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마저 지나가려 하는데, 지난 여름에 묵었던 연남동 에어비앤비 리뷰를 이제서야 올린다. 연남동에서 하룻밤 묵으며 떠올린 주거에 대한 생각들을 이 글을 통해 정리하려고 글을 쓴다.
내가 추억하는 연남동은 각별하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서울 창천동 소재의 첫 직장에 입사한 2014년 어느날 눈에 보이는 부동산에 가서 첫 번째로 본 원룸방을 계약한 동네가 연남동이었다. 당시엔 연남동숲길공원 공사가 한창이었고 연남동이라고 해 봐야 동진시장을 끼고 있는 툭툭누들타이, 히메지카레, 리브레커피, 베무초칸티나 정도의 맛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상권이었다. 연남동에 자취를 했던 2년 6개월 동안 숲길공원이 열렸고 골목골목마다 맛집과 카페가 엄청나게 늘었다. 주말 아침 슬리퍼를 신고 나가 새로 문을 연 식당을 찾아다니느라 월급을 모으진 못했지만 이런저런 추억을 쌓았던 낭만이 있는 사회 초년 생활이었다.
시간이 꽤 지난 뒤 나는 공덕 오피스텔 전세를 거쳐 북가좌동의 나홀로 아파트 10평 대에 입주했다. 그 즈음 주변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경기도권 30평대 아파트를 사 서울을 벗어났다. 몇 개월 뒤 코로나가 유행했고 0% 대 금리 시대를 거치며 집 값이 2배 가까이 오르는 걸 보았다. 나는 그때 대한민국 아파트라는 것이 1,000세대 이상, 30평형, 역세권, 학군이 좋은, 브랜드 아파트가 부동산 “상품”이라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주어진 형편에 그저 만족했던 타입이라,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소형 나홀로 아파트를 산 나는 인간의 욕망이 자본주의 시장을 이끈다는 것을 쉬쉬한 대가로 투자 기회를 놓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으며 다시 금리가 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면 브랜드 아파트의 주거 문화는 내가 살아오고 추구해온 라이프스타일과는 다르다. (내가 브랜드 아파트를 살아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고, 살아보지 않았으니 내가 평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도 했다.) 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좋아하는 로컬 식당과 카페가 즐비한 동네에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길 원한다. 자동차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잠자리에서 멀리 벗어나는 건 질색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맞으면서도 앞서 열거한 조건의 아파트는 경제 여건 상 불가능하거나 아주 먼 미래에나 꿈꿔볼 수 있다.
앞으로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할 때는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냐, 브랜드 아파트냐 둘 중 하나를 포기하다시피 해야 할 것인데, 당장은 이사를 안 해도 되니 이 고민을 미뤄 때가 되었을 때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번 연남동 여행은 과거 연남동에 살았던 추억도 곱씹고 앞으로의 주거에 대한 고민도 좀 더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좋다. 에어비앤비 스테이 노멀띵스는 내가 자주 가던 연남동 중심 상권에서 꽤나 떨어져 있다. 숲길공원의 끝자락에서 좀 더 걸어 내려가야 한다. 이곳에 아기자기한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어서 이곳저곳들 들렀다. 오랜만에 몇 걸음 거리에 있는 마음에 드는 식당에서 맛있는 걸 배불리 먹고 취한 뒤 푹 쉴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