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행은 두 번째이다. 정확히 10년 전, 2010년 겨울에 미국 동부를 여행했을 때 뉴욕에 보름 넘게 머물렀다. 그당시에 취향과 관점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최대한 많이 걷고 경험하며 도시와 친밀해진 것이 지난 10년 동안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되었다. 오랫동안 이 여행의 목적지를 2020 하계 올림픽을 준비하는 도쿄로 생각했는데, 일본 여행에 대한 반감과 서양(웃긴 표현이다) 여행에 대한 갈증이 겹쳐 뉴욕 여행을 결심했다. 10년 전에 비해서 뉴욕은 얼마나 변했고,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이번에 뉴욕 여행에 쓸 수 있었던 시간은 3일이었다. 시간이 짧은 만큼 계획이 중요했다. 최대한 많이 보기보다는 지난 10년 사이, 뉴욕의 도시 건축적인 변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10년 전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던 911 메모리얼 뮤지엄이 완공된 것, 일부만 공개되었던 하이라인이 완공된 것과 하이라인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로어맨해튼 웨스트의 변화(특히, 미트패킹 지역으로 자리를 옮긴 휘트니 뮤지엄과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의 더 베쓸)를 보고자 했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차차 블로그에 남기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머물렀던 호텔을 리뷰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에이스호텔에 머물까 했는데, 4박을 하기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하루만 경험하고 비즈니스호텔에 묵자니, 먼 거리를 떠나 짧은 시간을 여행하기에 체력에 무리가 갈 것 같았다. 구글링을 하던 중 에이스호텔 디자인팀이 디자인을 한 신규 호텔, 시스터 시티 호텔을 찾았다. 가격도 예산 내에 있었고, 무엇보다 로어맨해튼에 위치해서 좋았다.
호텔 디자인은 미니멀하다. 인테리어 마감재를 5개 이상 사용하지 않은 것 같고, 컬러도 아늑한 베이지 톤, 하나로 통일했다. 직접 머물고 보니 디자인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미니멀했다. 기존 4~5성급 호텔에 익숙한 투숙객이라면 불편할 정도. 호텔에 로비가 없고 대신 셀프 체크인을 할 수 있는 머신이 있다(물론 상주하며 안내해주는 스텝은 24시간 대기 중이다). 객실에는 미니바, 커피 머신, 옷장 등 비슷한 가격대의 비즈니스 호텔이였다면 응당 갖추었을 법한 어메니티도 없다.
그럼 이곳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호텔에 머물고 온 나에게 되묻는다면,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루프탑 바라고 할 수 있겠다. 11층에 라스트 라이트(Last Light)라는 루프탑 바가 있는데, 이곳을 가는 엘리베이터가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로비에서 길을 잃은 취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하나같이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찬 매력적인 젊은이들이었다. 루프탑 바에 방문했지만 마감에 가까운 시간에 간 탓도 있고, 축제같은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기도 해서 느낌만 살피고 나왔다(그래서 사진도 없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늦은 오후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해 질 녘 석양에 비친 미드타운 뷰가 좋다.
그리고 조식도 훌륭했다. 1층에 위치한 쾌적한 식당, 플로렛(Floret)에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조식을 먹을 수 있는데, 사람이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계획상 하루만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하려 했는데, 출국하는 날 아침, 한 번 더 안 먹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조식을 두 번 먹었다. 처음엔 그래놀라, 다음엔 조식세트를 먹어 보았는데, 메뉴가 다양해 가볍게 먹기에도, 든든하게 먹기에도 좋은 식당이다. 뷔페식은 없고 모두 단품요리로 제공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한 줄 추천을 남긴다. 잘 먹으며 로어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이곳이 제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