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공원 뚝섬캠핑장 / 한강 바베큐 파티와 잠실·강남 스카이라인

2017. 7. 9.

종종 한강에서 치맥을 먹거나 불꽃놀이를 감상할 때마다 기회가 되면 한강 캠핑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 달 전쯤 인터파크에 한강 캠핑장 텐트 대여 예매 사이트가 열렸다. 한강 캠핑장 예매가 치열하다고 들었던 터라 카톡방에서 친구들과 예매 오픈 카운트다운을 하며 예매했다.


캠핑에 필요한 것들을 사러 들린 건대입구 이마트


이것저것 고르다보니 예상보다 많이 산 줄 알았으나 결국 빠짐업이 다 먹고 썼다


순식간의 전 텐트 매진 속에 H가 새로고침 신공을 펼치며 뚝섬 캠핑장 예매에 성공. 원하는 날짜를 예매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예매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에 기뻤다. 그 날짜에 시간을 비우고 캠핑장에 가기로 약속했고 그날이 지난 주말이었다.


한강공원 뚝섬 캠핑장 풍경


캠핑에 필요한 이것저것을 대여해준다


손목밴드 형태의 캠핑장 입장권


하필 장마가 시작하는 첫 주말.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청 일기예보가 예상대로 빗나가 비는 안 왔다고 해도 될 정도로 조금 왔다. 다만 종일 날씨가 흐리고 습해서 불쾌지수가 높았다. 건대 입구 이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예상보다 많은 돈을 쓴 것도 불쾌지수를 높였다.


장마로 불어난 한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중년의 남성


공원을 산책하는 가족 너머 흐린 날씨로 뿌옇게 보이는 잠실 제2 롯데월드


잠실 제2롯데월드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건대입구에서 10여 분 차로 달려 뚝섬 캠핑장에 도착.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펜스가 있긴 했지만 원하면 공원 어디서든 캠핑장에 들어갈 수 있다. 입구라고 하기에 좀 초라한 컨테이너에서 예매 확인과 입장권 대용 밴드를 받았고, 거기서 입장권 밴드도 확인도 했다.


뚝섬유원지역와 동부간선도로


한강 너머로 보이는 강남 일대


뚝섬 캠핑장 어디서든 제2 롯데월드 타워가 보인다


테이블과 의자 담요 매트 손전등 등 캠핑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을 유상으로 대여해주었고 바베큐 요리할 수 있는 장비와 숯과 번개탄도 빌릴 수 있었다. 고기와 주류, 간단한 식음료를 살 수 있는 가게도 있고. 가격은 마트에 비해 그다지 비싼 느낌이 아니다. 애써 이마트를 들려 장본 게 좀 허무했다.


고기야 고기야빨리 익어라


뚝섬 캠핑장에서 만원에 빌린 바베큐 용품들


예약한 텐트를 찾아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바베큐를 구웠다. 바베큐는 지정된 장소에서 한 시간 삼십 분만 이용할 수 있는데 텐트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시간도 적당했다. 이른 시간이라 바베큐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여유로웠다.


H는 고기를 잘 굽는다


Y는 고기를 잘 담는다


나는 고기를 잘 먹는다


#갬성 충전을 위해 스파클링와인도 준비


다음날 새벽부터 약속이 있는 친구 Y가 먼저 떠나고 곧 해가 졌다. H와 단둘이서 답이 없는 서로의 고민을 나누다 야경을 구경하러 한강 일대를 산책했다. 레이저와 불꽃을 쏘아 대는 잠실운동장이 요란했는데 듣기로 자이언티와 빈지노의 공연이 있었다고 한다. 


상상하는 건 다 있는 한강 뚝섬 캠핑장 매점


이건 상상 이상이었던 신박한 봉지라면 조리기계


고기 먹는 동안 남겨둔 라면 배를 채웠다


점점 어두워지는 캠핑장 너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장마로 물이 불어서인지 아니면 원래 낚시하기 좋은 곳인지 모르겠지만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 고기가 잡히긴 하나 했는데, 한 아저씨가 금방 잡아 올린 매기를 사람들에게 자랑하듯 들고 다녔다. 한강에서 매기를 잡다니. 꽤 크다. 


강남야경 한가운데 트레이드센터


자이언티와 빈지노 공연이 한창중이라던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잠실의 랜드마크 제2 롯데월드


다시 텐트로 돌아가기 위해 공원 쪽으로 발길을 돌렸더니 고양이 다섯 마리를 데리고 산책 나온 아저씨가 있었다. H가 도망가는 고양이를 쫓아다니며 쓰다듬는 동안 집사 아저씨와 꽤 오래 고양이 얘기를 했다. 얘기를 했다기 보다 내가 모시는 고양이 다나에 대한 넋두리를 풀어 놓았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뚝섬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강남 스카이라인 야경


공원에 고양이 다섯 마리를 산책 나온 중년의 아저씨와 직접 만들었다는 이동장


사나운 다나와 달리 얌정한 고양이를 보면 다른 종류의 동물같다


높은 빌딩을 좋아하진 않지만 한강 너머로 보이는 스카이라인은 아름다웠다. 잠실 일대에 압도적으로 우뚝 솟은 제2 롯데타워는 확실히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전 한전 부지에 공사가 진행 중인 현대차 GBC는 제2 롯데타워보다 더 높게 짓는다던데 완공되면 강남 스카이라인도 꽤 다른 면모를 보일 듯하다.


한강 공원에 모여 장마를 보내는 사람들


막 깊은 밤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뚝섬 캠핑장


잠실 주경기장 공연도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끝


여차하면 잠까지 자려 했으나 먹을 것도 다 떨어졌고 땀범벅이 된 몸도 찝찝해서 막차가 끊기기 전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 있는 고양이도 걱정됐고. 집으로 돌아와 씻기 전에 다나 화장실과 집을 청소했다. 그리고 혼자 심심했을 다나와 한바탕 놀았다. 씻고 나와서 선풍기 바람을 쐬니, 역시 최고의 피서지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