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6.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7편의 단편 소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장강명의 <알바생 자르기>이다. 그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단은 가장 마지막 문단이다. 단편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작가노트에 첫 문장은 "초고에는 마지막 두 문단이 없었다."였다.
<알바생 자르기>의 마지막 두 문단은 전체 글의 2% 정도 될까? 그 2%가 나머지 98%가 쌓아온 흐름을 뒤집는다. 해설의 마지막 문단에는 이렇게 쓰였다. "만약 당신이 장강명의 소설들을 읽고 왠지 모를 "모욕"을 느꼈다면, 그거야말로 좋은 신호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내가 느낀 건 모욕일까? 모욕은 아닌 것 같은데.
이야기 줄거리를 요약하자면(내가 제일 못하는 거다), 이렇다. 외국계 회사에 아르바이트로 2년 일한 '여자아이'를 자르기 위해 사장과 여자아이의 상사 은영이 애써보지만 '여자아이'는 부당한 처지와 법을 내세우며 교모히 사장과 은영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결국 여자아이를 해고한 은영는 여자아이가 처음부터 계획한 일이라 생각하고 여자아이를 경멸한다.
내가 느낀건 모욕이 아니라 반성이다. 마지막 두 문단을 읽기 전 은영의 입장에서 여자아이를 내려다 봤고(상사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녀의 붙임성 없는 태도에 사회성이 떨어진다며 속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여자아이의 상황과 내면을 묘사하는 마지막 두 문단을 읽고 나니, 그동안 소설 속 여자아이에게 들었던 내 생각들이 사회에서 학습 당한 것임을 깨달았다. 정의와 멀었다. 그래서 반성했다(어쩌면 이게 더 모욕일지도).
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시점의 변화도 리듬감 있었다(이걸 시점이라 하는 게 맞나?). 이야기가 시작되는 회식 자리 장면은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차갑게 묘사하다가 알바생을 자르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주인공 은영의 상황으로 들어간다. 남편과 사장, 집과 회사를 오가며 여자아이에 대한 은영의 심리 변화가 입체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두 문단은 지금까지 계속 말했듯 여자아이의 상황을 묘사하며 시점을 뒤집는다.
아무튼 나는 "이러한 속도감 있는 문장과 완벽한 기승전결의 구성"을 좋아한다. 게다가 사회에 던지는 차가운 시선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있지 않은가. 오늘부터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이 싫어서>를 읽을 참이다.
덧붙여서 다른 작품 중에서도 좋았던 것을 꼽자면, 최정화의 <인터뷰>, 정용준의 <선릉 산책>,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이다.