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 마켓 3.0

2018. 10. 13.

대구에 있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것에 두 가지 감사한 일이 있다. 하나는 문화의 중심, 서울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기른 것. 다른 하나는 좋은 스승을 만난 것. 스승은 내게 디자인 실무 능력보다는 경영학과 인문학을 베이스로 한 넓은 관점을 길러주었다.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케빈 로버츠의 〈러브마크〉, 그리고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과 같은 책을 추천해 주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감사한 일이 있다. 직원에게 필독서를 추천하고 지원하는 회사에 다니는 것. 필독서는 1주일에 1권씩 읽으면 1년에 독파할 수 있는 50권으로 구성되고, 비즈니스, 디자인, 4차산업혁명, 스마트워크의 4가지 분야로 나뉜다.


필립 코틀러 〈마켓 3.0〉 표지


그중 가장 처음으로 추천된 필독서가 〈마켓 3.0〉이다. 저자 필립 코틀러가 〈마켓 4.0〉을 이야기하는 때가 되었지만, 마켓팅의 기본을 이해하는데 이만한 책이 있을까 싶다. 대학생 때 〈마켓 3.0〉을 읽었던 기억이 안 날 뿐더러, 그때 느낀 감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마켓 밖에 있었지만 지금은 마켓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이리라. 한구절 한구절이 피부에 와닿고 행동에 옮기고픈 생동감이 일었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가치를 구매하는 시장, ‘마켓 3.0’.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의 미션, 비전, 가치를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영혼에 호소해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 특히, 훌륭한 미션에는 반드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스토리가 있고, 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집단적인 지혜’로 부터 출발한다는 부분을 글을 쓰는 작가로서, 편집하는 에디터로서 인상 깊게 읽었다.



기업은 브랜드 필름을 의뢰할 때 때마다 고민이 있다. 소비자에게 신상품을 홍보한다, 투자자에게 브랜드 비전을 소개한다, 내부 구성원에게 브랜드 미션을 공유한다, 와 같은 명확한 고민.


브랜드 필름을 기획하는 작가로서 최우선 업무는 클라이언트의 고민을 최대한 이해하는 것. 그 최대한의 수치를 클라이언트에 가장 가깝게 높이기 위해 다음 필독서를 또 읽는다. 독서를 하며 무너지는 자존감을 붙들고 다음 프로젝트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