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 걷기 / 만리재로 썬더볼드에서 소월로 비단콤마까지

2017. 5. 20.

서울역고가공원 서울로가 개장해서 친구와 산책했다. 함께 간 친구는 서울역에 공원이 있어? 라는 반응이었지만, 나는 서울역고가도로가 철거판정을 받은 뒤 공원화된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줄곧 관심을 두고 기대했던 터라 친구와 약속을 잡은 뒤부터 흥분해 있었다. 이런날 약속시간에 30분 늦는 친구는 확실히 별 관심 없어 보였다. 밉다.


서울로 중림동 방향 계단


서울로 만리동 방향 접근로


일단 아침도 거른 늦은 점심시간이여서 배가 몹시 고팠다. 기왕 먹는 점심 식사, 아무 음식점이나 갈 순 없지.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를 총동원해 주변 맛집 힙플레이스를 찾았다. 베리스트릿키친. 고픈 배를 부여 잡고 조금 해멘 뒤에 찾았는데 오픈 시간이 저녁 6시여서 발길을 돌렸다. 친구는 30분 늦고, 가고 싶던 맛집은 문을 닫다니, 분하다. 더 배가 고프다.


만리재로 썬더볼드 외관


썬더볼드 블랙페퍼 참스테이크와 맥주


중림로 방향에서 서울로로 오르는 계단 건너편에 썬더볼드 그릴&펍 레스토랑이 눈에 띄어서 곧장 들어갔다. 레스토랑이 눈에 띄었다기보단 입간판에 있는 스테이크와 맥주 사진을 보곤 침을 줄줄 흘리면서 들어갔다. 스테이크에 맥주를 먹으니 늦은 친구도, 점심에 문을 열지 않는 맛집도 모두 용서가 됐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울로를 올랐다.


만리동 광장 윤슬


서울로 만리동 방향 접근로 사인


서울로 만리동광장 방향 사인


예상대로 사람이 많다. 공원이라고 하기엔 무리다. 공원이라 하면 자고로 넓은 토양에 식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해야 한다. 서울로 바닥은 토양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이다. 식물이 듬성듬성 있다.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러니 서울로는 공원이라기 보다 거대한 육교 같았다. 콘크리트 화분을 늘어 놓은 육교. 키 150㎝ 미만만 이용할 수 있는 트램플린과 족욕탕이 있는 육교.. 괴상한 설치 작품이 있는 육교.. 


서울로 전경


서울로 둥글둥글한 화분들


서울로에서 내다 본 철길 풍경


서울로에서 내다 본 국보 제1호 숭례문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동안의 모든 기대를 지우고 생각을 긍정적으로 고쳐먹으니 그리 나쁘지만도 않았다. 주로 운전하는 사람들이 서울로 프로젝트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욕하더라. 하지만 난 차가 없으니 걸을 수 있는 길이 늘어나면 좋다. 차도를 보행길로 바꾸는 것 자체가 반갑다. 막상 대중교통이 끊긴 야심한 밤에 술에 흔건히 취해 집으로 가는 길, 서울로 덕분에 택시 요금이 많이 나온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서울로에서 내다 본 서울역


그리고 수많은 신발들로 만든 예술! 작품


서울로 수국식빵 2층에 오른 사람들


소월로에서 내다 본 서울로


마침내 사람들로 가득한 지옥 같은 육교를 빠져나왔다. 몇십 분 걸었다고 그새 힘이 들어서 카페인을 보충하러 소월로 비단콤마 카페로 갔다. 서울로 개장이 워낙 큰 행사여서 카페에도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운 좋게 자리가 넉넉했다. 푹신한 소파 자리를 잡고 커피를 폭풍 흡입했다. 카페 분위기가 조용해서 잠이 쏟아진다. 친구도 나도 너무 피곤해서 곧장 집에 가기로 합의. 체력이 비슷해서 다행이다.


비단콤마 카페


비단콤마 라떼와 아이스아메리카노


비단콤마 카페 마당


소월로에서 내다 본 서울로


서울로, 사람 없을 때 다시 가야지. 야경이 휘황찬란하던데, 그 요란함도 언제 한번 와서 구경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