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0.
택배 풀필먼트 서비스를 계약한 뒤로 코어타임 업무만 놓고 보면 하루에 2시간 정도를 일 한다. 코어타임 전후로 1시간씩 더해 출근부터 퇴근까지는 약 4시간이다. 하지만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한 1인 기업가에게 출퇴근이란 의미가 직장 생활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업무의 온오프 (On/Off) 개념이 더 명확했던 것 같다. 출근을 하면 일 생각을 온하고 퇴근을 하면 일 생각을 오프하고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1인 기업가가 된 지금 왜 직장인일 때처럼 온오프하지 못할까를 생각해 보면 이는 책임감과 연관되어 있다.
이 글은 비즈니스 카테고리 연재 중으로 ‘09. 하루 2시간 일하며 삶의 의미 찾기’ 편이다. 이번 편에서는 1인 기업가의 코어타임 업무시간 외 생활과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다. 연재 첫 글과 목차 보기
책임감에서 오는 막연한 걱정과 불안
직장인일 때의 책임감은 소속된 부서 내 구성원들과 책임을 나누어 갖는다. 그리고 부서 단위로 보면 다른 부서와 회사 전체의 책임을 나누어 갖는다. 즉 회사 구성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책임감은 줄어든다. 1인 기업가는 모든 업무를 혼자서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 그러니 10명이 있는 회사의 구성원 1명의 책임감이 평균 1/10이라면, 대표로만 구성된 1인 기업가는 책임감이 1/1로 전자보다 10배가 더 크다. 일의 강도와 별개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으면 퇴근을 하고 나서도 문득문득 일 생각이 떠오르고 막연한 걱정과 불안에 빠진다. 그리고 이 책임감의 총량은 기업의 매출에 비례한다.
1인 기업가의 이 책임감에서 오는 불안감을 떨쳐 내는 데 의도적으로 일 생각을 오프하는 마인드셋 연습이 필요하다. 이 일에 정답은 없고 나도 아직 이 감정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 지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이것이 1인 기업가로서 일이 아닌 삶에서 느끼는 주된 고민거리다.
생산적 활동을 통해 자존감 높이기
하루 24시간 중 8시간을 잔다고 보면 16시간이 남고, 그 중 코어타임 2시간과 이래저래 2시간을 추가로 일하면 하루의 절반, 12시간이 남는다. 그 남는 12시간 동안 운동 및 취미활동을 하고 새로 생긴 맛집을 찾아가는 등 너무나 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보이지만 정작 내게 그 시간이 주어진 지금 나는 많은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작 일주일에 2시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간간히 책을 읽는 게 생산적인 시간 소비의 전부다. (이는 직장인일 때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머지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하는 데 계획 없이 시간을 쓴다.
*게임은 20년 넘게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으니 함께 하실 분은 메일에 아이디를 남겨주세요, 정말로요!
꼭 생산적인 일로 남는 시간을 모두 채워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컨텐츠를 소비하며 일로부터 떨어져 뇌를 쉬게 하는 것도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필요 이상으로 게임과 유튜브에 시간을 소비한다고 느끼고 있고, 생활 루틴에서 생산적인 활동을 좀 더 늘려 소소한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자존감을 높여야 함을 알고 있다.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로는 (1) 평소 관심 있던 사회학 디자인 분야의 공부 (2) 주식 부동산 투자 공부 (3) 글쓰기 등이 떠오른다.
막연하게 시간이 될 때 한다고 하면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좀 더 계획적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 예를 들면 대학원에 등록하여 학위를 취득하거나 부동산 임장을 정기적으로 다닌다거나 하루 한 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와 같이 규칙성과 강제성이 더해지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자아실현을 향한 노력
일상에서 자존감을 높이며 행복감을 높이는 일과 자아실현을 통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다소 철학적인 자아실현이라는 목표는 어디서부터 계획하고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알려주는 이 없이 스스로 찾고 이루어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탐구하고 노력하는 태도를 갖느냐 안 갖느냐는 말년에 갈수록 인생의 만족감에서 큰 차이가 나리라 생각한다. 매슬로 욕구단계에 따라 우리는 현재보다 더 높은 욕망을 추구한다.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지금 자연스럽게 사회적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를 갈망한다.
자아실현은 잠재되어 있는 자아의 본질을 실현하는 일이다. 여기서 ‘자아의 본질’이라 함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잠재된’이란 키워드에 주목하게 된다. 내가 지금껏 발휘하지 못한 무엇이다. 발휘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능력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만을 위해 달려온 나에게 의외적으로 기쁨으로 다가온 일을 떠올려 보면 봉사활동이다. 대학시절 정기적으로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를 돌본 일과 사회생활을 하며 유기견 유기묘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한 일이다. 나는 대가 없는 봉사활동을 하며 알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또다른 만족감은 내 전공과도 관련된 일인데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다. 나는 역사에 남은 희대의 디자인 아이콘들을 사랑하는데,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보다는 실제로 그 디자인 아이콘이 가진 형태의 완벽한 비례감과 만듦새에서 오는 창작자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며, 그것을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다. 이는 꼭 어떤 물건일 수도 있고 먹을 수 있는 요리일 수 있고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가 인테리어를 업으로 하지 않음에도 공부한 것에 감사한 이유이고, 살면서 누군가에게 내가 느낌 이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창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넋두리를 풀다 보니 비즈니스를 주제로 한 이번 연재에서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로 이어졌다. 생산적 활동을 통한 자존감 높이기를 통해 막연한 불안감을 지우는 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이번 글을 통해 털어놓았다.앞으로 이 고민의 연장선 상에서 블로그를 운영해 나갈 것이다.
이 글을 끝으로 ‘3장. 1인 기업은 어떻게 일하나’를 마친다. 다음 글에서는 ‘4장. 1인 기업 운영 팁과 노하우’의 첫 글 ‘네이버 vs 쿠팡, 오픈마켓 비교’를 시작으로 조금 실무적인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