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16.
매거진 B 호시노야 편이 나온다는 소식에 기다렸다는 듯이 예약 구매하고, 받자마자 게걸스럽게 읽었다. 오랜만에 경험한 딥 리딩.
매거진 B 호시노야
매거진 B 에서 다룬 호텔 브랜드로는 에이스 호텔 이후로 두 번째다. 에이스 호텔이 ‘로컬 문화’를 앞세운 새로운 숙박 흐름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매거진 B 에이스 호텔의 큰 골자였다. 호시노야 편을 읽고 돌이켜 보니, 에이스 호텔이 말하던 로컬 문화는 기존의 베이비 붐 세대의 ‘럭셔리’의 반테제로서 밀레니얼 세대가 공유하는 ‘서브 컬처’의 느낌이 강했다.
반면, 호시노야 브랜드가 공유하는 ‘로컬 문화’는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둔 ‘럭셔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럭셔리 호텔 비즈니스는 고급 시설과 친절한 서비스를 내세우기 마련인데, 그것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무어라 말하기 쉽지 않다. 어떤 브랜드의 어메니티를 사용하는지, 객실 규모가 얼마나 큰지, 레스토랑은 몇 개가 있는지, 수영장과 피트니스 등 어떤 부대 시설을 갖추었는 지와 같이 정량화 할 수 있는 요소로 호텔을 평가할 순 있지만, 정작 그것이 가진 가치와 의미는 모호하다.
호시노야가 제안하는 ‘럭셔리 료칸’의 개념은 기존의 ‘럭셔리 호텔 리조트’의 것과는 달리 구체적이다. 시설은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 사이의 회색 지대라 할 수 있는 ‘세미 프라이빗 · 세미 퍼블릭 공간’을, 서비스는 “주인(직원)의 취향과 취미를 정제된 방식으로 공유”하고 제안하는 접객 문화인 ‘오모테나시’를 내세우는데 이것들은 기존의 일본 문화와 전통 료칸의 것을 계승한 개념이다.
매거진 B 호시노야 | 출처: www.magazine-b.com
이번 호시노야 편 역시 매거진 B 특유의 다큐멘터리 구성이 빛을 발한다.
건축가로서 청소년기를 지나 일본을 대표하는 성년 건축가로 성장한 구마 겐고(오는 겨울 열릴 에이스 호텔 교토를 설계하고 있다)의 인터뷰로 시작, 일본의 여름 피서지로 유명한 가루이자와와 교토 부호들이 별장을 짓고 자연을 즐겼다던 교토 아라시야마에 각각 들어선 호시노야 1, 2호점을 나란히 두고 지역성과 시설을 비교하며 브랜드 이해의 폭을 넓힌다.
뒤이어 호시노야 도쿄점의 건축가와 조경 디자이너 인터뷰와 함께 고층 빌딩 형태로 구현한 료칸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명한다. 그리고 호시노야 브랜드를 이끄는 호시노 리조트의 CEO 호시노 요시하루의 인터뷰로 이어지는 깔끔한 마무리. 호시노야 브랜드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 그들이 꿈꾸는 럭셔리 료칸의 내일을 함께 그리는 시간이다.
매거진 B 호시노야 | 출처: www.magazine-b.com
책을 읽는 내내 지난 3월에 묵었던 호시노야 교토의 감상이 겹쳤다. 선착장에 마중 나와 객실을 안내해주던 테츠로 씨의 미소. 늦은 밤까지 책을 읽은 라이브러리의 적막함. 간밤에 내린 비로 불어나 힘차게 흐르던 오이 강의 아침. 끼니마다 식사를 차리며 요리를 설명하던 직원의 음성. 머무는 내내 입었던 기모노의 감촉까지.
한낮 달콤한 꿈같이 느껴지던 그날의 기억이 책을 통해 구체적인 언어로 살아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