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히어애프터 / 요시모토 바나나

2015. 6. 20.

어릴 때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공상에 빠지곤 했다. 몸이 사라지면 내 영혼은 어디로 가 버리는지, 내가 떠올리는 생각은 몸의 것인지, 아니면 몸이 생각의 것인지, 어머니의 자궁에 그때 수정되지 않았더라도 지금 나의 영혼이 존재할 것인지와 같은 생각들. 아무리 떠올려도 답은 내려지지 않고 세상도 그대로여서 쓸모 없는 생각이 되어갔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중학교를, 고등학교를, 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해 성인이 되었고 자연스레 저 세상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맛있는 음식, 쾌적한 환경, 안정적인 생활의 행복을 필사적으로 쫓으며 이 세상과 완전히 동화됐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가 충돌한 사고,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인천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이 침몰한 사고. 그 죽음들의 파장이 멀리 나에게까지 도달해 지금으로선 확신할 수 없는 영향을 주었다. 기차가 굉음을 내며 플랫폼을 지날 때, 속수무책으로 소나기가 쏟아 질 때, '저 세상으로 떠나지 못한 영혼은 이렇게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갑갑하겠구나…' 하고 슬퍼진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스위트 히어애프터》는 내게 첫 소설이다. 도통 인물과 사건에 집중하지 못해 소설이라면 손사레를 쳤지만, 배에 쇠창이 꽂혀 죽음으로 치닫는 상황을 묘사한 첫 문단에 매혹되어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교통 사고로 죽은 자의 세계를 경험하고 온 주인공이 죽은 남자친구를 떠나보내는 과정의 행간을 쫓으며 큰 충격이 한 사람의 자아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 생각을 더듬었다.


삶을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바꾸는 사건에 충격을 받으면 곧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리라 믿고 싶지만, 바뀐 삶에 서서히 적응해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버린다. 그리고 바뀌기 전의 삶과 사건을 일상에서 지워나간다. 이렇게 보면 삶이라는 게 참 덧없게 느껴지지만, 지금 행복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며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은, 죽은 자의 방향에 서서 바라보면 참 기특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