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26.
올해 들어 다니기 시작한 영어 학원은 학생들이 서로 프리토킹하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가졌다. 종종 모르는 사람과 프리토킹을 할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가장 만만한 대화 주제가 취미다.
상대방이 내게 취미를 물으면 나는 My hobby is reading books, 라고 답했고,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지 물으면 의심의 여지 없이 I like Japanese modern literature, 라고 답했다.
그때 나는 아- 내가 일본 현대 문학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한국어로 깨닫는다. 분명 내 머리에서 나온 영어인데, 그걸 내가 듣고 다시 한국어로 인지하는 게 신기했다. 아무튼 나는 일본 현대 문학을 좋아하나 보다.
내가 사용하는 영어가 심플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겠지만, 영어로 말하다 보면 생각이 심플해 지는 걸 느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욱 명쾌하고 분명하게 직시하게 된다. 한국어로 하는 생각은 이렇게 글로 쓴 뒤 다듬고 또 다듬어야지만 또렷해지던데.
임경선 에세이 · 자유로울 것
보름 전 임경선의 수필 [자유로울 것]과 테드 창의 단편 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읽기 시작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의 원작소설이라는 호기심에 샀다.
내가 거둔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수확이 있다면, 내가 SF소설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SF소설보다는 현실 감각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나 작가가 직접 느낀 바를 쓴 진솔한 에세이가 좋다.
책을 샀다는 의무감에 [네 인생의 이야기] 한 편을 완독했을 뿐, 다른 작품은 몇십 쪽을 넘기지 못했다. 침대맡 책장에 죄책감과 함께 놓인 이 책을 어서 지인에게 선물해버릴 작정이다.
반면 임경선 작가의 [자유로울 것]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지 못한 죄책감을 잊게 할 만큼 술술 읽혔다. 맥북 에어와 같이 가벼운 이야기부터 커리어, 결혼, 인간관계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에세이 한 편 한 편이 경쾌한 리듬으로 묶였다.
아 그렇지, 나도 그래, 하며 푹 빠져 읽는가 하면, 인생의 선배로서 작가가 앞서 겪은 이야기를 긴장하며 귀담아듣기도 했다. [자유로울 것] 41편의 수필에 웬만한 인생 이야기는 다 들어 있어서, 그동안 밀렸던 생각들이 시원하게 소화되는 기분이었다.
에세이를 읽는 기쁨이란 이런 게 아닐까. 타인의 생각에 안겨 위로 받고 삶의 지혜를 얻는 것. 그리고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편협하고 오만한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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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밑줄
한편, 어른이 되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어서 좋다. 단순히 친하거나 자주 시간을 같이 보내거나 재미있게 어울리는 관계와는 다르다.
개인적인 사랑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뿐, 그것은 반드시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