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8.
김중업박물관에서 [단독주택: 나의 삶을 짓다] 전시를 둘러보고 안양예술공원을 산책했다.
안양예술공원은 한때 휴가철이면 하루에 4만 명 이상의 피서객이 찾는 각광받는 휴양지였으나 서서히 쇠퇴한 안양유원지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기획된 예술공원이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APAP
2005년 열린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APAP의 하나로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공공예술작품이 설치되었다. 현재 야외조각과 건축물 약 50개의 작품이 있다.
공공작품이라 관리가 관건일텐데 낙서 등 훼손된 작품이 많았고 건물 형태의 작품은 잠겨 있는 경우도 많았다. 예술품을 대하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할 텐데, 개인적으론 그것까지 하나의 공공예술로 흥미로웠다.
안양 음식문화특화거리
삼성천을 따라 음식점이 즐비한데, 안양시에서 이곳을 음식문화특화거리, 삼막 맛거리촌 등으로 특화했다. 화려한 음식점 간판과 공공예술품의 대조적인, 어느 한편으론 일맥상통하는 지점도 흥미로웠다.
안양예술공원 일대에는 등산복 차림의 전형적인 한국 50~60대 성인이 유난히 많았다. 그들이 공공미술을 대하는 태도를 보는 것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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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 타워
디디에르 피우자 파우스티노
1평 타워 전경
디디에르 피우자 파우스티노의 작품으로 오랫동안 한국 건축의 넓이 계량단위였던 한 평에서 착안한 타워이다. 안양역과 김중업박물관을 오가는 2번 버스 종착점에 있다.
1평 타워 계단
1평 타워 중간쯤 올라 바라 본 김중업박물관
작가는 건축을 우리의 감각을 긴장하게 만들고 현실 인식을 날카롭게 하는 도구로 정의한다. 한 평이 갖는 기능성을 경험하기 위해 최소한의 대지에서 사용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한 평의 공간을 쌓아 올렸다.
1평 타워 꼭대기
1평 타워 꼭대기
협소주택을 떠오르게 한다. 시선보다 위쪽을 보도록 기울어진 창문은 관람객이 방에 앉도록 유도한다. 작동하는지 모르겠으나 콘센트도 있다. 바람이 불면 꽤 심하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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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파빌리온(알바로 시자 홀)
알바로 시자
안양파빌리온 가는 길
안양파빌리온 전경
안양파빌리온 파사드 곡선 처마
20세기와 21세기를 잇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가 설계한 파빌리온이다. 알바로 시자는 국내에 [아모레퍼시픽 혜초 하우스]와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설계했다.
안양파빌리온 파사드 곡선 처마
안양파빌리온 곡선 처마
안양파빌리온
안양파빌리온
안양파빌리온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졌다. 어느 각도에서도 같은 형태로 읽히지 않는 독특한 공간 구조이다. 파빌리온 내부의 공간 구성은 초청공모전과 시민 투표를 통해 당선된 신혜원 건축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안양파빌리온 내부
안양파빌리온 내부
안양파빌리온 내부
안양파빌리온 내부는 공공예술전문서가, 공공도서관, APAP, 프로젝트아카이브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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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엘름그림&드라그셋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작품으로, 전화를 받기 전까지 계속해서 벨이 울리는 공중전화 부스이다. 휴대전화의 보급과 함께 현대인에게 잊혀진 공중전화 부스를 사용해 예기치 못한 상황을 연출한다.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수화기를 들면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2013년 평촌 중앙공원에서 안양예술공원으로 이전되었다. 이 작품은 플라토미술관에서 열린 엘름그린&드라그셋의 개인전 [천 개의 플라토 공항] 동안 플라토미술관 앞 공터에 설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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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뱀
구마 겐고
숲에서 바라본 종이 뱀
종이 뱀 전경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의 작품이다. 어느 면도 평행하지 않은 뱀 모양의 구조물로, 이름처럼 종이접기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구마 겐고는 이 작품을 위해 가볍고 강하면서 빛을 투과하는 페이퍼허니컴이라는 재료를 개발했다. 가까이서 보면 뱀의 비늘을 닮았다.
종이 뱀 마감
종이 뱀에서 본 풍경
구마 겐고는 저서 [자연스러운 건축]에서 콘크리트로 대표되는 안도 다다오와 모더니즘을 비판한다. 숲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 다발을 세운 후 접착제로 얇은 판을 부착해 완성했다는 과정이 다분히 구마겐고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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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비니 마스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
전망대 모습
비니 마스가 설계한 전망대이다. MVRDV를 이끌고 있는 비니 마스는 서울역7017 프로젝트에 [서울 수목원: Seoul Skyline] 작품으로 당선된 건축가이다.
전망대 1F 중앙에서 올려다본 모습
전망대 정상으로 오르는 길 풍경
전망대 정상
삼성산의 등고선을 연장하여 산의 높이를 확장하였다. 오르는 길에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준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오르기 힘들 것 같다. 스릴 있는 만큼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전망대 정상에서 보이는 안양사찰
전망대 정상에서 내려다본 안양예술공원 일대
등고선 두 개로 윤곽을 결정한 길을 따라 오르면 안양시를 비롯한 안양예술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녹음 사이로 하얗게 돋보이는 알바로 시자의 안양파빌리온이 눈에 띈다.
이 외에도 50여 개 작품이 전시되었다. 하나하나 내용을 알고 싶다면 안양파빌리온에 있는 작품 투어지도를 들고 살피길 바란다(지도없이 전망대를 찾느라 일대를 두 바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