사대문 안의 남쪽 끝에 있는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일시적으로나마 공항이 되어 대중에게 도시 맥락의 변화를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전시장에 가득한 초현실적인 외로움에 있다가 나오니 포근한 도시를 잃어가고 있다는 슬픔이 엄습했습니다.
천 개의 플라토 공항 Aeroport Mille Plateaux 2015
출발 Departures 2015
모던 모세 Modern Moses 2006 (사진제공 : 삼성미술관 플라토)
기부함 Donation Box 2006, 이 자리는 당신 것일 수 없다 This Space Can't Be Yours 2006 (사진제공 : 삼성미술관 플라토)
반입금지 물품 Restricted Goods 2015, 뒤집힌 바 Inverted Bar 2014
미수취 수화물 Uncollected 2005, 무력한 구조물 247번 Powerless Structures Fig.247 2001 (사진제공 : 삼성미술관 플라토)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I Am Thinking of You 2007, 전시 티켓 Exhibition Ticket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