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재잘거림 <페차쿠차 서울 Vol.12>

2013. 5. 15.


'페차쿠차 서울' 행사가 지난 11일 신사동 가로수길 예화랑에서 열두 번째로 열렸다. 원래 이 행사는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가가 서로의 작업을 교류하고 신인을 발굴하는 등용문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그 취지가 무색하게 현재는 이미 유명한 사람과 대중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작업을 소개한다. 초창기에는 한 해 4번의 행사를 진행하고 700명이 넘는 관객이 참여하는 등 인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1년에 한 번꼴로 진행하고 200명이 채 안되는 관객이 참여한다. 관객도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고 입 모으고 있다. 앞으로 행사의 새로운 방향과 대중의 반응일 지켜봐야 한다.

이번 행사에는 영화감독(이현승, 정재은), 건축가(전숙희, 백준범) 디자이너(길종상가, 임선옥, 이용제)등 각 분야 11명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파자마 차림의 발표자가 관객과 함께 앉아 즐기는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로 정재은이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을 소개했다. 서울시 새 청사가 지어지는 과정을 추적한 영상에 관객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계기를 묻는 말에 "기존 극 시나리오를 쓰는데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이었다"며 솔직하게 대답했고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발견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길종상가는 현재 사업을 발표했다. 갑자기 일손이 부족할 때 적절한 금액으로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간다인력사무소', 직업 선택이나 새로운 직업을 만들 때 도움을 주고자 설립한 '길종직업학교'등 기발한 발상의 작업을 소개했다.



'초식건축가'라 소개한 전숙희(와이즈건축)는 Y하우스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소개했다. 그는 "초식동물이 목초지를 찾아다니듯 건축가 스스로 일을 개척하고 함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규모 건축과는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준 백준범(창조건축 상무)은 민간우주기지 '스페이스 포트 아메리카'를 소개했다. 뉴멕시코의 광활한 사막에 위치한 건축물은 자연을 닮은 외관과 첨단 기술로 지어진 실내가 대조를 이루며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페차쿠차’란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소리를 뜻하는 일본어에서 유래됐다. 영국 건축가들이 젊은 디자이너들과 작업을 공유하기 위해 2003년 도쿄에서 처음 열었으며 현재는 전 세계 6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적 행사다. 서울에서는 비영리단체 어반파자마 주최로 2007년 처음 시작되었고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2013/05/11 - [d-note] - [리뷰기사 리서치] 페차쿠차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