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2.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슈독>을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세 가지 놀라움과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먼저 세 가지 놀라움은 이렇다.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리본은 일본의 오니츠카 타이거를 미국에 수입하는 유통사로 시작됐다. 블루리본이 오니츠카 타이거와 결별하고 나이키를 론칭하는 데 있어서 치열한 법정다툼이 있었고 미국판매격 문제로 정부에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했다. 나이키는 주식 공모를 하기 전까지 계속된 파산 위기의 자금난을 겪었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달음은 이렇다. 필 나이트가 그랬듯이 무언가 순수한 마음으로 열망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
20세기 말에 태어난 나에게 가장 첫 러브마크는 나이키였다. 아마 내 또래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자의식이 만들어지는 청소년 시기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대부분 운동화였다. (다 같은 교복을 입었기 때문) 나는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모아 번화가에 있는 나이키 매장에 친구들과 함께 들러 쭈뼛쭈뼛 맥스95를 사던 그날과 처음 운동화를 신은 날 혹시나 때가 탈까 노심초사 등교하던 그날과 운동장 진흙바닥에 운동화가 더러워져 속상했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나이키를 신으면 내가 멋져 보였고 당당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던 나이키가, 독일산 아디다스가 시대를 지배하던 70년대에, 일본 카메라가 독일 카메라를 대체하는 시장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일본산 운동화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미친생각' 아래 수입 유통사로 시작했다는 것은 꽤 충격이었다. 그리고 나이키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문제와 그 문제를 하나씩 부딪치며 극복해나가는 필 나이트의 상황에서 처절함을 느꼈고, 해를 더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장의 수요에 발맞추기 위한 공급 확대로 인해 계속된 적자 상태에서 믿음을 잃지 않고 회사를 성장시켜 나갔다는 점에서는 위대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승리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필 나이트가 가진 스포츠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필 나이트는 자서전을 '미친생각'과 함께 시작한다. 미친생각은 대학생 시절 일본산 운동화를 미국에 수입 유통하는 생각이었다. 그 미친생각을 단초로 사회에 발을 딛고 세상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누구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 있고 그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을 쌓아 나가게 된다. 나는 필 나이트가 회고하는 '미친생각'에 감정을 이입했고 대학시절에 했던 미친생각을 떠올렸다.
건축물을 보기 위해 혼자서 미국의 외딴 도시를 배회하고, 말도 안 되는 단편영화를 찍고, 개인 사진전을 열고, 친구 아버지의 양말공장 창고에서 양말 브랜드를 론칭했던 몇 가지 미친생각과 행동들이 스쳤다. 그리고 디자인 잡지사에 취업하며 이 모든 미친생각을 뒤로했던 순간까지. 그로부터 7여 년이 지났다. 앞선 포스팅에도 남겼지만 나는 필 나이트의 '미친생각'에 감상적으로 매료되어 내가 10년 전 미친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던 그날의 어떤 사진을 액자로 만들기까지 했다. 나는 이 액자를 보며 필 나이트의 '미친생각'을 매일 상기하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나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에 좇겨 나이키의 네이밍과 로고 디자인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했던 일화도 작은 놀라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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