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에이스호텔 리뷰

2014. 9. 7.

디자인의 지역성


매거진B에서 다룬 첫 번째 공간디자인 관련 브랜드다. 전공이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보니 지난 호보다 더 반갑다. 에이스 호텔 편은 지난 인텔리젠시아와 이솝 브랜드에서 짧게 다룬 '지역과 친밀한 매장'의 긴 연장선에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B와의 인터뷰에서 인텔리젠시아 대표 더그 젤과 이솝 대표 데니스 파피티스는 공통으로 스타벅스의 획일적인 매장 확장을 비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역별로 특색을 살린 매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획일적인 디자인 VS 특색있는 디자인의 문제는 지역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분야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문제다. 모더니즘의 등장과 함께 국제양식(International Style)이 유행했고 전 세계적으로 철, 유리, 콘크리트를 재료로 한 같은 건축양식이 번진 것이다.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감독한 2014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의 '근대성의 흡수'라는 주제로 국제양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논쟁을 일으켰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국제양식을 넘어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을 지향하자는 흐름이고 '어떻게?'를 두고 논의와 실험 이루어지는 단계에 있다.


 

표지사진 출처 www.magazine-b.com


매거진B 에이스호텔 리뷰


호텔 브랜드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지역성이 크다. 지역 없이 호텔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많은 이유로 호텔을 찾고 그 지역 혹은 도시에 대한 인상을 좌지우지한다. 2000년대부터 디자인에 중점을 둔 호텔인 부티크 호텔이 생겨나기 시작하며 브랜드로서 호텔이 주목받았고 그중 하나가 에이스호텔이다. 그 지역만의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인지도를 높였고 현재 많은 호텔이 에이스 호텔처럼 되고자 한다. 특히,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크리에이티브한 잠재력을 지닌 지역에 들어서 동네 분위기를 바꾸는 놓는, 부동산 사업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우선 코멘트 카테고리에서 브랜드에 대한 유저의 생각을 글로만 담았던 지난 호와 달리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유저의 사진과 글, #해시태그를 담은 것이 흥미롭다. 더 인상적이고 브랜드에 대한 사용자의 사랑을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됐다.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인터뷰이도 균형 있다. 가장 중요한 에이스 호텔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경험이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대표 제이슨 홀리(Jason Holley), 에이스 호텔 창립자인 에이스 콜더우드와 친분이 있고 포틀랜드 지점의 공사 전과 후를 지역민의 관점으로 지켜본 GX 에이전시 대표 존 제이(John C Jay), 라이프 스타일 호텔을 다루는 '스테잉 앤더슨' 콘텐츠 디렉터 앤더슨 배(Anderson Bae)를 인터뷰 해, 공간 디자인 관점, 지역 주민의 관점, 호텔 전문가의 관점을 담았다.


지역성을 다룬 편 답게 호텔 거리 풍경과 관련인의 인터뷰를 담은 씬(Scenes) 카테고리 라던가 4개도시 에이스호텔 직원이 추천한 지역 매장과 호텔이 공유하는 접점을 조명한 에이스 맵스(Ace Maps) 카테고리가 흥미롭다. 에이스 호텔과 공유하는 DNA를 가진 사람들과 다른 브랜드 매장을 통해 브랜드의 매력을  다각도로 느낄 수 있었다.


브랜드 스토리(Brand Story) 카테고리에서는 지난 2013년 11월 운명을 달리한 에이스의 창립자 알렉스 콜더우드의 브랜드 철학과 그가 낳은 문화 엔지니어라는 직업의식에 뿌리를 둔 에이스 호텔과 아틀리에 에이스를 담았다. 또한 에이스 호텔이 본격적으로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한 포틀랜드 점과 공유하는 독창적인 도시 문화를 다루기도 했다. 현 CEO 브래드 윌슨(Brad Wilson)과 브랜드 총괄 담당자 켈리 소던(Kelly Sawdon)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럭셔리(Luxury)'라는 키워드의 향후 전략까지 인터뷰를 통해 읽을 수 있어서 발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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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아쉬운 점


가장 큰 문제인데, 지역성을 제대로 다루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까 말했듯 인근의 풍경과 다른 브랜드들, 사람들 등 지역성을 다방면으로 다룬 점은 성공했다. 하지만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놓친 것 같아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가장 기본적인 지역별 호텔의 파사드나 로비의 풍경이라던가, 호텔 객실 내부라던가, 공간 프로그램의 배치를 차별적으로 보여주는 도면을 만날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난 전혀 문제의식이 없고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지만 트위터를 통해 인터뷰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B의 관점으로만 콘텐츠를 제작하니 인터뷰이를 선택하는 B의 관점이 좀 더 대중의 공감을 이끌었으면 한다.


Joh&Place


리플레이스(replace)? 인가 아무튼 매거진B를 발행하는 한남동 제이오 에이치 사옥 일대에 많은 리플레이스 라벨이 붙은 건물을 봤다. 여러 박곡지붕이 맡물린 비슷한 형태의 건물이어서 다소 반감이 들었다. 제이오에이치는 조수용 대표의 그린팩토리 총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대림사옥을 총괄 책임을 맡는 등 건축분야에도 활발한 것 같다. 브랜드로서의 공간뿐만 아니라 지역성을 넘어 '장소성'까지 고민하는 좋은 건축프로젝트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