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5.
보름 전 ‘안녕하세요, 혹시 책 리뷰 부탁드려도 될까요?’란 제목의 메일 한 통이 왔다. 건축문화 관련 서적을 즐겨 읽는 블로거인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책을 받긴 했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먹고 싶은 것만 먹는 블로거’인 나에겐 왠지 일같이 느껴져서 잘 읽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포틀랜드의 호텔과 음식점을 소개하는 지루한 여행책자 같아서도 그랬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책을 잊고 지내던 중 침대에 누웠는데 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 날이었다. 문득 집어 든 ‘트루 포틀랜드’를 푹 빠져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2시간을 한 호흡으로 읽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4시, 그런 경험 있지 않나? 이제 진짜 잠은 오는데 재밌어서 잠들고 싶지 않은 경험. 그 뒤로 일주일간 잠들기 전 꼬박꼬박 읽고 리뷰를 남긴다.
포틀랜드 가이드 ≪트루 포틀랜드≫ 리뷰
BRIDGE LAB 지음 | 터닝포인트
포틀랜드에는 킨포크, 어라운드, 매거진B에 소개된 사람들이 모여 살법한 인간적 매력으로 가득하다. 처음 몇 장을 넘길 땐 단순히 도시 정보를 나열하는 것 같았지만 깊이 들어가니 사람 냄새나는 풍부한 에피소드가 곁들여져 있었다. 론리플래닛과 킨포크의 중간 점이라고 표현해도 좋을까? 포틀랜드 여행자, 지역 주민이자 숍 운영자들의 도시에 대해 쓴 생생한 칼럼이 가장 재밌었다. 그들은 포틀랜드를 이렇게 설명한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카페”, “하나님 없는 교회”, “자전거 친화 도시”, “DIY의 성지”, “뉴욕의 브루클린이 질투하는 도시”.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에서 진짜 포틀랜드를 만난다.
대학생 시절, 역마살 낀 것처럼 돈만 생기면 여행을 떠났지만, 졸업·취업준비로 여행의 흥미를 잃은 지난 몇 년이었다. 다시 여행이 가고 싶다. 로컬 푸드 재료만 사용하는 아이스크림점, USDA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정육을 사용하는 살라미 전문점, CD를 일절 취급하지 않는 아날로그 레코드 가게 겸 레이블, 평상복 차림의 직원이 무례하지 않게 안내하는 지역 호텔이 있는 포틀랜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