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돈의 속성

2022. 3. 14.

30대가 되기 전에는 돈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매달 일정한 때에 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을 어떻게 쓸까가 돈에 대한 생각의 전부였고, 이 중 얼마의 돈을 얼마간의 시간 동안 모아서 무엇을 할까라는 고민은 없었다. 당시 유행처럼 번진 욜로(YOLO), 플렉스(FLEX)하는 삶을 지향하진 않았지만 버는 족족 내 안목과 능력을 기르는 가치 투자라는 명목 아래 오리지널 가구를 사거나 고급 호텔을 가거나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맛집을 찾아 다녔다. 그 외에 씀씀이도 컸던 걸 돌이켜보면 버는 것에 비해 많이 쓰는 과소비 생활을 했던 것은 분명하고 이에 반성한다.

 

이립(而立) 모든 기초를 세우는 나이인 30대에 들어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적으로는 내가 투자했던 안목과 능력으로는 막연히 꿈꾸던 고액연봉의 로드맵에 한계와 여려움이 있음을 직감했고 외적으로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집값이 오르고 경제가 휘청거렸다. 그 즈음부터 소설이나 예술 서적보다 자기개발과 경제 서적에 손길이 갔다. 30대 이후 매년 손꼽히게 읽고 리뷰한 책들도 <부자의 운>, <부의 추월차선>과 같은 책들이다. 올해 들어서는 유튜브에서 김승호 회장의 강연에 감명을 받고 그가 쓴 <돈의 속성>을 집어 들었다.

 

김승호 회장 돈의 속성 200쇄 기념 개정 증보판 표지

앞서 읽었던 <부자의 운>에서는 부자가 되기 위한 삶의 태도를 되짚어 보았고, <부의 추월차선>에서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 소비자가 아닌 판매자가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면, 이번에 읽은 <돈의 속성>에서는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지 알게 되었다. 지난 시간 동안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 지에만 골몰했지만, 부자가 되려면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불리고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 이 글을 과거 과소비 생활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돈을 버는 것은 여기서 논외로 하고, 돈을 지키고 쓰고 불리는 것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1. 돈을 지키는 것은 줄줄이 나가는 정기비용을 관리하는 것이다. 식비, 통신 각종 공과금 등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점검하는 것이 있겠다. 2. 돈을 쓰는 것은 비정기비용을 관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유흥비, 문생활비, 생활관리비 등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점검해야 한다. 3. 돈을 불리는 것은 투자하는 것이다. 먼저 어느정도 씨드머니를 마련한 뒤, 주식, 부동산, 미술품투자(최근 큐레이터 후배를 통해 관심이 생겼다)를 고려하고 있다.

 

돈을 불리는 투자는 씨드머니를 마련할 때까지 긴 시간을 두고 독서와 발품을 팔아 공부가 필요하지만, 돈을 지키고 쓰는 습관은 당장 고칠 필요를 느낀다.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내 자산이라는 관점을 가지게 되었고, 돈을 잘 지키고 쓰는 것은 미래 소비를 통해 앞으로 바뀔 나의 모습이 아닌 과거 소비를 통해 만들어진 나의 모습, 현재의 자산을 점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과거 소비한 것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 내 라이프스타일의 방향성을 정해야 미래의 나를 위한 가치 소비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돈을 지킬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완독한 지난주에는 생활 지출 계획을 세우고 통장관리를 했고, 엊그제는 주식투자 서적을 구매하고 후배가 있는 미술관 주변으로 갤러리 투어를 했으며, 어제는 밀린 집 청소, 정리정돈, 통장관리를 하며 나의 자산을 점검했다. 과거의 경험 상 무언가 영감을 받고 계획을 세우며 다진 의지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약해진다. 정기적으로 계획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내 생활의 중심에 두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 돈이 생겼을 때 무엇을 할까라는 관점보다 무엇 때문에 돈을 마련하는가에 관점을 두고 경제생활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글을 정리한다.

 

책의 기초가 된 김승호 회장 특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