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6.
콘래드 오사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을 하나 꼽아 기록한다. 바로 3개 층을 비워 창밖으로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인 공용부에서 로비로 이어지는 풍성한 공간 체험과 조각 작품. 우선 콘래드 오사카의 콘셉트는 ‘하늘 위 별장임’을 기억한다.
콘래드 오사카 아트리움 나선계단
콘래드 오사카 아트리움
나카노시마 페스티벌 웨스트타워 40층에 위치한 콘래드 오사카 로비. 어두컴컴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3개 층이 보이드된 공용부가 발아래 펼쳐지며, 압도적인 오사카 도심이 시야에 들어온다. 회오리치듯 3개 층을 잇는 나선 계단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놓여, 공간이 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콘래드 오사카 로비앞 휴게공간
콘래드 오사카 로비 진입로
38층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원형 계단을 휘감으며 오르는 처지에서 보았을 때, 40층 엘리베이터 앞 직선의 복도를 지나 시계 방향으로 방향으로 몸을 틀어야 호텔 로비다. 로비 진입로의 바닥과 천장은 마치 강물에 비친 돌다리를 건너 듯한 패턴으로 디자인되어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콘래드 오사카 로비 설치 작품 Fu / Rai 나와 코헤이 2017
콘래드 오사카 로비 설치 작품 Fu / Rai 나와 코헤이 2017
진입로 양옆에는 나와 코헤이 Nawa Kohei 작가의 설치 작품인 <Fu / Rai>가 있다. 작품을 보자마자 묘한 기시감을 느꼈을 만큼 익숙하고 널리 알려진 작가다. 나와 코헤이가 콘래드 오사카가 있는 곳과 같이 간사이 지방의 교토 출신이자,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어서 작품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계절에 따른 천창 빛의 변화에 따라 작가가 작품을 조금씩 바꾼다고 직원에게 전해 들었다.
콘래드 오사카 로비 천창
콘래드 오사카 로비
일본의 전통 사찰과 불교에 영향을 받은 동양 철학 색이 짙은 나와 코헤이의 예술 세계는 74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일찍이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시켰고, 현재 세계 예술계에 큰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아라리오 뮤지엄과 리움 미술관 그리고 빅뱅의 탑이 소장한 사슴 작품인 <픽셀 디어 Pixcell Deer> 연작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콘래드 오사카 호텔 전용 엘리베이터 진입로
콘래드 오사카 로비 40스카이라운지&바 천장 설치 작품
코헤이 나와의 작품은 <픽셀 디어>에서 보듯, 유리구슬과 프리즘 등으로 형태를 확대, 왜곡한다. 내가 원서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그는 이 왜곡과 확대의 과정에서 물체의 존재가 빛의 조각으로 변형되고 이미지의 셀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드러낸다고 했다. 그의 작품 앞에서 실존과 관념의 경계는 무너지고 ‘하늘 위 별장’이라는 꿈 같은 이야기가 피부에 차갑게 와닿아 소스라치는 듯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콘래드 오사카 40층 야경 전망
콘래드 오사카 아트리움 야경 전망
그리고 ‘하늘 위 별장’이라는 콘셉트의 연장선으로 니켄 스페이스 디자인 NIKKEN SPACE DESIGN 에서 실내 설계를 했다.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특히 천장과 바닥 패턴 디자인)과 객실까지 연장되는 디자인은 다채롭게 변하는 창밖 하늘의 날씨처럼 입체적이고 풍성한 공간을 연출했다. 실제 바람과 빛 등 자연 현상을 디자인에 반영했다고 한다.
콘래드 오사카 로비앞 야경 전망
콘래드 오사카 로비 야경 전망
다시 곱씹을수록 더욱 아름다운 호텔이다. 발아래 펼쳐진 오사카 도심을 장난감처럼 내려다보던 기억 하나하나가 지금 글을 쓰는 작은 방에 되살아나 한 낮 꿈속에서 신선놀음을 한냥 달콤하고 아쉬운 기분이다. 아, 좋아라. 아니, 좋았어라…
콘래드 오사카 아트리움
이태원에 갈 일이 있으면,
리움 미술관을 찾아
아름다운 <픽셀 디어>를
다시 한번 감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