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4.
T-SITE 다이칸야마 길 건너편 ASO 에서 1시간 남짓 커피를 마시며 츠타야 서점을 바라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T-SITE 내부에 있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점인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로컬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자는 뜻에서 였습니다. 다이칸야마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인상깊었던 카페로 기억합니다. T-SITE 는 그런 분위기를 한층 격상시켰다고 할까요. 다소 짧은 시간 계획했던 T-SITE 방문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더 알고 싶은 욕구와 호기심이란! 그 뒤로 T-SITE 기획서와 다름없는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를 읽었는데도 그 갈증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이번 매거진B가 그 갈증을 해소해주었습니다.
쇼난 티사이트(T-SITE), 망한 속편의 전형 / 컬쳐컨베니엔스클럽, 클레인 다이썸
요즘 지난 달 완공한 연남동숲길을 밤마다 달리며 기분전환을 합니다. (그저께 부터는 주에는 야간 조명에 불도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넓은 녹지를 즐기기 위해 많은 시민이 이 숲길을 찾습니다. 어린아이부터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나누는 어르신들, 모두가 모입니다. 연남동숲길이 홍대의 공원이라면 T-SITE 는 다이칸야마의 공원같습니다. 실제 T-SITE 가 지어지기 전 숲이기도 했고요. 다만 차이점은 연남동숲길은 공공에서, T-SITE는 기업에서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국민기업이라 할 수 있는 츠타야(TSUTAYA)를 운영하는 컬쳐컨비니언스클럽(CCC)는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다시 사회에 쾌적한 공간인 T-SITE 으로 환원했습니다. (실제로는 빚을 내서 만들고 갚아가는 상황입니다만.)
협업과 확장에 대한 유연함
츠타야는 문어발식으로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이라는 영역아래서 다양하게 기획을 하고 있지만 수익을 쫓아 무리하게 독식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영역을 독식하며 성장한 한국의 대기업과 비교해 볼만한 대목.) 스타벅스와, 파나소닉, 기타무라 카메라 숍, 모터벨로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T-SITE 에 방문했을 때 패밀리마트 편의점, 스타벅스, 애견숍, 갤러리, 레스토랑이 서로 공존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츠타야 가전과 스마트폰 개발도 라이프스타일 편집이라는 기획아래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남이 잘하고 있는 일에 무리해 끼어들진 않지만 기획회사로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필요한 영역이라면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나가며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 뒤를 튼튼히 뒷받침하고 있는 T CARD와 홈페이지 검색의 빅 데이터베이스가 그들 기획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라이프스타일, 라이프스타일?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은 도대체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라이프스타일은 누구나 있으니, 저에게도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집니다. 저는 하이엔드-라이프스타일이 럭셔리를 조금씩 대체해 나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에이스 호텔이 뉴 럭셔리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 츠타야 북스가 프리미엄 에이지를 타깃으로 기획했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낍니다. 일본은 일찍이 버블경제에 호화스러운 문화를 충분히 소비했고, 버블경제가 붕괴된 후 현실감각과 균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새로운 럭셔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같습니다. 점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이 럭셔리의 비교적 합리적인 대안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바뀌고 있는건 아닐까요.
츠타야에서 배운다
국내에도 한발 앞서 현대카드가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으로 기업을 성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코오롱과 같은 대기업이 조금씩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대적으로나 감각적으로 한참 앞선 일본에 뒤처지는 느낌입니다. 국내 대기업은 기업의 이미지를 신경쓰는 표면적인 전략에 치우친 느낌이 강합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적 역할, 공생, 협업 등과 같은 장기적이고 사회적인 진지한 경영 태도가 필요할 것같습니다. CCC 뿐만 아니라 무인양품이나 디&디파트먼트와 같은 크고 작은 기업들이 디자인을 화두로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려는 성숙한 태도가 옅보입니다. 츠타야에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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