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에어비앤비 스테이 노멀띵스

2022. 10. 25.

가을마저 지나가려 하는데, 지난 여름에 묵었던 연남동 에어비앤비 리뷰를 이제서야 올린다. 연남동에서 하룻밤 묵으며 떠올린 주거에 대한 생각들을 이 글을 통해 정리하려고 글을 쓴다.

 

내가 추억하는 연남동은 각별하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서울 창천동 소재의 첫 직장에 입사한 2014년 어느날 눈에 보이는 부동산에 가서 첫 번째로 본 원룸방을 계약한 동네가 연남동이었다. 당시엔 연남동숲길공원 공사가 한창이었고 연남동이라고 해 봐야 동진시장을 끼고 있는 툭툭누들타이, 히메지카레, 리브레커피, 베무초칸티나 정도의 맛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상권이었다. 연남동에 자취를 했던 26개월 동안 숲길공원이 열렸고 골목골목마다 맛집과 카페가 엄청나게 늘었다. 주말 아침 슬리퍼를 신고 나가 새로 문을 연 식당을 찾아다니느라 월급을 모으진 못했지만 이런저런 추억을 쌓았던 낭만이 있는 사회 초년 생활이었다.

 

시간이 꽤 지난 뒤 나는 공덕 오피스텔 전세를 거쳐 북가좌동의 나홀로 아파트 10평 대에 입주했다. 그 즈음 주변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경기도권 30평대 아파트를 사 서울을 벗어났다. 몇 개월 뒤 코로나가 유행했고 0% 대 금리 시대를 거치며 집 값이 2배 가까이 오르는 걸 보았다. 나는 그때 대한민국 아파트라는 것이 1,000세대 이상, 30평형, 역세권, 학군이 좋은, 브랜드 아파트가 부동산 상품이라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주어진 형편에 그저 만족했던 타입이라,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소형 나홀로 아파트를 산 나는 인간의 욕망이 자본주의 시장을 이끈다는 것을 쉬쉬한 대가로 투자 기회를 놓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으며 다시 금리가 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면 브랜드 아파트의 주거 문화는 내가 살아오고 추구해온 라이프스타일과는 다르다. (내가 브랜드 아파트를 살아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고, 살아보지 않았으니 내가 평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도 했다.) 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좋아하는 로컬 식당과 카페가 즐비한 동네에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길 원한다. 자동차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잠자리에서 멀리 벗어나는 건 질색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맞으면서도 앞서 열거한 조건의 아파트는 경제 여건 상 불가능하거나 아주 먼 미래에나 꿈꿔볼 수 있다.

 

앞으로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할 때는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냐, 브랜드 아파트냐 둘 중 하나를 포기하다시피 해야 할 것인데, 당장은 이사를 안 해도 되니 이 고민을 미뤄 때가 되었을 때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번 연남동 여행은 과거 연남동에 살았던 추억도 곱씹고 앞으로의 주거에 대한 고민도 좀 더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좋다. 에어비앤비 스테이 노멀띵스는 내가 자주 가던 연남동 중심 상권에서 꽤나 떨어져 있다. 숲길공원의 끝자락에서 좀 더 걸어 내려가야 한다. 이곳에 아기자기한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어서 이곳저곳들 들렀다. 오랜만에 몇 걸음 거리에 있는 마음에 드는 식당에서 맛있는 걸 배불리 먹고 취한 뒤 푹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좀 더 자세한 리뷰는 사진과 함께 남긴다.

요즘 꿈에 자주 나와주어서 고마워 단아야, 다음 꿈에선 꼭 안아줄게.

