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4.
지난 주말에 서촌 온그라운드 갤러리를 찾아 《아홉 개의 방, 미완의 집》 전시에 다녀왔다. 네임리스 건축의 첫 주택 작품인 「아홉칸집」과 그곳에 살아가는 고경애 작가의 유화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보통 건축 전시는 건축가의 관점에서만 그려지기 마련인데, 이 전시는 건축가와 함께 그곳을 살아가는 건축주의 관점이 함께 담긴 점이 독특했다.
「아홉칸집」은 이름 그대로 정면 세 칸과 측면 세 칸으로 공간이 구성된 아홉 칸의 집이다. 거실, 부엌, 침실 등으로 위계와 기능이 정해진 일반적인 주택과 다르게, 「아홉칸집」은 모든 공간의 위계가 동등하고 기능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가족이 생활하며 방의 쓰임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바꿀 수 있다.
오랜 일본 생활을 마친 뒤 한국에 돌아와 가정을 꾸리고 도심 아파트에 살던 그와 가족. 그들은 정형화된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전원주택 생활을 계획한 뒤 네임리스 건축을 찾았다. 네임리스 건축은 컬렉션한 가구의 배치를 수시로 바꾸는 것이 취미인 가족의 생활을 담을 집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아홉칸집」을 설계했다.
전시장을 나서며 그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코르뷔지에 넌 오늘도 행복하니》를 샀다. 책 속에는 「아홉칸집」에서 생활하는 가족의 모습이 사진으로 담겼다. 실제로 가족이 공간을 규정하지 않고 가구의 배치를 바꾸며 생활하고 있음을 사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자유롭고 즐거워 보였다.
전시 이름으로 쓰인 미완의 집. 단순히 ‘건축주가 생활하며 완성하는 집’이라는 상투적인 의미라기보다, ‘완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 자유로운 가족의 집’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