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를 통해 '크리에이티브디렉터'를 읽다.

2013. 8. 8.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이상헌/효형출판)


최근 한국에서 디자인·예술 전공자가 건축하는 모습을 종종 볼수 있다. 소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건축 뿐만 아니라 브랜딩(Branding)·인테리어(Interior)·디스플레이(Display)·데코(Decoration)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관여하거나 건축이 아닌 프로젝트도 감독하기 때문이다. 원래 크리에이티브디렉팅이란 그래픽, 광고, 음악 등의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 한국에서는 건축분야까지 널리 사용되는듯 하다.[각주:1]


대표적인 건축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JOH.대표 조수용[각주:2]이 있다. 건축계에서는 그를 두고 건축가라는 직함을 주는 것에대해 썩 달가워하는 눈치는 아니다. 2011년 상하이엑스포 영국관을 디자인한 영국의 예술가 토마스 히더위크(Thomas Heatherwick)를 두고 건축가냐 아니냐에 대한 과거의 분쟁과 같은맥락이라 본다. 그는 현재 건축가로 불리며 왕성히 활동중이다. 지난 달 공간 학생기자가 인터뷰한 PDM Partners의 고성호 대표 또한 크리에이티브로서 디렉터로 건축한다. 2013/08/05 - [review] - 경계에 서서 건축을 바라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고성호 



ⓒDesign / D타워 "제이오에이치는 D타워의 로고부터 빌딩의 설계, 디자인까지 맡았으며, 추후 빌딩 내 공간 프로그램까지 참여할 예정이다."


그럼 어떻게 디자이너가 건축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됐나? 최근 이상헌교수가 쓴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이상헌/효형출판)에서 그에대한 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는 과거 인문학을 바탕으로 뿌리내린 서양건축에 비해 한국건축은 집을 짓는다는 기술적 행위의 성격이 강해 그 토양이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은 문호가 개방된 후 빠르게 산업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축보다 건설이 우위에 있게됐다. 공학기술로 자리잡은 한국건축은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활동하는 대부분의 건축가가 설계·디자인 중심이 아닌 시공·공학 중심으로 건축교육을 받은 것이다. 건축을 하기위해 기술보다는 예술, 기술, 인문, 사회, 과학을 포괄하는  서양과는 대조적이다.


급속도로 변하는 일선의 사회는 그 분야가 세분·전문화 되고 복잡해졌다. 그에 따라 단순히 여러 학문을 통합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전문가의 협력을 이끌고 조율할 수 있는 감각적인 건축가를 요구한다. 저자의 말을 빌린다면 "현대사회에서 건축가는 단순한 형태 디자이너에서 복합적 과정의 코디네이터로 그 역할일 바뀌었다." 그가 말하는 코디네이터가 한국사회에서는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불리는 것이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건축경기가 안 좋다고 연일 아우성이다. 책에서 "한국의 건축 논쟁은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면서 제각기 형태를 주장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 한것처럼 한국의 건축은 파편화 되어 자신의 목소리만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건축계 밖에서 이뤄진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의 활약이 한국 건축의 새로운 전환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A creative director is a position often found within the graphic design, film, music, fashion, advertising, media orentertainment industries, but may be useful in other creative organizations such as web development and software development firms as well. WIKIPEDIA [본문으로]
  2. 1999년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 학사/석사 과정을 마치고, 이후 2003년까지 프리챌 디자인 센터장을 역임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NHN에서 네이버 디자인과 마케팅을 총괄했으며 최종 직책은 이사였다. 마지막 프로젝트로 NHN사옥 그린팩토리 건축을 총괄했다. 2011년 초 주식회사 제이오에이치(JOH & Company)를 설립하여 대표이사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위키백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