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란 무엇인가 리뷰 / 작업실유령

2015. 4. 25.

대학 디자인 학부생 때를 돌아보면 디자인을 할 때 무엇을 해야하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하는지가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샘솟는 아이디어를 두서없이 시각화하다보면 결과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 과정의 연속이 되었고 스스로 지쳤습니다. 반면 하지 말아야 할 것 -예를 들면, 주어진 정보 외에 멋져보인다는 이유 등으로 불필요한 시각정보를 더하는 것- 을 정해놓고 피해가다보면 꽤 괜찮은 결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노먼포터가 지은 '디자이너란 무엇인가-What Is a Designer'는 '디자이너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하도록 이끄는 책이자, 디자이너의 실상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책입니다. 입시미술을 공부하고 대학에 온 학생들이 꿈꾸는 것만큼, 디자이너가 자유롭고 만족스럽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죠. 클라이언트의 요구 반영, 디자이너의 오리지널리티 표출 그리고 사회적 역할을 책을 통해 쫓다보면 디자이너가 누구나 할 수 있는 호락호락한 직업이 아니란 걸 알게되죠. 하지만 그만큼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디자인이 의미하는 바는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왔습니다. 대량생산되는 산업품의 도안을 말하는 좁은 의미에서부터 정치로서의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등 과정을 중시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러니 디자이너의 역할과 의미도 시대에따라 바뀌죠. 디자이너가 계속해서 자신의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할 이유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디자인의 성격을 반영하듯 1669년 처음 출간된 뒤 시대에 따라 개정되어왔습니다. 한국에는 2008년 '슬기와 민'으로 활동하는 시각 디자이너 최성민에 의해 번역되었고 2015년 같은 역자에 의해 개정되었습니다. 한국의 디자인 실정에 맞게 현역 디자이너가 이 책을 개정하는 것은 책에 담겨있는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확장하는 행위입니다.


담론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보다 독자와 함께 고민해보자는 저자의 태도는 디자인의 원론적인 물음을 화두로 해 곁에 두고 계속해 읽으며 자신과 대화하기 좋을 책입니다.



image / www.sulki-min.com


ⓒworkroom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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