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2.
응석을 부려도 될 나이에 철이 든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행복을 한발치 물러서서 바라만 볼 뿐, 온전히 행복감을 만끽하며 살지 못할 운명인 것만 같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희생하며 살아갈 것만 같다.
고작 여섯 살인 나노미야 게이타는 부모인 료타와 미도리를 기쁘게 하기 위해 살아간다. 별 흥미가 없는 피아노를 배우고, 유명 사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입시학원에 다닌다. 자신이 피아노를 치고, 입시에 통과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가 기뻐하는 게 좋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소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날 게이타는 아버지 료타에게 새로운 미션을 받는다. 얼마전부터 알게된 아저씨와 아줌마의 집에 가서 살아가는 미션이다. 게이타는 아버지의 말대로 더 강해지기 위해,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리움을 꾹꾹 참으며 하루하루 미션을 수행한다.
하지만 충분히 강해지고 미션을 마쳤다고 생각한 게이타는, 자신을 데리러 온 줄로 믿었던 아버지가, 자신이 아닌 동갑내기 친구를 찾는 음성을 듣고, 벽장에 숨어버린다. 아버지는 자신을 찾을 생각도 않고, 친구를 차에 태운뒤 곧장 떠나버린다. 게이타는 난생처음 배신이라는 감정을 아버지에게 느낀다.
게이타는 미션을 수행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하려 했던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을까. 끝나지 않는 미션을 준 아버지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낀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게이타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아버지를 마음에서 지운다.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소설로 나왔다. 영화를 보고 또 볼수록, 소설을 읽고 또 읽을수록, 그 어린아이의 여린 마음이 아프다. 내 앞에서 슬퍼하는 아이, 게이타를 끌어 안고 슬픔을 덜어주고 싶다. 그저 게이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손의 온기를 느낀 유카리가 더 힘껏 게이타를 끌어안았다.
내 앞에서 슬퍼하는 아이. 그 슬픔을 덜어주고 싶었다. 유카리에게는 그것이 어느 곳의 어떤 아이더라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료타는 지금까지 자기를 지탱해온 것들이 소리를 내며 무너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모든 것들이 자기 주위에서 도망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