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독서의 만남
스위스 건축 스튜디오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도쿄의 예술센터 SKWAT에서 독창적인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이 전시는 이탈리아 디자인 플랫폼 ‘캡슐 플라자 도쿄(Capsule Plaza Tokyo)’의 일환으로, 출판사 트웰브북스(Twelvebooks)의 북 웨어하우스 공간을 활용해 꾸며졌습니다. 스튜디오는 방문객이 자신들의 작업 세계 속으로 ‘앉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목재 스툴과 조명, 그리고 여섯 권으로 구성된 자사 단행본을 통해 건축과 사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탐구했습니다.
스툴, 책, 조명으로 구성된 여섯 개의 독서 공간
이번 전시의 중심은 스튜디오가 직접 디자인한 목재 스툴 ‘엑스-로커(X-Rocker)’와 ‘엑스-호커(X-Hocker)’입니다. 이 스툴들은 비계 형태의 책장 구조 안에 배치되어, 마치 작은 서재처럼 여섯 개의 독립된 독서 공간을 형성했습니다. 헤르조그 & 드 뫼롱은 “책장 안에 친밀한 여섯 개의 독서 공간을 만들고, 우리의 가구와 조명을 배치해 관람객이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툴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조형적 오브제로 기능하며, 공간의 미감을 완성하는 요소로 자리합니다.
조명의 연출과 섬세한 빛의 언어
공간을 비추는 조명은 아르테미데(Artemide)와 협업해 제작한 ‘파이프(Pipe)’와 ‘운터린덴(Unterlinden)’ 플로어 램프입니다. 두 조명은 정교하면서도 조절 가능한 빛의 원뿔을 만들어 스툴과 책을 부드럽게 비춥니다. 헤르조그 & 드 뫼롱은 “이 조명들은 조용하면서도 집중된 빛의 풀(pool)을 만들어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고 밝혔습니다. 나무와 금속, 그리고 빛이 어우러진 이 전시는 도쿄 디자인아트 주간(Designart Tokyo)의 중심에서 관람객들에게 건축이 어떻게 ‘앉고 읽는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일본 장인 정신과 디지털 기술의 조우
엑스-호커 스툴은 네 개의 목재 다리를 CNC(컴퓨터 수치 제어) 가공으로 절단해 서로 교차시키며 조립한 구조로, 전통적인 일본 목공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나사나 못을 사용하지 않고 결합되는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구조는 일본 장인의 정신과 닮아 있습니다. 스튜디오는 “이 스툴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교차점에 서 있으며,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한 인터로킹 구조를 CNC 밀링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전통과 현대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조형 언어를 제시합니다.
도쿄에서 열린 디자인의 실험장
이번 전시는 헤르조그 & 드 뫼롱의 가구 컬렉션이 일본에서 처음 공개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푸른색 ‘크레타(Kreta)’ 컬러의 스툴과 목재 버전이 번갈아 배치되어 색채와 재질의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도쿄 곳곳에서 열린 캡슐 플라자 도쿄는 10월 30일부터 11월 9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우주 로켓 연료 탱크를 재활용한 스피커 등 실험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들이 함께 전시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독서라는 일상적 행위가 어떻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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