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7.
미술대학 인테리어디자인과를 다니며 시각디자인, 패션디자인, 제품디자인 친구들을 만나면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그 특징이 느껴졌습니다. 선입견일지는 모르지만 제품디자인과 친구들은 수공예적인 기질이, 패션디자인과 친구들은 강한 자기 정체성이 느껴졌고 시각디자인과 친구들은 개방적이고 세련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시각디자인과 친구들이 가장 ‘디자이너답다’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 세련됨이 궁금해서 시각디자인과 브랜딩 강의를 듣기도 했습니다.
Helvetica.
과제를 하고 건축공모전에 나가며 수없이 많은 평면 작업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레이아웃과 서체에 대해 관심을 가졌죠. “그냥 잘 모르겠으면, 영어는 헬베티카, 한글은 윤고딕 써라”라는 시각디자인과 친구의 조언을 따르니 평면 작업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모전에 내 놓은 건축 작품의 결과물은 바뀐 것이 없는데도 더 완성도가 높아 보이다니, 서체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그것이 헬베티카와의 첫 만남이었고 헬베티카 덕분인지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졸업은 했고, 더 이상 평면 작업은 없을 줄 알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간, 글 간격, 폰트의 종류, 블로그 C.I 등을 계속해서 업데이트 하며 평면 작업을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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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B 헬베티카 리뷰
이번 매거진B가 다룬 브랜드는 헬베티카입니다. 하나의 서체를 과연 브랜드로 다뤄도 되는지, 의문 속에 책장을 펼쳤습니다. 사실 조만간 ‘BofB’라는 가제로 소장가치가 높은 B를 블로그에 다룰 생각입니다. 비트라, ECM, 에이스호텔, 이솝 총 4편인데 그 기준은 ‘선별’과 ‘협업’입니다. 비트라는 가구제조업체로서 디자이너를 선별해 협업하고 ECM은 재즈 음반사로서 아티스트와, 에이스 호텔과 이솝은 지역사회의 공간으로서 로컬 건축가와 그렇게 해 왔습니다. 그걸 묶어서 소개하면 재밌겠다 싶었죠. 그런 점에서 헬베티카는 앞서 언급한 네 브랜드와 정 반대편에 있는 상황입니다. ‘선별’당하는 입장이죠. 좁은 의미에서 헬베티카는 브랜드라 하기에 무리가 있겠지만, 그 영향력은 여느 브랜드파워보다 더 강력했습니다.
헬베티카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어서 라기 보다는 헬베티카를 기준으로 다양한 폰트의 세계를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 맞게 세어본지는 모르겠지만 헬베티카를 중심으로 30여개의 폰트가 언급되었죠. 다양한 브랜드의 C.I를 소개한 ‘Feature VS’ 콘텐츠는 실험적 패션으로 이름난 꼼데가르송이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헬베티카를 선택하게 된 단서,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서체 이미지와의 상관관계와 같이 모르고 한 평생을 살기에 너무나 무미건조한, 재미있고도 유익한 정보를 잘 정리해 주었습니다. 인터뷰이로 참여한 울프 올린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단 크레인(Jordan Crane)과 그래픽 디자이너 최성민씨를 통해 헬베티카와 애리얼(Arial)의 관계와 그 둘을 조합한 유니언(Union)서체가 디자인된 배경, 패션 브랜드 갭(Gap)이 헬베티카로 리브랜딩 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바꾼 사연을 들을 수 있었고 그뿐만 아니라-글로 옮기지 못하겠지만 읽는 동안 뇌속을 파고드는-서체가 갖고 있는 0.1mm 섬세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헬베티카는 단순히 폰트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는 언어이자 뉘앙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거진B 헬베티카를 읽고나니 서체의 세계에 입문한 기분이 듭니다. 뭐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할 것은 아니지만, 당장 백화점에만 가도 브랜드를 보는 시야가 확 넓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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