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

광고

하라 켄야를 떠올리면 ‘욕망’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2년 전 취재 기자 시절, 인더페이퍼갤러리에서 진행된 무카이 슈타로 전시를 취재하던 중, 그의 제자인 하라 켄야의 강연과 대담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는 당시 밀라노에서 전시 중이었던 <신석기시대, 100개의 행동> 전시를 소개하며, “욕망이 물건을 만들고, 물건이 욕망을 확장한다며, 욕망과 함께 인류의 영리함도 발전하고 잔혹함도 성장한다” 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의 대표 저서인 <디자인의 디자인> 한국어판 10주년 기념판 머리말에도 짧게 소개되었다.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 10주년 특별판 ⓒ안그라픽스


<디자인의 디자인> 초판 역시 ‘욕망’에 관한 글이 있고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었다. 그것은 ‘욕망의 에듀케이션’이란 이름의 장으로, 기업의 디자인과 마케팅의 질은 시장의 욕망 수준을 반영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에듀케이션’을 통해 사회의 문화 토양을 비옥하게 할 때 비로소 디자인의 질이 높아지고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 진출하는 시장의 욕망이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항상 주시하면서 그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의 상품이 인기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문제이다. 브랜드는 가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으로 하는 나라와 그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

「욕망의 에듀케이션」 중에서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 10주년 특별판 ⓒ안그라픽스


다시 전시로 돌아와서, 하라 켄야는 디자이너의 역할을 “모든 사회가 앞으로 나가며 흘리고 간 이삭을 주워서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은 수많은 정보로 넘치는 사회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욕망의 에듀케이션’은 수직적 관계에서 욕망의 수준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바짝 뒤좇으며 디자인의 가치를 끊임 없이 환기하는 것이리라. 나는 그의 디자인 작업물보다 사상가, 기획자로서의 면모를 더 좋아한다. 그는 디자인 전시 기획과 강연, 글 등을  통해 사회적 욕망을 환기하니 말이다.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 10주년 특별판 ⓒ안그라픽스


대담이 끝난뒤 청중의 질문을 받자 10초 정도 골똘히 고민하고, 그래도 생각이 정리가 안 되자 다른 분이 먼저 답하면 그동안 자신의 답변을 준비하겠다던 하라 켄야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책상 위에 두 팔을 괴고 바닥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긴 그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당장 파탄을 맞을 것 같은 이 세상에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지혜로서 디자인은 그 역할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혼돈을 가르며 노 저어 앞으로 나아가자」 10주년 기념판 머리말 중에서

보심  |  시네마틱퍼슨 AE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는 블로그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운영합니다.

미니 갤러리

독서/수필 다른 글

이 글에 담긴 의견

    • 더-심플리스트

      2018.07.24 22:54

      디자인 전공은 아닌데, 매거진 B의 무지를 재미있게 읽었었던지라 이것도 얼른 구입해보네요. 삶의 자양분이 되기를^^ 꾹 꾹-.

    • 안녕하세요 심플리스트 님!
      매거진 B 무지 편에도 하라 켄야의 인터뷰가 실렸죠! 하라 켄야의 생각들을 책으로 읽어나가다 보면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확장하기보단 작고 확실한 덩어리로 수렴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만큼 자기 철학이 투철한 디자이너라 디자인의 메시지나 힘 역시 강렬한 것 같습니다 :)

    • 아, 저도 이 책 있어요.
      분량도 그렇고 종이질 자체가 좀 묵직한 편이어서 책 무게도 가격도 무거웠던 기억이...ㅠ_-

      사실 구입할 당시에 이 책을 그리 재밌게 읽진 않았거든요.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인에게 이 책을 빌려줬을 때도 같은 감상이었는데...
      (제가 책에 애착이 좀 큰 편이어서 웬만하면 남에게 빌려주지 않는데,
      이 책을 빌려줄 정도였다는 건 그만큼 제 구미를 당기지 않는 저서였다는 얘기여요. ㅋㅋ)

      보심님 글을 읽으니 다시 책장을 펼쳐봐야하는 건가 싶습니다.

    • 첼시 님도 디자인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야 전공자라 학생 때부터 고민했던 부분들이 있기도 하고 배울점도 많아서 욕심내서 읽었던 책이에요. 짧지만 디자인의 역사가 담기고 이론적인 내용이 많아서 일반 대중에게 친절한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런 부분에서 흥미가 없으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전공자로서 바라건데 디자인 교양 서적으로 읽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천드려요 :)

    • 디자이너의 역할에 관한 말을 마음에 쏙 담아가요~^^
      한 길을 꾸준히 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울림이 있네요.

    • 공감합니다 luvholic 님! 디자인 전공 학생 시절 꿈이 세계적인 디자이너 (지금 현실과 너무나 먼 ^^) 였는데, 막연하게 저의 디자인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상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를 각성하고 반성케 하는 말이었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감사하고 세상을 대하는 것, 아닐까요. 의견 감사합니다!

    • 저자의 강연과 대담의 기회는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동경해 보는것 같습니다
      예전엔 그런 저지를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념이 바뀌어
      이젠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ㅎ

    • 안녕하세요 공수래공수거님, 맞습니다. 좋아하는 저자를 실제 강연으로 만나보면 더욱 감동이 깊죠. 감동이 큰만큼 생각해볼 거리도 더욱 크게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연과 기회에는 때가 있는 법이겠죠 ^^ 바라건데 공수래 공수거 님이 지금 관심 있는 일에 블로그에 남기시듯 몰입하며 주어진 기회를 잡아 나가는 하루하루를 보시길 바랍니다. (술 한잔 걸치고 쓰는 댓글이라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졌네요 하하하)

*

*

“보심 블로그.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는 블로그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