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6.
나는 주어진 일을 한눈팔지 않고 꾸준하게 해내는 사람을 존경한다. 국립박물관에서 34년을 일한 이내옥의 에세이 <안목의 성장>을 읽는 동안, 누군가를 판단 없이 순수하게 경애하는 마음을 오랜만에 느껴 반가웠다.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글이 으레 그렇듯, 책 제목이 <안목의 성장>이라 해서 안목을 기르는 방법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저 독자는 저자가 국립박물관에서 일하는 동안 겪은 일과 떠오른 생각들을 뒤좇으며 그의 안목을 가늠할 뿐이다.
이내옥 수필집 안목의 성장
과거사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많은 국립박물관 기획자인 만큼, 한국 전통 문화재의 아름다움에 관한 저자의 단상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한쪽에 치우침 없이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맑은 시선에서 저자의 높은 경지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스스로 안목이 있다고 말할 수준이 못 된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기호 嗜好 정도는 갖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것에 애정을 갖고 오랜 시간과 돈을 들이다 보면 취향이 될 것이고, 취향을 세련 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안목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틈틈이 인생의 덧없음을 말하는 책의 허무한 기운 속에서 저자의 안목이 초연히 빛난다. 정말 세상이 허무하다면, 그리고 그런 허무한 세상을 아름다움에 관한 식견 없이 살아간다면 비극적인 인생일 것이다. 책 소개의 한 글귀처럼, “세월은 흘러가고 안목은 자라난다.”
어떤 아름다움이 내 발길을 멈추게 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볼 여유는 갖고 살자, 라고 다짐한다.
몇 년 후 미호박물관을 다시 찾았다. 마침 설립자의 기념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설립자가 추구했던 정신을 짧은 글로 적어 놓았다. “훌륭한 것들을 많이 보아라! 이류나 삼류가 아닌 최고의 것들을 보게 되면, 당신은 점차 훌륭한 것에 눈이 뜨일 것이다.”─ 「오만한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