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14.
예전 광고회사에 다닐 때, 연봉협상 시즌이 되면 대표님께 직접 업무 평가를 받곤 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 평가 방식이 야구에 빗대어 이루어졌다는 점이었다. 각자의 업무를 공격과 수비로 나누어 해석하는 방식이 신선했고, 그 비유는 지금도 종종 떠오른다. 나는 퇴사 후 1인 기업을 운영한 지 5년이 넘었고, 그동안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다. 일이 많고 복잡할수록 핵심을 놓치기 쉬웠고, 때때로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업무를 상징화하고 단순화하는 방식을 찾게 되었고, 그 출발점이 ‘공격’과 ‘수비’라는 개념이었다.
그렇다면 1인 기업에서의 공격과 수비는 어떤 의미일까. 공격은 곧 눈에 보이는 영업 자료, 상세페이지이다. 상품의 어떤 장점을 우선순위로 소비자에게 어필할지,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지, 판매 채널은 어디로 할지 등을 고민한다. 결국 상세페이지에 담긴 수많은 요소는 모두 공격의 도구다. 반면 수비는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주로 상담 관련 업무이다. 리뷰 모니터링, 클레임 응대,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업데이트 등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사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바탕이다. 나는 이 두 축을 통해 나의 업무를 구분하고 집중해왔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리더의 길을 묻다’를 읽고서 ‘공격’과 ‘수비’라는 실전에 ‘훈련’이라는 한 축을 더하게 되었다. 야구에선 실전과 훈련이 명확히 구분되지만, 경영에서 그 경계가 모호하다. 경영에서 훈련은 ‘사업이 이렇게 된다면… 저렇게 된다면…’과 같이 매 순간 경영자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이를 의도적으로 의식하지 않으면 삶과 일이 구분되지 않고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훈련’도 업무의 일부로, 더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 인식의 전환이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그 훈련은 바로 ‘창고 관리’이다.
1. 공격: 상세페이지
“역시 이기고자 하는 집념이 강한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됩니다.”
“만약 모두가 배수진을 칠 상황에 몰려서 일치단결한다면 천하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상세페이지에는 영업의 거의 모든 요소가 집약되어 있다. 가격과 배송, 제품 이미지와 셀링 포인트까지,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대부분의 정보가 이 한 장 안에 담긴다. 특히 셀링 포인트를 작성할 때는 경쟁사의 상품과 비교해 어떤 점이 더 나은지, 소비자의 시선을 어디에 집중시켜야 할지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상세페이지는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이기고자 하는 집념에서 시작된다. 경쟁의 치열한 시장에서 배수진을 치듯 전략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할 때 상세페이지는 비로소 강력한 무기가 된다.
2. 수비: 고객상담
“혼이 나면서도 ‘이건 인연이다, 거래처가 화를 내는 것은 그만큼 우리를 생각해 주기 때문이다.’라고 받아들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모두에게 만족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손님을 부를 자격은 없습니다.”
“정말로 감격해서 편지를 썼다면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을 겁니다. 형식적인 편지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고객 상담을 Ai 로봇으로 자동화할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CS를 진심을 다하는 영역으로 여기며 직접 응대해 왔다. 판매자의 입장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과 신뢰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화를 내는 고객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품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실망감이 컸던 것이다. 나는 고객 클레임에 대한 답변을 '러브레터'를 쓰는 마음으로 마주하려 한다. 진심이 담긴 상담은 상품의 평판이 되고, 평판은 곧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는 결국 상품보다 오래가고,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에 밑바탕이 된다.
3. 훈련: 창고관리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위대한 정치의 요점을 깨닫는 것이지요.”
창고 정리는 늘 후순위로 밀린다. 귀찮고, 안 해도 당장 문제가 생기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고 상태가 벼랑 끝까지 몰리면 결국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중요한 통찰이 따라온다. 남은 재고, 반품 비율, 상품별 매출 흐름, 반품 사유 같은 요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세페이지를 수정하거나 상품 구성을 바꾸기도 한다. 창고를 정리하는 시간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압축된 경영 사고의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사업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의 선택을 준비한다. 막연한 불안 속에서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것보다, 손을 움직이며 머리를 정리하는 시간이 훨씬 유익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