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지 ‘당신에게 공모전은 어떤 의미입니까?’ 리포트 리뷰

2013. 5. 24.


 

 

 ‘당신에게 공모전은 어떤 의미입니까?’를 읽고 ‘현재 건축학대학 졸업을 앞둔 나에게 공모전이란 어떤 의미일까?’ 라고 자문해본다. 지난 3년이 조금 넘는 대학 생활 동안 7번의 건축관련 공모전을 출전했고 2번 수상한 경험이 있다. 처음 공모전에 나갔을 때는 대학 밖에서 나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다. 메이저급 학생공모전에서 4번 연달아서 입상하지 못해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디자인을 막 알기 시작했을 무렵에 욕심이 앞섰으며 그 경험을 통해 나의 디자인을 타인에게 설득하는 표현력을 기를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공모전이란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하는 척도’였다.

고학년이 되고 큰 대회가 아닌 지역공모전으로 눈을 돌렸다. 대구에서 공부하는 나는 평소 자주 접하며 관심 있는 장소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대구도시공모전에 마음 맞는 동기, 후배와 함께 도전했다. 장소에 대해 평소 생각했던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지역 재개발 전략을 작성하고 어떻게 지역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단계별로 제안했다.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대회인 만큼 획기적인 아이디어보다는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실무에서 설계하고 있는 3개 팀과 공동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기존 1팀을 선발하기로 했던 최우수상은 없었고 공동으로 우수상을 받아 공모 요강에 제시되었던 금액보다 적은 상금을 받았다. 첫 수상이고 사회에서 존중받은 첫 경험이라 기쁘기도 했지만, 단순히 전시행정이었다는 점과 수상이 내용이 축소, 변경되었다는 점에 실망했다.


대구도시공모전 수상을 계기로 대구도시철도 3호선 외부색상 디자인 자문위원으로 공모전을 치른 경험도 있었다. 공모전 수상경험이 있는 대구에 있는 대학의 학생들로 학생자문위원을 구성하고 공모전을 개최한 것이었다. 당시 몇 안 되는 학생자문위원으로 선택되었다는 점에 매우 기뻤지만 공모 결과 주최측이 평가하기에 우수한 작품이 없어 수상자가 없다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역시 행정의 일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두 번째 공모 수상은 우리 대학과 ‘캐나다우드코리아’가 목조워크숍으로 진행했던 파빌리온으로 했다. 당시 디자인팀의 일원이었고 실시설계, 학생시공감독을 담당 했던 나는 결과물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강했다. 파빌리온이 완공된 그해 겨울 한 해 동안 준공된 목조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목조건축대전'에 파빌리온을 제출했고 시공부문 목구조상을 받았다. 학생들 스스로 설계하고 시공한 파빌리온이지만 정작 상은 건축학대학 학장 개인이 받았다. 한국목조건축대전 준공부문 수상이라는 영예가 학생들의 노력이 가려진 채 한 개인에게 돌아갔다는 점에 또 한 번 실망했다.(정확히 말하면 내 이름으로 수상하지 않았으므로 수상작은 아니지만 애착이 큰 만큼 수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개최하고 심사한 공모전을 그 대학 학생이 지원하고 수상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수없이 보았다. 공모전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느끼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과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공모전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쌓여간다.

리포트에서 말하듯 건축공모전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현재는 소비사회에서 하나의 이벤트로, 학생들에게는 하나의 스팩으로 전락한 상태이다. ‘공모전이 스팩을 쌓기 위한 학생들의 수요가 있으니까 자꾸만 생기고, 또 이를 주최 측이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 한 교수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러한 악순환을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기존 형식적인 공모전의 형식을 발전시켰던 2013 정림학생건축상이 기억에 남는다. 구체적인 건축주를 설정하고 직접 컨설팅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한 방식은 학생들이 실제 건축을 경험해보는 기회이자 건축을 좀 더 진지하게 대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리포트에 소개된 서울특별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학생공모전은 실제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인상 깊다. 건축과 예술의 융합한 주제로 설치작가 서도호, 건축가 서을호가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올해 공간 학생건축대상 또한 기존의 형식적인 건축공모전의 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생공모전 본연의 취지는 참가자의 건축적 사고 증진과 참가자들의 교류를 확대하는 데 있다. 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공모전에 임하고 건강한 공모전 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최 측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 자신도 공모전에 대한 의도를 잘 이해하고 접근하는 진지함이 필요하다. 더는 공모전이 변질한 모습에 미래사회의 주역인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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