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름다운 계단 40 / 프로파간다 출판

2015. 5. 15.




가만히 보고 있거나 생각해 보면 기분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잘 만들어진 건물과 책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건물과 책 모두 ‘짓다’라는 동사를 사용하네요. 건물을 짓고, 요리를 짓고 책을 짓습니다.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짓다’라는 동사는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무언가를 짓는 것의 요점은 ‘재료’에 있다고 볼 수 있군요. 그러니 저는 재료를 잘 다듬고 정리해 놓은 상태 속에서 기분이 좋아지나 봅니다. 얼마 전 취재한 공간에서 넋 놓고 계단을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강한 선으로 공간의 긴장감을 꽉 지고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책이야 곁에 두면 되지만 아름다운 건물은 시도 때도 없이 즐길 수 없으니 인터넷을 통해 건축 사진을 즐겨 봅니다. 늦은 오후 몸에 힘이 쭉- 빠질 때 신경섭 작가와 노경 사진작가의 작품을 보고나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납니다.


프로파간다에서 출간한 ‘일본의 아름다운 계단 40’이라는 책은 제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입니다. 아름다운 계단들과 각각이 가진 이야기들, 그것을 찍은 아름다운 사진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담은 아름다운 책! 계단을 지은 이, 글을 지은 이, 사진을 찍은 이, 책을 지은 이 모두의 감각이 뛰어난 책입니다. (인터넷을 뒤져 일본판 책-いい階段の写真集 을 찾아보았는데 전반적인 디자인 퀄리티가 한국판이 더 좋아 보였습니다.) 빌딩을 사랑하는 사람 다섯 명이 모여 활동하는 빌딩마니아카페(BMC)에서 책을 기획했고 사진은 니시오카 기요시가 찍었으며 책은 프로파간다에서 만들었습니다. 마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같은 편집으로 읽고 있으면 숨 가쁜 느낌이 듭니다. 많은 단편적인 계단들의 이야기를 다발총처럼 읽다보면 계단에 이렇게 많은 고민과 지성이 깃들 줄이야. 감탄하게 됩니다. 40개 건물에 있는 계단을 소개한 본문 뒤에 있는 -난간, 장식, 조명, 층 표시, 계단 만드는 법 등을 수록한- 부록은 다양한 모습의 계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줍니다. 매일 무심코 오르내리는 계단을 한번 돌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