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9.
아버지는 생신을 음력으로 세신다. 나는 음력 생일을 챙기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더이해할 수 없는 점은 아버지의 주민등록 상 생일 역시 음력 날짜로 기록된 점이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의 생신을 주민등록 상의 양력 날짜 챙기더라도 그 날이 양력 생신이 아닌 것이다. 이런 불편함으로 내 나이 30이 넘도록 아버지 생신을 제 때 축하하지 못하고 있고, 이번 해에도 한 주 늦게 생신을 챙기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핑계지만)
아버지는 평생 개인사업자였다가 50대 중순에 접어든 작년부터 직장생활을 하신다. 20대 때 했던 화물운전 경험을 살려 형님의 공장에서 3톤 화물 차량을 운전한다. 아버지 생신을 맞아 고향에 간 지난 주말에도 아버지는 운전을 했고 새벽 5시 배송 길에 나를 조수석에 태워 거래처 공장들을 보여주셨다. 나는 업무 차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공장 취재를 종종 다녔는데, 아버지가 납품을 거는 거래처 공장은 그보다 훨씬 작은 규모임에도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현장감에 오히려 감흥이 컸다.
아버지는 50대 들어서부터 기력에 쇠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말씀을 부쩍 많이 하신다. 그때마다 나는 레이 크록이 50대 때 일으킨 맥도날드 사업 이야기를 종종 들려드린다. 같은 얘기인데도 나는 또 새롭게 들려 드리고, 아버지는 또 새롭게 받아들인다. 나는 아버지가 레이 크록처럼 다시 사업을 일으켜 돈을 벌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버지가 다시 자신감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 자신감을 아들인 내가 성공하는 모습에서 대리 만족하는 방법으로 얻으실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성공할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자식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자신감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잊혀질만 하면 아버지에게 또다시 레이 크록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 것이다. 그가 일으킨 사업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가 그때 가진 용기를 심어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레이 크록의 맥도날드 설립기를 소재로 한 영화 '파운더'와 자서전 '사업을 한다는 것'을 보고 읽었지만, 다른 수 많은 말보다도 그가 50대에 세계적인 사업을 일으켰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가장 큰 영감이라 생각한다.
그런 그가 책의 말미에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도 실패와 패배에 맞서는 ‘용기’이다.
“성취는 실패의 가능성, 패배의 위험에 맞설 때만 얻을 수 있다. 바닥에 놓인 밧줄 위를 걷는 일에 성취감을 느낄 수 는 없다. 위험이 없을 때는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자부심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행복도 없다.
우리가 발전한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개척자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유기업 체제가 가진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그것이 경제적 자유로가는 유일한 길이다. 다른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