스테이 노멀띵스 찾아가는 길. 연남동 중심 상권에서 꽤나 벗어나,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에 불편했으나 초창기 연남동이 또오르는 정감 가는 골목길이다.
스테이 노멀띵스는 다가구 주택 2층 구석에 있다. 오래된 주택인데다가 한여름이었어서 복도에 날벌레가 많았다.
스테이 노멀띵스 현관.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호스트인데 내부가 기대됐다.
내부에 들어섰을 때 첫 장면. 에어비앤비 예약 앱에서 본 그대로의 룸 컨디션이었다. 천고를 트고 벽을 콜라주하듯 나누어 거울로 마감한 것에 디자인 전공자의 내공이 느껴졌다. (뭔가 잘 맞을 것 같아 친해지고 싶다.)
들어서자 마자 가장 눈이 간 건 에드워드 호퍼의 <바닷가의 방> 액자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베드룸에 들어서자 마자 큰 존재감을 내뿜는 JBL 스피커 시스템.
초록색 브라운 탁상시계. 투명한 하드 케이스를 입은 초창기 아이팟. 아이팟에는 호스트가 담은 곡들이 담겨 있었는데 하나 같이 좋았다.
베드룸. 침구는 편안했다. 저기 액자는 작가의 서명이 있는 걸로 보아 호스트의 소장품인 듯하다. 밤에 길거리 사인불빛과 가로등빛이 실내로 들어왔는데 암막 커튼이 없어 좀 곤란했다.
베드룸을 페인트 칠한 적갈색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적벽돌과 적색 기왓지붕과 톤을 같이 한다.
창 밖으로 줄 선 식당이 보인다. 찾아 보니 "소점" 이라는 일식당으로 후기가 좋은 오코노미야키와 타코야키 맛집이라고 한다.
침실 문에서 본 다이닝키친. 무채색 일색인 집에서 살다 포인트 컬러가 잘 배치된 숙소를 보니 무더운 날씨에도 괜한 활력이 났다.
배가 고팠으나 일단 웰컴드링크. 일리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셨다.
호스트 님께서 남겨 주신 짧은 편지와 다과에 감동을 받았다. 아까 창 밖으로 본 소점 식당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하길 추천하셨다. 다만 약속이 있어서 소점 방문은 다음을 기약한다.
다시 먹고 싶은 훌륭한 디저트. 언젠가 저 과자 구해서 먹어보고 싶다.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연남동 중심상권에 걸어서 다녀 왔다. 걷기에 힘든 날씨였는데 교통이 썩 잘 되어 있지 않은데다 택시도 잡히질 않아 20분을 걸었다. 어쨌든 약속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저녁이 되었다.


숙소에서 씻고 쉬다가 <르규옹> 이라는 와인 집을 방문했다. 찾아보고 간 건 아니고 숙소 바로 앞이라 갔다.
메뉴 이름을 까먹었다. 뇨끼와 초당옥수수였나? 맛있었다.
메인메뉴로 고기를 주문했다.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나질 않는데 과거에 찍은 메뉴판 사진에 메뉴 이름이 보이질 않는다. 즉석에서 고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주문을 했었나? 아무튼 이 또한 맛있었다. 주문한 메뉴 하나하나가 다 맛있어서 다음에 못 먹어본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날. 에어비앤비가 호텔보다 좋은 건 골목골목 맛집을 집앞에 두고 있는 것도 있지만, 숙소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 점도 뺄 수 없어서 요리를 해먹었다. 메뉴는 바지락 칼국수. 전날 집에서 재료를 손질해 와서 바로 끓여 먹었다.


그리고 점심도 숙소 앞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우탕>
전날 지나가면서 보았을 때 재료 소진으로 마감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깔끔한 식당을 보니 맛도 깔끔할 것으로 기대.
메뉴가 갈비 일색인 걸 보니 갈비탕 맛집이 분명해 보인다.
상차림. 기대만큼 상차림도 깔끔했다.
맛도 깔끔. 군더더기 없는 갈비탕 맛이고 살점도 부드러워서 매일매일 찾고 싶은 맛이었다. 집에서 거리는 멀지 않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한 탓에 아직까지 못가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니 다시 생각난다.


그리고 동네를 그냥 벗어나기 아쉬워 카페를 찾다가 발견한 <지구샵 그로서리>
친환경 무엇무엇들을 팔고 있었고
디저트와 음료도 비건식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신선한 주스와 커피 그리고 간단한 디저트를 먹었다. 여기 팬케이크를 다음에 브런치로 먹어보고 싶다. 다 적고 보니 재방문하고 싶은 식당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