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OUT OF THE BOX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 리뷰 / 네임리스건축, 와이즈건축, 프로젝트 팀 문지방

2015. 10. 31.

그저께 비가 온 뒤 날씨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가을의 정점을 찍고 서서히 겨울로 계절이 기울고 있는 것 같습니다. 푹 자고 난 토요일 아침, 베란다 문을 여니 찬 바람이 상쾌하게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시야도 좋아서 멀리 회사 건물의 차가운 외피가 손에 닿을 듯했습니다. 집에만 있기 아쉬워 마감 기간이라 미뤘던 금호미술관 'OUT OF THE BOX' 전시를 둘러 보았습니다. 건축과 재료를 주제로 하는 전시인데요, 평소 동경하던 건축가들이 참여해서 꼭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한 터였습니다.


금호미술관의 전시 'OUT OF THE BOX'의 부제는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입니다. 미술관 측은 "30~40대 건축가 6팀과 함께 재료의 다양한 가공과 구축 방법을 통해 건축적 재료의 감성과 확장 가능성을 확인해보고자 기획"했다고 합니다. 건축가 6팀 네임리스건축-벽돌, 와이즈건축-대나무, 조호건축-종이, 프로젝트 팀 문지방-플라스틱, 더_시스템 랩-철, 건축사사무소 53427-3D 프린터(아크릴)는 각각의 재료를 갖고 구조적 탐구의 결과물을 전시했습니다.


전시명 : OUT OF THE BOX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

전시 장소 : 금호미술관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8

참여 작가 : 와이즈건축, 조호건축, 네임리스건축, 프로젝트 팀 문지방, 더_시스템 랩, 건축소 사무소 53427 

전시기간 : 2015-09-18 ~ 2015-12-13


금호미술관 OUT OF THE BOX 전시 티켓

금호미술관 OUT OF THE BOX 아카이브 룸(3층)


나은중, 유소래 건축가가 이끄는 네임리스 건축은 미술관 측의 소개를 그대로 옮기면 "예측 불가 시대에 단순함을 구축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정형화된 형식에서 벗어난 건축적 실험을 해오고 있는" 건축가입니다. RW콘크리트 교회(후에 추가된 첨탑은 아쉽습니다만..)와 삼각 학교의 대표작에서 느껴지는 기하학적이고 과감한 매스. 콘크리트의 육중한 무게와 유리의 가벼움의 명쾌한 대비가 세련되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놓고 보아도 자기 언어를 구축하고 있는 드문 젊은 건축가라고 생각합니다.


네임리스 건축은 완공 건축보다 미술관에서 더 만나기 쉽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다룰 전시도 그렇지만 그동안 눈여겨 봐온 전시를 꼽자면, 현대카드와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주최하는 젊은건축가프로그램 YAP에서 지난 2년간 보여준(비록 실현은 못된 계획안이지만) 전시, 그리고 아름지기에서 열린 '소통하는 경계, 문(門)', 갤러리정미소에서 열린 '옆집탐구' 전시 등 미술관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오고 있는 건축가입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유휴공간을 주제로 한 전시에 참여하고 있죠.


네임리스건축 인터뷰 영상

네임리스건축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

네임리스건축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

네임리스건축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


네임리스건축이 금호미술관의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은 삼각학교에서 고민했던 재료적 실험의 연장선에 있는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입니다. 삼각학교는 폐쇄적인 한국 교육 공간을 건축적으로 바꾸어보고자 삼각형의 형태에 투명한 공간의 가치를 유리를 통해 드러낸 것이었다고 하는데, 삼각학교 프로젝트에서 유리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게 되었고 그 생각을 발전시킨 것이 이 작품입니다.


네임리스건축이 구축한 것은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벽'이라는 물질"입니다. 불투명에서 투명으로, 무거움에서 가벼움으로의 그라데이션을 특수 제작한 '유리 벽돌'과 일반 벽돌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네임리스건축의 유소래 소장은 금호미술관의 인터뷰에서 "흔히 무거움과 가벼움은 질량의 차이로 인식하는데 그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탐구"도 함께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리적 벽의 경계를 흐리는 실험이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될 것인지 관심을 가지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와이즈건축 인터뷰 영상

와이즈건축 '띠의 구조'

와이즈건축 '띠의 구조'

와이즈건축 '띠의 구조'


모든 건축가의 전시가 어느정도는 그렇겠지만, 네임리스와 같이 실제 건축 작품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전시를 선보인 건축가는 와이즈건축입니다. 와이즈건축은 작년 오픈하우스서울 오픈스튜디오도 다녀왔을 만큼 좋아하는 건축가인데요, 지난 다큐멘텀 3에서도 소개되었고 올해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북촌 어둠 속의 대화에서 실험한 '대나무의 연장선에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영상에서는 중국 용추안에 의뢰받은 대나무 파빌리온의 실험이서 이 작품이 탄생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와이즈건축이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작품-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ABC 사옥-들은 벽돌이 주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 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어둠 속의 대화는 유리와 철골이라는 재료가 사용되었지만, 대나무라는 자연적인 재료를 발의 형태로 끌어들였죠. 와이즈건축의 장영철 소장은 인터뷰에서 "대나무는 미학적이고 수공예적인 느낌의 따뜻함을 간직한 재료"라고 설명했는데, 벽돌과 대나무와 같이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에 관심이 많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재료를 주제로 하는 전시와 관련해 "재료가 구조가 되고 구조가 공간이 되어서 사람의 행위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건축에서 재료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전시된 작품은 아시아의 재역 재료로서의 대나무, 대나무가 지니는 탄성과 다양하게 엮는 방식의 가능성에 대한 와이즈건축 실험의 결과물입니다.



조호건축 'Waffle Valley'

건축사사무소 53427 'Simply Complex'

프로젝트 팀 문지방 'Temple Flake'

프로젝트 팀 문지방 'Temple Flake'

더_시스템 랩 'Steel Igloo'

더_시스템 랩 'Steel Igloo'


이외에 조호건축은 주변에서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구조적으로 강한 골판지를 와플구조로 엮어 "종이를 바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건축사사무소 53427은 3D프린팅으로 아크릴을 엮을 수 있는 300~400개의 포인트를 만들어 작품을 설치해 3D프린팅의 가능성을 옅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유기적인 형태는 전시 공간에서 관객의 동선과 바라보는 구도를 바탕으로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 팀 문지방은 골 플라스틱을 구부리고 쌓는 방식으로 '템플 플레이트'라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빛이 반투명한 재료에 반사되며 만드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압권이었습니다.


건축가 오픈토크


매주 토요일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들이 오픈 토크가 열리는데요, 이번 주는 프로젝트 팀 문지방의 오픈 토크가 있었습니다. 1시간 동안 건축가가 이번 프로젝트의 과정을 소개하고 재료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옅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지난주에는 와이즈건축의 오픈 토크가 열렸다고 하는데 참여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오는 주 토요일부터는 네임리스건축(11월 7일), 더_시스템랩(11월 14일), 건축사사무소 53427(11월 21일), 조호건축(11월 28일)의 오픈 토크가 차례로 열린다고 합니다. 참석하게 되면 소식 전하겠습니다. 이번 주에 있었던 프로젝트 팀 문지방의 오픈 토크 리뷰와 구체적인 작품은 내용이 길어지니, 다음 포스팅에서 잇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