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지 '서울시 새 청사에 빠지다 :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리포트 리뷰

2013. 6. 16.



<말하는 건축, 시티:홀> 스틸컷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 시티:홀(이하 시티:홀)’ 처음 만난 건 지난 5월 페차쿠차 서울에서다. 400초에 맞춰 편집된 시티:홀 예고편을 상영했다. 건축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정재은 감독은 “기존의 극영화에 대한 어려움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어쩌면 그는 건축에 대한 명확한 관점이 없는 상태에서 건축다큐멘터리를 시작한 것인지 모른다. 지난 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처음 상영된 시티:홀을 공간지에서 좀 더 자세히 만나볼 수 있었다.

공간지 6월호 리포트에 실린 ‘서울시 새 청사에 빠지다’는 시티:홀이 지닌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최초 영화가 기획된 2010년 11월은 이미 70~80% 정도 공정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전반적인 공사과정을 담을 수 없었고 새 청사의 핵심인 ETFE 재료와 실내의 수직광장이 빠졌다. 또한, 건축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지만 사실상 건물보다는 사람들의 일하는 과정과 인터뷰가 주를 이룬다. 전작이 故 정기용이라는 건축가에 초점을 맞춘 것과 비교된다. 영화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방향성으로 무엇을 담고 대중에게 보여줄 것인지를 명확히 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기사를 통해 영화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시티:홀은 신청사가 지어지는 과정을 단순히 기록하여 관람객이 스스로 평가하도록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데 시티:홀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건축과 같은 전문분야는 관객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 전문 분야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감독은 그 분야에 대한 폭넓은 배경지식과 뚜렷한 관점을 갖고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

물론 건축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정재은 감독의 시도와 대중의 관심을 끄는 등의 파급효과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좋은 출발이다. 앞으로 건축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어 완성도 높은 작품이 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선보인 시티:홀이 앞으로 대중과 어떻게 만나게 될지 주목된다. 지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필자는 근처 영화관에서 조만간 시티:홀을 만나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