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에서 전자로, 라이카의 대전환
라이카(Leica)가 70년 만에 자사의 대표 시리즈 M 카메라에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했습니다. 새로 공개된 라이카 M EV1(Leica M EV1)은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광학식 거리계(Rangefinder)를 제거하고 디지털 뷰파인더(EVF)를 탑재했습니다. 이로써 ‘기계적 영혼’을 상징하던 M 시리즈의 정체성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라이카의 철학을 대표하던 투명한 유리창 대신, 이제는 고해상도 디지털 스크린이 현실을 대체합니다.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이 말한 “라이카는 내 눈의 연장”이라는 표현은 이제 새로운 의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의 상징, 거리계 시스템의 종말
M 시리즈의 상징은 오롯이 기계식 거리계에 있었습니다. 렌즈의 포커스 링을 돌리며 두 개의 겹쳐진 이미지를 일치시키는 방식은 사진가와 피사체를 직접적으로 연결했습니다. 전자식 지연이 전혀 없는 이 시스템은 세기의 사진가들—로버트 카파(Robert Capa),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순간을 포착하는 눈’이었습니다. 그러나 EV1에서는 더 이상 실제 현실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센서가 포착한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보여줍니다. 즉,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보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새로운 구조, 익숙한 외형
외형만 놓고 보면 M EV1은 여전히 클래식한 M의 DNA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바디, 간결한 라인, 묵직한 감각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달라진 점이 눈에 띕니다. 상단의 ISO 다이얼이 사라지고, 거리계 창은 매끈한 금속판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내부에는 M11 시리즈와 동일한 6,000만 화소 풀프레임 BSI CMOS 센서와 마에스트로 III(Maestro III)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반응 속도와 이미지 처리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64GB 내장 메모리를 지원하며, EVF는 576만 도트 해상도로 “보이는 그대로 촬영”을 구현합니다.
디지털의 편의성과 감성의 단절
라이카 USA의 마케팅 담당자 네이선 켈럼-파테(Nathan Kellum-Pathe)는 “이번 변화는 내부에서도 큰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시장이 오래전부터 원해온 방향”이라며, EV1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사용자가 M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EVF는 초광각 및 망원 렌즈 사용을 단순화하고, 포커스 피킹·확대 기능으로 정밀한 초점을 제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모든 기술이 ‘현실과의 직접적 연결’을 차단하는 디지털 장막처럼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완벽한 디지털이 되기 위한 모험
M EV1은 8,995달러로, 기존 거리계 모델보다 약 850달러 저렴합니다. 이는 수작업으로 조립되는 거리계 시스템이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라이카는 이 모델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위한 M 카메라”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더 정확하고, 더 빠르고, 더 다재다능하지만, 그것이 과연 M의 본질일까? 카메라가 단순히 이미지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철학’이었기에, 일부 팬들은 EV1을 ‘완벽하지만 영혼이 없는 M’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카는 여전히 전통적인 거리계 모델을 병행해 생산할 계획이며, “순수한 M의 감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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