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옥 수필집 안목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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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어진 일을 한눈팔지 않고 꾸준하게 해내는 사람을 존경한다. 국립박물관에서 34년을 일한 이내옥의 에세이 <안목의 성장>을 읽는 동안, 누군가를 판단 없이 순수하게 경애하는 마음을 오랜만에 느껴 반가웠다.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글이 으레 그렇듯, 책 제목이 <안목의 성장>이라 해서 안목을 기르는 방법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저 독자는 저자가 국립박물관에서 일하는 동안 겪은 일과 떠오른 생각들을 뒤좇으며 그의 안목을 가늠할 뿐이다.


이내옥 수필집 안목의 성장


과거사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많은 국립박물관 기획자인 만큼, 한국 전통 문화재의 아름다움에 관한 저자의 단상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한쪽에 치우침 없이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맑은 시선에서 저자의 높은 경지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스스로 안목이 있다고 말할 수준이 못 된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기호 嗜好 정도는 갖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것에 애정을 갖고 오랜 시간과 돈을 들이다 보면 취향이 될 것이고, 취향을 세련 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안목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틈틈이 인생의 덧없음을 말하는 책의 허무한 기운 속에서 저자의 안목이 초연히 빛난다. 정말 세상이 허무하다면, 그리고 그런 허무한 세상을 아름다움에 관한 식견 없이 살아간다면 비극적인 인생일 것이다. 책 소개의 한 글귀처럼, “세월은 흘러가고 안목은 자라난다.”


어떤 아름다움이 내 발길을 멈추게 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볼 여유는 갖고 살자, 라고 다짐한다.


몇 년 후 미호박물관을 다시 찾았다. 마침 설립자의 기념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설립자가 추구했던 정신을 짧은 글로 적어 놓았다. “훌륭한 것들을 많이 보아라! 이류나 삼류가 아닌 최고의 것들을 보게 되면, 당신은 점차 훌륭한 것에 눈이 뜨일 것이다.”─ 「오만한 박물관」

보심  |  시네마틱퍼슨 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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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담긴 의견

    • 전 지금도 보심님의 안목이 충분히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주 부럽기도 하고요. ^_^
      거목과 견주시다보니 아마 스스로 그렇게 느끼시게 된 것 같아요.

      얼마 전에 경애의 마음을 읽으시더니 보심님의 마음 속에도 또다른 경애심이 싹텄군요! :D

    • 안녕하세요 첼시 님, 스스로 안목이 있다고 말하기에 부족한 게 너무 많습니다. 아직 무엇을 왜 얼마나 좋아하는 지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하하
      네 경애의 마음 막바지에 치닫고 있어요. 중간에 한창이나 다른 에세이에 빠져 있어서 늦어졌네요. 경애의 마음이 싹틉니다 정말로 :)

    • 기호가 있다는 표현이 솔직하게 다가옵니다.
      무감하게 지나치기 쉬운 일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아름다운 것을
      판별해내는 눈이 꼭 필요할 것 같아요.^^

    • 안녕하세요 luvholic 님 의견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ㅎㅎㅎ
      익숙한 일상일수록 무감히 지나칠 때가 많죠. 시간이 변함에 따라 조금씩 낡는 모습과 자연의 변화. 그런 것들을 눈여겨 보고 아름다움을 발견해 나간다면 안목도 자라날 것 같습니다 :)

    • 국립박물관에서 오래 일하셨던 분이니만큼 안목이 상당하실 것 같네요.
      한국 전통 문화재에 대한 내용이라니 저도 흥미가 가는데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어요.
      보심님 사진을 보면 안목이 상당하신 것 같은데... (넘 예뻐요) 염려 않으셔도 될거 같아요! ㅋㅋ

    • 안녕하세요 슬_ 님, 반가워요!
      최고의 것들을 보고 최고의 전시를 기획하던 작가라 내공이 상당하다고 느꼈어요. 읽는 내내 아름다움에 둘러싸인 한 사람의 감상을 따라가다 보니 덩달아 기뻤습니다.
      지나치게 감상에 빠지거나 자아를 드러내지 않고 정보 전달 위주로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히히 :)

    • 잘 보고 갑니다. 저는 소설보다 짧은 에세이집이 좋더라고요. : )
      저는 요즘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있어요 ㅎㅎ

    • 안녕하세요 토니 님.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댓글을 확이했어요. 잘 지내시죠. 카뮈의 페스트는 어땠나요. 김영하 팟캐스트에 소개되었던 작품인 것 같네요. 저도 기회되면 읽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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